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Jul 30. 2022

시스템 조직의 의미

사람 중심 조직과 시스템 중심 조직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조금은 아이러니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기업이라는 조직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서 시스템이란 IT를 포함한 물리적인 시스템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종의 조직문화와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하고, 누가 승진하고 누가 적합하지 않은가?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HR은 제도를 활용합니다. 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설계되고 그 취지가 구성원에게 전달되어 있다면, 그리고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 결과가 도출되었다면 때론 특정 개인 입장에서 서운함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정당하지 않거나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 말하긴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제도의 취지와 운영방식과 결과가 모두 공유되어 운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제도는 그 제도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이 동일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회사에서는 이러면 안돼 라고 하는 무언가와 같은 무언가(?)입니다. 제도가 지나치게 강하면, 그래서 제도가 구성원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적용되면 그 조직은 다양성과 자율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제가 경험했던 수직구조가 강한 조직에서처럼 그 누구도 "왜"라는 단어를 꺼내지 못했던 모습이 나타날 겁니다. 그래서 제도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구성원의 판단을 도와주는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사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제도와 구성원의 판단을 도와주는 기준으로서 제도의 외형은 서로 다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식'입니다. 기업 구성원이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BSC를 포함해 현재 OKR을 도입했지만 우리 기업의 OKR이 구글에서 OKR와 같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도의 외형과 절차는 분명 중요하지만 그 제도가 구성원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경험상 사람의 인식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화의 과정

HR과의 대화일 수도 있고 상급자와의 대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대표이사와 같이 경영진과의 대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만든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라고 판단을 하게 되면 외형은 대화를 위함이지만 실제 전달되는 메시지는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가 될 겁니다. 구성원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며 말을 중간에 자르거나 구성원의 말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그렇겠지요. 만일 평소의 말이나 행동이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이 자신보다 모르고 낮은 존재라 생각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면 외형상의 대화를 위한 도구로서 제도들은 그 외형과 다른 인식의 형성으로 이어지게 할 겁니다. 


2. 관찰의 과정

관찰의 과정은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주변인으로서 바라보고 간접 경험하면서 인식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사소한 예로 과거 회사 행사를 하면서 특정 미션을 달성한 분들에게 일종의 행운권을 주고 추첨을 통해 상품을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일부는 특정 미션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HR에 와서 줄 수 있냐고 물었지요. 만일 제가 그 상황에서 행운권을 미션을 달성하지 못한 구성원에게 지급했다면 어땠을까요? 누군가는 굳이 미션을 달성하기보다 HR이나 경영진에 잘 보이자는 인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늦게까지 술을 먹고 늦게 출근하는 직원을 보고 아무도 주의나 제재를 하지 않는다면, 그런데 다른 직원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보면 시스템이란 결국 사람으로 연결된다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특정 사람을 기준으로 조직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사람들이 연결되어 조직이 움직인다는 점일 겁니다. 사람 중심 조직은 특정 소수의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이 움직이지만 시스템 중심 조직에서는 다수의 생각이 연결되어 조직이 움직입니다. 물론 시스템 중심 조직에서도 기준점이 되는 역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역할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판사봉을 두드리는 역할이 아니라 연결자로서 역할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제도를 이야기하며 궁극적으로는 제도가 없어도 되는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과 같은 역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사람 중심 조직과 시스템 중심 조직을 일전에 HR을 이야기하며 소개드렸던 그림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 중심 조직(왼편 그림)과 시스템 중심 조직(오른편 그림)

우리 조직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모습을 지향하고 있을까요?

생각할 질문으로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의 말 '미안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