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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r 11. 2022

이상한 나라의 HR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걸 출제오류라 하거든요"

"시험에서 이러면 다 맞게 해줘요"

"규칙3. 나는 시험이나 성적에는 관심이 없다"

"아니 누가 뭐 일부러 잘못된 문제를 낼 줄 알았어요?"

"그거는 니가 답을 맞추는 데만 욕심을 내기 때문에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야"

"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이 뭐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왜냐며는 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지"

"답을 맞추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수학이야"


그냥 아무생각 하고 싶지 않을 때 드라마나 영화 등의 짧은 영상들을 보곤 합니다.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보다 보면 간혹 HR로 생각이 귀결되는 상황을 만나기도 하지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야기입니다.


"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이 뭐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구성원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한다면 그분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어떤 분은 상황의 해소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고 어떤 분은 HR이 가지고 있는 기준이 궁금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분은 아주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불편함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HR이 구성원분들과 면담을 할 때는 상대방의 니즈를 이해해야 비로소 그것을 해소해줄 수 있습니다. 설사 현실적인 불편함이 있으나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질문을 이해하는 것, 이해하고 있음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그 면담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연결고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컨설팅과 코칭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전자는 해당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이를 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역할을, 후자는 직접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성찰을 도와줌으로써 그들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출처: The Facilitator and Other Facilitative Roles, Roger Schwarz


HR프랙티셔너는 때로는 컨설팅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코칭을 할 수도 있습니다. HR에 관한 기준, 개념, 원칙, 제도의 설계 취지 내지 목적 등을 이야기할 때는 컨설팅의 역할을, 구성원의 고충상담을 하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에서는 코칭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의 구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있어 공통으로 필요한 점은 "왜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라는 맥락이 제공하는 질문을 이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이 질문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미리 답을 내리고 대화를 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옳은 답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답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답입니다. 

"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이 나올 수 없습니다"


"답을 맞혀가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수학이야"

HR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HR에서 답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답을 맞추는 건 배우면 되지만 우리의 HR을 만들어가는 건 주어진 답을 외우고 그대로 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욱이 만일 우리가 제도를 내재화하는 관점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구성원이 제도에 대해 물어왔을 때 만일 우리가 주어진 답을 이행하기만 하는 입장이라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반복적인 말들 뿐일 겁니다. 일종의 앵무새가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막다른 길에 이르면 이런 말들을 할지도 모릅니다. 

"원래 그렇게 해왔습니다"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다들 이렇게 합니다"

모 기업에 입사해서 인사평가를 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 인사를 담당했던 모 부서장님은 평가를 운영하는 저에게 "틀렸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하는 방식이 "틀렸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적어도 그분의 경험에 기초하면 뭔가 낯설었을 겁니다. 만일 제가 주어진 대로 HR을 했다면 "저는 원래 그렇게 해왔습니다"라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당시 제가 했던 답은 이랬습니다. "과거 이런 상황에서 평가는 말씀주신 방식으로도 했었지만 지금 우리는 그 방식보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현실에서 우리에게는 '정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주니어 단계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정답이 아닌 그 답이 만들어진 맥락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정답을 익히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은 주어진 정답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의 HR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맥락에 적합한 HR을 만들어가는 모습입니다. 


답을 찾는 과정을 이해하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주어진 대로만 답을 알게 되면 경험한 범위 내에서만 답을 찾아야 할 겁니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그것이 HR이야"라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것을 익히고 이해하고 배우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들의 답을 찾아가는 그런 일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정답이 없는 HR에서 우리 나름의 정답을 만들어가는 역할로서 HR프랙티셔너의 모습입니다. 


"아저씨는 왜 이런 걸 공부했어요?"

지나온 시간에 HR을 오래 해온 어느 분과 식사를 하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HR을 했을까?"

영화 속 한지우는 이학성(최민식)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아저씨는 왜 이런 걸 공부했어요?"

그는 "이런 걸"이라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학성(최민식 분)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아름답지 않니?"

"아무리 아무리 봐도 기가 막힌단 말이지"

"니가 답을 맞추는데만 욕심을 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이는 거야"


그리고 말합니다. 


"그냥 공식하나 딸랑 외워서 풀어버리면 

절대 친해질 수가 없는거야"


"그러니까 증명하라" 


HR을 하면서 느끼는 건 하면 할수록 파면 팔수록 어렵다는 점입니다. 묘한 건 쉬울 것 같은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냥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 일종의 밀땅을 한다고 할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HR은 "그냥 공식하나 딸랑 외워서 정해진(주어진) 절차대로만 풀어버리면 절대 친해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HR에 대해 이렇게 반문할 수 있겠지요.

"아름답지 않니?"

"아무리 아무리 봐도 기가 막힌단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들 HR프랙티셔너들이 따로 또 같이 '증명해보면 어떨까요' 

"그러니까 증명하라"

는 극 중 이학성(최민식 분)의 말처럼 말이죠.  


감사합니다.


FYI. 본 글에 인용한 영화 속 대사는 영화 소개 영상에 나온 대사를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영화속HR #이상한나라의HR #HR #ope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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