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라는 이름으로
공대 출신 리더가 있습니다. 그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곳이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모든 건 계산되며 논리적인 연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공대 출신 리더와 함께 일하는 문과계열의 팔로워가 있습니다. 그 역시 회사란 기본적으로 일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곳임을 알고 있지만 가끔은 속 편하게 이야기하고 그 일을 알고 있는 동료, 리더분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기도 합니다.
문과계열의 리더가 있습니다. 그 역시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러 온 곳이기에 그 상호 간 논리와 인과관계도 명확해야 합니다. 그런 문과계열 리더와 함께 일하는 공대 출신 팔로워가 있습니다. 팔로워는 자신의 리더가 명확하지 못하고 애매하고 모호하다고 말합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나누어 적긴 했으나 어찌 보면 심심치 않게 우리들이 만나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에서는 기업은 놀러 온 것이 아니라며 감성이 아닌 이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감성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 그를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기도 하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기업의 구성원이기 이전에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도 합니다. 감정이라는 걸 출근하면서 동시에 집에 분리해 두고 나왔다가 퇴근 후 장착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님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성은 감성보다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습니다. 논리가 있고 눈에 보이는 요소들이 많으니까요. 상대적으로 감성은 그보다 어렵습니다. 일단 보이지 않고 감성이라는 것이 가지는 스펙트럼도 매우 넓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놀이터가 아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회사에서 일을 놀이처럼 재밌게 할 수 있길 바랍니다. 말 그대로 일에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게 되고, 퇴근 시간이 되었으니 가라는 말에 좀 더 해보고 가겠노라는 말이 나오는 그런 상태죠. 마치 어릴 적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저녁 먹어라 는 엄마 목소리에 "1분만"을 외치던 우리들처럼 말이죠. 우리가 놀이터에서 놀 때 이성적으로 계산하며 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냥 조금 더 놀고 싶었고 그래서 외친 거죠. "1분만"이라고.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어느 팀장님이 저에게 오셔서 팀원 이야기를 합니다. 팀장의 기대만큼 일을 잘 못하는 거 같아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하니 일단 울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이야기합시다는 말에 바로 울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 친구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잘 지내는지, 어려운 건 없는지 등등을 이야기하다가 그 친구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지를 건네며 제가 한 말은 "울어도 괜찮아요. 나도 많이 울어요"였습니다. 뮤지컬 시스터엑트를 보다가 수습 수녀의 이야기에 혼자 울었던 이야기나,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재스민 공주의 speechless를 보며 울었던 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나눈 일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는 솔직한 이야기를 건넸고, 이후 그는 제 자리를 잡고 일을 해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일어나 무언가를 하기 위해 때로는 그를 누르고 있는 무언가를 털어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걸 털어낼 수 있다면, 만일 구성원이 그걸 털어낼 수 있도록 리더가 도울 수 있다면 그 리더는 정말 멋진 리더라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만히 돌아보면 어쩌면 우리가 하는 역할은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저 듣고 공감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렇지만 상대방에게는 강하고 소중한 기억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감추었던 자신을 누르던 무언가를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 말이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왜 회사에 와서 울어!라고. 과거 제가 HR을 배우던 시기에는 이 말이 통했습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우는 건 아니라고. 마치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그런 말들처럼. 그 말은 늘 상대방이 아닌 리더의 입장만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이 말이 통용되던 시기에 '공감'이라는 건 회사생활에 있어 쓸모없는 것 내지 사치처럼 여겨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지금은 '공감'이 HR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울고 있다면 '왜 울어?"가 아니라 "울고 싶을 만큼 많이 속상했구나"를 먼저 생각해주신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속상한 일들이 정말 많습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잘 안돼서 속상하고,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잘못 전달되어 속상하기도 하고, 다른 이가 실수한 걸 내가 실수한 것처럼 되어 속상하기도 하고, 그냥 속상한 날인데 아무도 위로해주는 이가 없어 속상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속상한 일을 출근하면서 집에 그 마음을 분리해두고 출근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일수록,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곳일수록 서로의 감정을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받아들여주고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하루를 살아가다 마주한 모습에 대한 생각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