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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r 15. 2022

HR과 글쓰기에 대한 단상

feat.이야기story

글이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면 『이야기 story』라고 말을 합니다. 글은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어느 순간의 모습이 아니라 그 모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습니다. 정답이 아니라 우리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는 우리 혼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글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하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알아가고, 우리가 어려워하는 것을 알게 되고,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알게 되고,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기도 하고, 이렇게 해보니 잘 되고 잘 안되고, 그래서 왜 잘 안되고, 그래서 왜 잘 되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즉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우리는 보다 나은 우리들, 혹은 좀 더 나다운 '나'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제가 글을 쓰며 얻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글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숫자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연결성이라는 조건입니다. 1이라는 숫자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1과 1이 더해져 2가 된다는 것은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1이라는 숫자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1이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매출 목표가 100억이라면 100억을 만드는 과정도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매년 목표와 결과들을 연결하면 이 역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숫자는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그 숫자와 숫자를 연결하면 이야기가 됩니다. 풀지 못한 문제를 나만의 논리(?)로 풀어낸 경험이 있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이슈에 대해 그 이슈를 풀어낸 경험이 있다면 그것 역시 훌륭한 이야기가 됩니다. 비록 기존의 절차, 공식과는 다른 방식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최근 상영 중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예고편에서 '파이송'이라는 게 등장하지요. 숫자와 숫자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HR은 이러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특히 사람이 일을 통해 성과를 만들고 일을 통해 누군가와 협력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나'와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과정, 이를 조금 HR관점으로 표현하자면 동료가 되어가는 과정을 포함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은 숫자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글씨나 말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감정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들이 또 다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HR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좀 더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구성원을 이해하고, 그 사람들이 수행하는 & 그 사람들에게 기대되어지는 일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일을 통해 만드는 성과를 이해하고 그들이 보다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HR실무자로서 일을 하면서 구성원분들이 직접 그들의 생각이나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작성해볼 수 있는 과정을 종종 만들어내려 노력합니다. 목표 설정 양식이나 OKR양식을 만들 때에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시험 보듯 답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양식의 빈칸을 채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하는 일 혹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를 작성해보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양식을 작성합니다. 인사평가(결과 평가)를 진행할 때 단순히 등급만 나열하지 않고 HR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상황들을 함께 고려사항으로 기재하여 경영진에게 보고한다거나 제법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열된 다면평가의 raw-data를 패턴화 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등의 일들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HR을 하면서 글쓰기를 조금은 강조를 합니다. 글쓰기는 우리가 구체적으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HR을 하면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합니다. HR 담당자뿐 아니라 기업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 주인공이 되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입니다. HR 담당자로서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듣고 연결하여 더 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을 합니다. 다양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 다양성을 수렴하는 일, 그리하여 하나의 조직, One Team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그 연결고리에는 이야기가 있고 글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선발할 때 면접 대신 직무와 관련한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글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Aibril과 같은 AI tool을 활용해 분석하는 방식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농담이 절반 정도 섞인 저항에 부딪혀 실행을 하진 못했습니다. 전체는 아니어도 HR 담당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는 한 번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말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MBO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으로 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양식을 만난 순간 그만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기업 구성원 분들이 자신의 일과 그 일을 수행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숫자와 말과 감정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HR 담당자로서 우리들은 구성원분들이 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One Team으로서 이야기가 되도록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어렵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아닐까요?


HR과 글쓰기에 대한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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