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Apr 16. 2022

리더, 포지셔닝

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회사에서 저보다 나이가 어린 분들의 수가 늘어나는 시간을 마주하면서 어쩌면 그들보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 경험이 조금은 더 많고 조금은 더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사람으로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곤 합니다. 특히 제가 HR이라는 일을 하고 있기에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일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하는 측면도 있겠지요. HR은 결국 구성원의 동기를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구성원분들이 즐겁고 신나게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가 해야 하는 혹은 지금의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이야기할 때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내가 해본 것 중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함에 있어 도움이 되었거나 좋았던 경험을 다른 누군가가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반대로 내가 해본 것 중 스스로 불편하고 불합리하다 생각했던 경험들을 다른 누군가가 그런 경험을 직접 하지 않고서도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리더'에 대한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위의 생각을 가장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리더'라 부르지 않고 사실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지만 한편으로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습으로서 '리더'를 그려보고 스스로 모습을 투영해 보는 건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상태로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로부터 '리더'로 인정받는 건 그러한 바람직한 상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가적인 것이지 그 자체가 본질이라 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를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리더라 말하는 분들을 보면 그들이 스스로에 대해 수평적이고 합리적이라 말하는 근거로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수행하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리더로서 자신이 의사결정을 하는 건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일을 하기 전에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일 리더 스스로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나름의 말과 행동으로 이행하고 있음에도 무언가 miss-match를 느끼고 있다면, 그 이유로 드리고 싶은 생각거리는 리더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포지셔닝 positioning


포지셔닝은 상품에서 시작한다. 하나의 상품, 서비스, 회사, 단체 혹은 개인으로부터 시작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포지셔닝은 상품에 대해 당신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포지셔닝은 잠재고객의 마인드에 대해 무언가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잠재고객의 마인드에 상품의 위치를 집아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Positioning starts with a product. A piece of merchandise, a service, a company, an institution, or even a person. Perhaps yourself. But positioning is not what you do to a product. Positioning is what you do to the mind of the prospect. That is, you position the product in the mind of the prospect.
Reference. Ries, A. and J. Trout (2001). Positioning: The battle for your mind, McGraw Hill


포지셔닝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난 건 마케팅 수업에서였고 저는 마케팅이 아닌 HR을 하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포지셔닝이라는 단어를 종종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에는 소개하지 않았으나 글의 내용에는 종종  'overcommunicated society'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비단 마케팅, 광고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합니다. 


리더로서 우리 자신을 상품 product으로, 우리와 함께 하는 구성원을 잠재고객 prospect로 본다면 여기에서 포지셔닝은 잠재고객으로서 구성원의 관점에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으로서 리더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리더를 상품으로 생각해보면 리더로서 우리가 구성원의 마인드에 자리를 잡기 위해 필요한 2가지 요건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 고객의 생각을 이끌어내기 

 리더는 경험을 바탕으로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를 개인적으로는 경험을 정답으로 사용하는 대신 경험을 생각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라 말을 합니다. 리더로서 포지셔닝에 있어 중요한 건 우리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구성원의 생각 속의 리더로서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리더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조직에서 리더가 결정을 하지 않고 시간이 늘어진다면 그 또한 그리 즐거운 상황은 아닐 겁니다. 리더로서 포지셔닝은 의사결정을 구성원에게 전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리더와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겁니다. 의사결정 결과가 무엇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의사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내었는가? 또한 중요합니다. 형식적인 듣기 절차는 형식은 갖추었어도 실질적으로 구성원의 마인드에 위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듣고 있으나 듣고 있지 않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음을 우리는 종종 이야기합니다. 구성원으로 일을 할 때는 직접 하면 되지만 리더로서 일을 하는 건 구성원으로 하여금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로서 우리들은 구성원의 의견이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근간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을 통해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구성원으로서 일을 할 때와 리더로서 일을 할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솔직해지기

 고객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솔직함'입니다. 어떤 리더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구성원에게 의견을 이야기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만일 조직에서 구성원이 리더 혹은 조직에 대해 심리적 안정감이 없을 경우 솔직한 답변을 듣지 못할 겁니다. 대략 리더가 좋아할 만한 대답을 하거나 대충 얼버무리는 일들이 일어나겠지요. 솔직해진다는 것은 구성원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리더가 먼저 솔직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구성원에 대한 판단자가 아니라 동료로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Amy C. Edmondson 교수님의 '두려움 없는 조직/ 다산북스'에 나와있는 내용을 일부 소개드립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Speak-Up'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Speak-Up'이란 구성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p015
내가 연구를 진행한 모든 조직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의 정도가 팀별로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중략) 더욱 분명한 사실은 리더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심리적 안정감이 제공되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두려움 없는 조직 / 에이미 에드먼슨 / 다산북스 / p044


리더로서 우리들은 고객으로서 구성원의 마인드에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어 있을까요?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은 리더로서 우리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일까요? 늘 우리를 판단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사람일까요?


좋은 사람이 아닌 올바른 리더

이는 리더가 단순히 구성원에게 항상 Yes를 말하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대신 올바른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리더들이 스스로를 합리적인 리더라 말합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구성원의 의견을 물어보고 의견을 듣는 모습을 취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구성원으로부터 합리적인 리더로 인정받는 이들은 다수가 아닌 소수에 가깝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리더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개인적으로 제안드리는 건 '옳음'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 '옳음'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의견수렴도 조금은 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옳음이란 일종의 방향성입니다.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는 OKR에서 방향성 direction으로서 Objective에 해당합니다. 방향성 direction이 없는 KR은 과거 우리가 경험한 실적 점검, 실적 쪼기, 평가 내지 판단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맺음말

구성원으로부터 솔직함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품으로써 리더를 구성원에게 어필하기 위해 리더로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확신은 리더가 가진 경험과 지식, 생각 등에 기반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확신을 잘못 사용하곤 합니다. 리더가 가진 확신에 대해 구성원의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 대신 리더가 가진 확신을 강제하기도 하고, 리더가 가진 확신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쳐 겸손함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정답으로 두고 다른 이의 다른 경험을 판단하고 서로 다른 경험에 기반한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동일한 외형의 단어를 자신의 경험으로 해석함으로써 상대방의 생각을 잘못된 것으로 지레짐작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어쩌면 리더는 단순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고민하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가진 다양성의 크기만큼 리더는 매우 복잡한 단어이고, 이런 관점에서 리더가 포용하고 다룰 수 있는 다양성의 크기가 그 리더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차례에 걸쳐 리더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있는 이유입니다. 

올바른 리더로서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꼰대와 리더, 같지만 다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