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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r 19. 2022

스타트업에서 채용과 다양성

정답이 없는 HR에서 답을 찾아가는 일로서 HR

오늘날 채용은 매우 hot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도 채용은 중요한 영역이었습니다. 다만 오늘날 '핫'하다는 표현을 붙이는 모습과는 다소 성격이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채용업무에 있어 무게중심의 이동

채용을 조금 구분하면 모집과 선발이라는 두 가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사견임을 빌어 과거에는 이중 선발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모집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역량에 기반한 구조화 면접을 검토하고 면접관 교육을 검토하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이 있었다면 오늘날은 최대한 많은 지원자를 확보하는 것에 상대적인 강조점이 찍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모집이 어려웠던 건 사실입니다. 제 경험 속에도 아직 사내 헤드헌터 개념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시기에 직접 인재 서칭을 해서 전화를 돌렸던 경험이 남아 있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작은 기업이 가지고 있었던 일종의 핸디캡이라고 할까요. 


채용이라는 일을 돌아보면 이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적합성』과 『적시성』입니다. 적합성은 말 그대로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그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앤드루 그로브의 책에서 그 역시 채용의 어려움을 소개하기도 했지요. 『적시성』은 기업이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업계획이 있다면 그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별로 필요한 사람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 시점에 맞게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월에 A라는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채용은 최소 2~3월에는 채용을 위한 준비를 포함해 채용에 관한 활동을 하기 시작해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적합성』과 『적시성』을 확보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채용은 일종의 확률게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채용 담당자로서 우리들은 그 확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적합성』과 『적시성』도 모집이 원활해야만 가능합니다. 15년 전에, 지금보다는 사내 헤드헌터 개념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에 직접 인재를 서칭 해서 컨택하고 면접을 진행하는 활동을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오늘날, 특히 스타트업에서 채용에 있어 조금 더 강조되는 건 최대한 많은 지원자를 확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지원자를 모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채용을 전담하는 분들의 경우 앞서 '적합성'보다는 '지원자 확보'와 '적시성'에 더 초점을 맞추는 역할이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채용업무에서 무게중심의 이동과 다양성 관리

채용의 무게중심이 '모집'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고민을 마주하게 됩니다. 짧은 기간에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임에 따라 발생하는 '서로 다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의 이슈입니다. 과거에도 '다름'은 존재했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 다름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지 않았던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조직이라는 공식적 계층구조는 '다름'이 표출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고, 채용에 있어 일종의 상징처럼 이야기되었던 '공채'는 이러한 다름이 아닌 기존에 대한 순응의 관점이 더 반영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서로 다름'을 '다양성'이라 말을 합니다. 아마도 오늘날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성', 어디까지를 다양성으로 볼 것인가?

채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성을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의 다양성이 적정한 수준일까요? 다양성이 혼돈의 상태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어려운 질문이지만 어렵다고 우리가 무시하거나 모른 척 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성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다

동일한 경험을 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그 경험을 정답으로 받아들였고 다른 사람은 그 경험을 생각의 재료로 받아들였습니다. 동일한 기업에서 동일한 직무에서 동일한 상급자의 지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분하자면 이 두 사람은 직접 경험은 동일하지만 간접경험과 추론을 통한 학습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의 차이는 '인식'에 기반합니다. 같은 상황, 맥락 속의 같은 경험이지만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에 따라 동일한 경험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다양성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식'을 다루는 영역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인식'이 눈에 보이지 않음을 기반으로 경시하고 구체적 행동을 통제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통제 방식이 적어도 스타트업을 포함한 우리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발생하는 관료제화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도 일종의 다양성을 통제하지 않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는 다양성을 '통제'하려 했습니다. "왜 할까요?"라는 질문은 항상 "쓸데없는 소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과거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능했습니다. 당시의 세대로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그랬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흔히 세대차이라 말하듯 인식하는 건 과거의 '인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인식'의 서로 다름을 통제하고 무시하는 전략이 '인식'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서로가 이해하는 전략으로 변화가 필요합니다. 


다름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기업마다 그 기준은 '다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 다름을 고민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름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인식'과 상호작용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고민한 '다름'은 '제도'의 모습으로 구성원에게 전달됩니니다. 넷플릭스의 우리가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자유와 책임'이라는 문서에 등장한 문구가 있지요.


"회사에서 진짜 가치는 그럴듯해 보이는 문구가 아니라
누가 보상받고, 승진하고, 해고되는지로 나타난다."


다름을 통제하는 대신 인정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기업에서 누가 보상받고, 승진하고, 해고되는지에 대해 나름의 답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간략한 방식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실제 HR제도의 설계에 있어, 그리고 운영과정에 있어 반영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성을 어느 수준으로 인정할 것인가? 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느 수준으로 인정할 것인가? 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그 답을 기준으로 사람들이 가진 다양성을 판단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방향성을 제도로서 구체화하고 구체화된 제도를 구성원들이 활용하는 운영과정에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가진 '인식'에 있어 연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다양성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채용에 있어 선발보다 모집과정에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이 그리 나쁜 모습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적합성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적합성에 대한 기준이 분명 존재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과거처럼 복잡한 방식이 아닌 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우리 기업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러한 기준들은 결국 HR이 만들어가는 제도로 연결되어 구체화되며 이들은 다시 구성원들을 통해 구체화되고 개선되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의 개선점은 다시 우리가 채용에 있어 모집과 선발 활동에 영향을 주어 모집과 선발을 포함한 채용에 있어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최근 몇몇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채용과 다양성에 대한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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