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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l 10. 2022

Comport zone과 리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 역시 여전히 경험이라는 걸 하고 있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과정에 있고,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가진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사람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황하게 풀어냈지만 간단히 말하면 제가 살아가는 중심에 경험이라는 게 있음을 말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고객경험을 말하고, HR에서는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을 말합니다. 혹자는 HR이 임직원의 경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도 말을 합니다. HR을 하는 입장에서 사실 이런 맥락의 말을 선뜻 받아들지는 못하는 1인이 있다면 거기에 저도 속해 있습니다. HR은 임직원이 경험을 할 수 있는, 그중에서도 일을 중심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을 할 수는 있으나, HR이 직원 경험을 직접 만들어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비유가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부모님이 아이들이 자라서 무엇이 될 것인가를 정해줄 수는 없습니다. 조금 더 삶을 살아온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아직 경험하지 못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무언가를 알게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그들에게 삶의 방식과 방향을 정해서 따르게 하는 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수 있습니다. 


경험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분들의 연구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공부하게 될 부분이라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배우고 생각하며 하나씩 기록을 해보겠습니다. 사실 오늘 글을 쓰려는 부분은 경험이 주는 익숙함에 기반한 comport zone과 leadership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험은 "해봤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지나온 어느 시간에 우리가 마주했던 시간을 채웠던 우리의 생각, 행동, 말, 일의 결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채워가며 우리는 경험을 쌓아갑니다. 이들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통해 우리들의 경험을 인정받고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분야에서 오래 일했다는 것만으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전문성이란 단순히 산술적으로 시간을 계산하여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두 명의 사람이 동일한 10년이라는 시간과 동일한 조직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했던 경험도 그랬습니다. 동일한 조직에서 동일한 일을 했던 동갑내기 동료는 저를 보면서 HR을 잘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에 있었지요. 그 말을 듣는 입장에서 저는 그가 comport zone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선배들이 해서 나름의 결과가 만들어진 상태,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전지대에서 머물러 있다고 말이죠. 저도 선배들이 해왔던 방식과 결과를 경험하고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개운하지 않음이나 불편함, 스스로 불합리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씩 바꿔보려 했음이 한 스푼 추가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예를 들면 평가가 그랬습니다. 100명의 직원 중 51명이 동의하면 평가제도는 나름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다는 말이 그렇습니다. 가능하다면 51명이 아니라 52명이나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평가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와 같은 고민들로 이어지고 브런치를 통해 남기는 생각들은 이러한 경험에 기반한 생각과 질문에 대해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답들의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Comport zone과 리더

Comport zone을 기준으로 리더를 구분해 보면 다음 두 가지 유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comport zone을 기반으로 그 comport zone을 확장하는 리더와 자신이 경험한 comport zone에 머물러 있는 리더입니다. 


Comport zone에 머물러 있는 리더

이들은 제가 평소 하는 표현으로 바꿔 보면 "경험을 정답으로 활용하는 리더"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경험한 것에 대한 구체성과 확신이 있기에 자신이 가진 경험을 기준으로 오늘을 판단합니다. 이는 과거가 오늘을 판단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10년 전 HR경험을 가지고 10년 후 조직에서 적용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보이는 가장 흔한 모습 중 하나는 선택편향입니다. 이들은 과거 자신의 경험이라고 하는 지극히 적은 수의 표본을 기반으로 일반화하여 판단을 합니다. 자신의 경험에 부합되는 자료들은 수용하지만 이와 다른 자료들을 배제합니다. 이러한 선택편향은 다시 확증편향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경험에 부합되는 자료들만 반복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확신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다른 정보들을 배제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리더도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머릿속에 일의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으므로 빠르게 프로세스를 정리한다거나 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입니다. 


Comport zone을 확장시키는 리더

이들은 제가 평소 하는 표현으로 바꿔 보면 "경험을 재료로 활용하는 리더"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경험한 것에 대한 구체성과 확신이 있지만 동시에 그 경험이 매우 적은 표본일 수 있음을 알기에 자신의 경험에 겸손하고 다른 경험과의 만남을 위한 노력을 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배운다는 건 자신의 경험을 넓혀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comport zone을 확장시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사실 comport zone을 확장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는 스스로 자신의 comport zone을 나와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팀장인데 나는 10년 넘게 일을 해왔는데 이제 2~3년 일을 한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실수나 모르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랄까요. 그런데 이런 상황도 생각해보면 어렵지만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극 중 우영우 변호사는 정명석 변호사가 지시한 일에 다른 의견을 제시합니다. 살인미수에 대한 집행유예를 받아라는 정명석 변호사의 지시와 다르게 살인미수에 대한 무죄를 주장하겠다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장면입니다. 정명석 변호사의 첫 대응은 우영우 변호사가 잘못했다 였지만 설명을 듣고 난 후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잘했네. 이런 건 내가 먼저 확인했어야 하는 건데. 내가 생각이 짧았네"

변호인 의견서에 대한 극 중 정명석 변호사의 태도는 두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처음 의견서를 접했을 때는 변호사로서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comport zone에 머물러 있지요. 이 상태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거 딱 보면 모르겠어요?"

이후 우영우 변호사의 설명을 들은 그는 자신이 경험에 갇혀 본질을 바라보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스스로 comport zone에서 나오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리더가 comport zone에서 나오는 방법

위의 드라마를 생각해 보면 그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리더로서 구성원의 의견을 판단하지 않고 많이 듣는 것입니다. 리더로서 판단하겠다는 자세를 가진 상태에서 리더는 자신의 comport zone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이미 판단의 기준으로서 경험을 정답의 자리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리더는 의사결정을 합니다. 때로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책임(responsibility)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동일한 의사결정과 동일한 책임이지만 누군가는 공감을 이끌어내고 누군가는 독불장군이 됩니다. 


전문성을 이야기하며 종종 제가 소개하는 경험이 있습니다. 국내 모 대기업의 엔지니어분이었는데 같이 식사를 하면서 자신 스스로를 전문가로 표현하고 동시에 저에게는 전문가가 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comport zone에서 머물러 있는 전문가로 이야기했습니다. 대신 저에게는 자신처럼 comport zone에서 머물러 있는 전문가의 모습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이죠. 


개인적으로도 comport zone에서 나온다는 건 쉽지만은 않습니다. 내가 모르는 영역에 대해 내 스스로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 아닌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부족함을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경험의 comport zone을 더욱 확장시켜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Comport zone에서 벗어남으로써 comport zone을 넓혀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Kurt Lewin의 변화단계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변화를 하려면 먼저 얼어있는 현재 상태를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해동하고 이후 이동을 거쳐 다시 재동결하는 과정으로 이어짐을 말합니다. Comport zone 안에서 우리는 안정적인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물이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 상태와 같습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비로소 이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얼음에 열과 같은 의도적인 행위나 인식이 필요할 겁니다. Comport zone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두 발 중 한 발을 zone의 바깥으로 내딛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comport zone을 넓혀가게 됩니다. (Refreezing)


지금의 우리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스타트업에서 우리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우리 기업에서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HR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해야 할까요?


우리들이 현장에서 일과 사람과 조직을 마주하며 생각해볼 주제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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