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과정으로서 인사기획
"인사기획을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사기획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주세요"
간혹 HR 커뮤니티를 떠돌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만나곤 합니다. 한편으로는 뭐라도 남겨보고 싶은 마음에 클릭을 했다가 이내 다시 페이지를 나오곤 합니다. 아무래도 질문자가 원하는 답을 제시할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래도 HR을 17년이나 했다고 하면서 이런 질문에 대해 답을 하나 못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 질문을 마주할 때면 제 머릿속에는 몇 가지 질문이 등장합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인사기획'이란 무엇일까?"
"글쓴이가 생각하는 인사기획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인사기획이란 배우는 것일까?"
인사기획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인사기획을 멋진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거나 멋진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HR을 경험을 받아들이던 시기에 저 역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단 멋있고 세련된 느낌이 있었거든요. 지금의 제가 생각하는 인사기획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 구성원과 소통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활동"
인사기획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상태 혹은 모습을 만들어야 우리가 인사기획을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인사기획이라는 활동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성과는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화려한 보고서 혹은 경영진의 승인을 득하였거나 경영진으로부터 잘했어라는 말을 듣는 상태로 말할 수 있겠지만 위의 인사기획이란 무엇인가? 에서 언급한 정의를 빌어 제가 생각하는 인사기획을 잘한다는 것의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 구성원과 제도를 통해 소통하는 상태"
제도를 통해 소통한다는 것은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목적으로 만든 제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 근태관리, 복지제도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HR은 늘 현업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 상호작용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서로에게 보다 풍부한 서로에 대한 이해를 확보하는 것도 제도를 통해 소통하는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논리적인 보고서라 하더라도 운영과정에서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인사기획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아야 할 일일 겁니다.
인사기획이란 배우는 것일까?
앞의 두 가지 인사기획에 대한 질문을 기반으로 '인사기획이란 배우는 것일까?'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전체적인 제 생각은 "네 맞습니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배우는'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작성한 어느 글에서 '학습'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를 teaching/ experiencing/ thinking의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Teaching area에서 배움은 우리가 학창 시절 마주했던 경험과 같습니다. 선생님, 선배, 책, 교육과정 등을 통해 배우는 것입니다. Experencing area는 teaching area에서 만난 배움을 실제 경험으로서 구체화하는 과정입니다. Experiencing area는 MBO를 책으로만 배우다가 실제 자신의 MBO sheet를 작성해야 하는 순간을 만났을 때 당황스러움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Thinking area는 일종의 '성찰 reflection'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one-way로 배운 지식과 우리가 수행한 경험들에 대하여 그들의 좋은 점과 개선점,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하는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더 나은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인사기획이란 위의 세 가지 영역의 배움을 모두 포함하는 관점에서 '배우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배움이 수학공식을 외우듯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양한 외부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스스로 경험화하고 이를 돌아봄으로써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인사기획을 정말 잘하고 싶다면?
짐작하시듯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의견을 드리면 최대한 많이 지식과 생각들을 배우시고(teaching), 그들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시고, 100%가 아닌 10%라도 반영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반영해보고, 스스로 돌아보고(thinking) 다양한 분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보시는(teaching) 과정을 계속 반복해보시는 것으로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나는 인사기획을 할 수 없는가?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 겁니다. 조심스레 말씀드리면 100% 완벽한 인사기획이란 없습니다. 위의 배움에 있어 3가지 영역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이 3가지 배움은 HR을 오래 했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것의 성질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료이긴 하지만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현장에서 17년을 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이 배움은 지금도 제가 하고 있는 배움의 루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당장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시다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역시 '책'입니다. Teaching area에서 배운 지식들은 우리가 경험과 생각을 하기 위한 소중한 재료들이 됩니다. 재료가 쌓이면 우리 머리는 자연스럽게 그 재료들을 연결하여 우리들의 생각과 경험을 만들어낼 겁니다. TET의 순환고리가 시작되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노무업무를 잘하려면 노동조합이 없음을 전제로 근로기준법 등의 개별 노동관계법령을 먼저 배우시고, 해석을 위해 판례를 자주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등의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인사기획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드리긴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커뮤니티에서 계속 머뭇거린 이유이기도 하겠죠. 짧게 무언가를 설명한다는 게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사기획과 인사운영을 구분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인사기획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사운영에서 만날 수 있는 현장에 대한 이해와 상시적인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인사기획을 잘하려면 어떤 책을 봐야 할까요? 와 같은 질문들을 계속 만나면서 마음속에 일종의 조급함이 쌓였던 듯합니다. 인사기획이란 정답을 맞추거나 퍼즐을 맞춰서 완성되었어를 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00%를 향해 한 발씩 더 나아가는 개념임임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오늘날처럼 사회환경이 '변화'라는 단어를 외치고 있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겠지요. 과거에는 100점이라 했던 제도가 더 이상 100점이 아닌 제도가 되어 있으니까요.
인사기획은 배움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배움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