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이었던 듯합니다. A기업에 HR포지션 지원 제안을 받았었습니다. JD의 문구가 조금은 특이했던 포지션이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금은 이상을 추구하는 저에게 있어서는 매력적인 문구였고 집과 조금은 거리가 있음에도 지원을 하고 면접을 봤었습니다. 실무면접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이미 기존의 경험이 있음지만 이를 고집하기보다는 경험에서 좋은 점과 개선점을 고민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 경험과 조금은 다른 모습의 HR을 나름의 논리로 이야기를 드렸고 면접관분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면접 후 헤드헌터 분을 통해 돌아온 피드백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보았던 여러 지원자 중에서 상위 점수를 받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후 임원면접을 보았습니다. 실무면접에서 말씀드린 HR의 모습을 동일하게 말씀드렸지만 면접을 보는 내내 면접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면접관 앞에 앉아 있는 저 역시 그리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했었고 그걸 알아챈 담당자분은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저에게 '미안함'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좋지 않았지만 면접을 나오면서 혹여나 결과가 좋더라도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딱히 속상하지는 않았던 기억입니다.
기성의 HR을 경험했습니다. 상하 간 계층이 강해서 속된 말로 "까라면 까"라는 말이 통하는 기업에서 HR을 경험하고 배우기도 했습니다. 등급제에 기반한 상대평가제도를 운영도 해보고 0.1점 차이로 커트라인에 걸려 등급이 나뉘는 상황을 눈으로 마주했었고, 조금 더 합리적인 평가를 위해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직접 직무분석을 하고 역량사전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완전한 수평조직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HR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등급제에 기반한 개인평가를 폐지하고 코칭 기반 평가제도를 도입해보기도 했고,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의 성과관리에서 팀 혹은 One-Team으로서 기업조직에 초점을 맞춘 성과관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직무분석 절차 대신 팀 단위 직무정보도출 워크숍을 설계하고 운영해보기도 했었지요. 그 당시 전문성을 실무 관점에서 다루기 시작한 건 이후 지금까지 제가 HR을 이야기하며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17년차 HR실무자로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남들의 인정을 받는 것보다 제가 HR을 해온 시간이 이야기하고 있는 HR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쫓아가는 데 조금 더 집중하고자 노력하면서 말이죠. 월급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나오는 안정적인 기업들을 놔두고 왜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는가?라는 어느 분들의 질문에 대한 제가 드리는 답이기도 합니다. HR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HR이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방법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작은 자극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 할까요.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생각해온 HR의 방향성 내지 추구하는 바가 바뀌지는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일 바람직한 상태로서 HR의 모습이 계속 바뀌고 있다면 저 역시 HR이라는 일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죠. 어쩌면 지금 시점에는 나름의 확신의 영역으로 한 발 정도는 내딛고 있다고도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확신의 영역으로 생각이 이동하면서 HR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더 다듬어지고 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우공이산이라는 단어를 간직하고 다니지만 한편으로는 직접 내 손으로 그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기업이라는 조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 성과와 연결된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HR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 말이죠. HR실무자로서 해보고 싶은 마지막 모습에 대한 바램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조금은 아쉬움이 맴도는 시간에 생각을 ppt로 조금 그려 보았습니다. 스스로를 달래는 일이기도 하겠죠.
기존의 HR에서 HR스스로 벗어나는 변화를 한다는 게 참 어렵다는 걸 다시 느끼는 요즘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생각을 도식으로 그려봅니다. 조직과 개인의 성과와 성장을 연결하는 그림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혼자만 가지는 아쉬움을 담아 그 도식을 간단히 기록으로 남깁니다.
스마트폰과 같이 심플하고 직관적이지만 강력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HR을 그려봅니다. 원리는 가장 단순한 상태인 본질을 향한 여정입니다. 제도를 구성하는 복잡한 요소들과 그 요소들간의 구체적인 관계는 HR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R은 스마트폰을 설계하고 구성원은 이를 활용하여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갑니다. HR은 구성원이 보다 자율적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가치를 만들어가는 환경을 구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