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말이 가지는 힘에 대하여
"어른으로써 미안합니다"
과거 어느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이 말을 들은 드라마 속 인물은 혼자 이렇게 독백을 합니다.
"이상한 어른들"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어른, 리더를 생각해보는 것이 이번 글의 이야기 주제입니다.
흔히 빨간펜이라 우리는 말하기도 하지요. 보고서를 보고 맞춤법, 띄어쓰기, 줄 간격과 폰트, 글씨 크기나 열 맞춤 등에 꽂혀 보고서 수정을 지시하는 경우들입니다. 경험으로만 따지면 개인적으로도 나름 제법의 경험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누군가의 보고서를 확인하고 결재를 하는 상황에서 간혹 눈에 걸리는, 위에서 언급한 빨간펜의 대상들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일단 눈에 보였는데 그걸 그냥 결재하기엔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우리는 어떻게 말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이거 틀렸어. 다시 해와. 왜 자꾸 이런 걸 틀려"
어떤 리더가 위 상황에서 하는 말입니다. 사실 주니어 시절 제가 들었던 빨간펜 피드백의 주된 유형이기도 합니다. "숫자 1을 (1)로 바꾸고, 줄 간격 1.5로 바꾸고, (1.3은 뭐지?), 폰트, 글씨 크기 조정하고" 등의 주문이 쏟아집니다. 사실 정말 틀린 것이라 말할 수는 없는 대상들이지만 리더는 그걸 틀렸다는 메시지로 우리들에게 전달합니다.
"미안하지만 이거 이렇게 수정해줄래요."
어떤 리더는 이렇게 말합니다. "숫자 1을 (1)로 바꾸고, 줄 간격 1.5로 바꾸고, (1.3은 뭐지?), 폰트, 글씨 크기 조정하고"의 주문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그 피드백을 듣는 우리들에게 들어오는 인식은 다르지요. 앞의 경우에서 우리들은 뭐 이런 걸 가지고 시비(?)를 걸까? 의 스탠스를 가지게 되지만 후자의 경우 우리들은 다음부터 이렇게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최근 어느 동료분이 결재문서를 가져왔습니다. 눈에 빨간펜의 대상이 보였고 그 친구를 불러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이거 오타인 거 같은데 한번 확인해줄래요" 그 동료분은 한 글자를 수정해서 가져왔고, 미안하지만 이라는 제 말에 오히려 본인이 봤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을 합니다.
어쩌면 리더의 입장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한 글자라 하더라도 오타나 맞춤법이 틀렸다는 건 사실관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리더가 하는 '미안함'의 표시는 실제로 잘못해서 '미안함'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실수를 불안이 아닌 편하게 바라보고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크게 2가지를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일을 제대로 올바르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치로서 역할을 통해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것입니다. 질책과 질타는 이 두 가지 역할에 있어 모두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일을 제대로 올바르게 하는 데 있어 질책과 질타의 말은 상대방이 가진 생각들이 표현되어 리더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방해합니다. 코칭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코치와 코치이가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질책과 질타의 말은 이러한 과정이 만들어지지 않게 합니다. 리더가 맡고 있는 조직 내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무너지고 침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리더의 미안하다는 말은 이 두 가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도움을 제공합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실수를 이해하고 스스로 인식하여 일을 조금 더 온전하게 할 수 있는 존재로서 스스로 행동하는 존재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동시에 리더는 자신과 다른 방식, 생각, 의견을 접함으로써 리더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리더의 말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리더의 말을 통해 구성원들은 리더와의 관계성을 인식합니다. 리더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리더가 정말 구성원을 생각하는지 자신만을 생각하는지, 리더가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리더가 사람을 존중하고 있는지 도구로 보는지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에서 리더의 말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리더의 미안하다는 말은 리더가 잘못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거나 못하는 리더들은 이 단어 자체를 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리더의 말은 그 외형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더의 미안하다는 말은 단순히 '잘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리더의 말에 대해 , 리더의 미안하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