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지시적 관계에서 상호 보완적 관계로의 이행
옛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는 GOP라 부르는 곳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당연히 초소 근무가 주된 임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초소에는 기본적으로 사수와 부사수가 있습니다. 원칙론으로 사수는 전방 경계를, 부사수는 후방 경계를 했지요. 사수가 아무리 뛰어나도 부사수의 후방 경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놓치는 곳이 생기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부사수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수의 전방 경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역시나 놓치는 곳이 발생합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사수와 부사수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각자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음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사수가 아무리 전방 경계를 잘해도 부사수가 후방 경계를 하지 못하면 경계라고 하는 임무는 불완전한 상태가 될 겁니다. 이렇게 보면 사수와 부사수는 상하관계라기보다는 온전함을 갖추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기업에서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는 어떨까요?
짐작하시겠지만 본 글에서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업에서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는 앞서 언급한 군대에서 초소 근무를 설 때의 사수와 부사수의 역할과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서로가 보완관계라 하면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 역할에 대해 우리는 이미 "계층별 리더십"과 같은 표현으로 만들고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이러한 계층별 리더십이 이야기하는 건 단순히 특정 위치가 되려면 이러이러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러한 계층별 리더십을 이해함으로써 일의 완성, 가치의 완성을 위해 각자 해야 할 역할을 인식하고 그 역할들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리더는 적어도 해당 분야에서 조금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존재로서 그 보완적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보면 리더의 역할은 상황에 따라 사뭇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구성원이 가진 경험, 생각의 패턴, 일에 대한 지식 등에 따라 리더는 조금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보완재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비로소 우리가 기대하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구성원의 역할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습니다. 리더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일을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르게 일을 하지 않는다면, 리더가 micro management를 한다면, 구성원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리더와 구성원은 상호 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보완적 관계로서 리더와 구성원을 바라보면 이 관계가 원활히 연결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이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더에게 조금 더 역할을 요구하는 이유는 리더는 조금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왔기에 이들을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구성원보다는 조금 더 상황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재료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음을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들이 경험을 정답이 아닌 재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하는 이유입니다.
회사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사용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Accountability와 Responsibility입니다. 이 단어의 개념을 구분하게 된 건 2015년 출판된 김용진 저자님의 '경영학 사용설명서'에서였고 최근에는 SNS를 통해 윤정구 교수님의 글을 통해 다시 돼 새기고 있기도 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Accountability는 '사전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정구 교수님의 글에서는 이를 '책무'라 말하시고 있습니다. 사전책임으로서 accountability는 우리가 일의 수행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가치를 인식하고 그 가치를 목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가집니다. 반면 사후 책임으로서 responsibility는 사후에 발생하는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일을 수행하는 모습을 갖게 합니다.
보완적 관계로서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responsibility가 아닌 accountability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책임으로서 A는 리더와 구성원이 한 방향으로 가는 데 있어 서로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사후책임으로서 R은 가능한 불편한 일을 서로 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만들 가능성으로 연결됩니다. 만일 리더가 조금 강압적인 성향이라면 구성원 입장에서의 불만과 심리적 불안은 높아질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지향 대신 지양하고자 고민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HR 담당자로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에 있어 상호 보완적 관계보다는 상하 간의 지시-복종 관계가 조금은 더 많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행스러운 건 분명히 그러한 보완적 관계를 고민하고 나름의 노력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는 점일 겁니다. 아니었다면 누구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꺼내지 않는 조직에서 "왜"라는 단어를 꺼낸 누군가가 살아남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이겠죠.
중요한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특정 시점에 멈춰있는 공간이 아니라 매 순간 흐르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흐른다는 것, 움직인다는 건 변화가 그 속도에 상관없이 계속 존재하고 있음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세상 속을 사는 우리들로서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그 변화가 조금 더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우리들의 '의도적 연습'입니다.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에 있어 이 글에서 말하는 보완적 관계가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우리가 조금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민해볼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할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감사합니다.
#리더#구성원#Leader#Follower#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