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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ug 19. 2022

HR실무자를 응원합니다

최근 모 커뮤니티에서 인사팀에 대한 쓴소리를 마주했습니다. 글을 남기신 분은 아마도 해당 기업의 인사팀에 대해 일종의 불신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일전 어느 글에서 소개드린 일화가 있었죠. 함께 일하는 다른 부서의 팀원분이 집에 가서 회사의 인사팀을 믿는다고 말하자 해당 남편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인사팀은 믿으면 안돼"


며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조금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을 풀어내는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HR 혹은 인사라는 일을 왜 할까요?"


17년이라는 HR실무자로서 시간 속에서 저에게 있어 이 질문은 계속 다듬고 풀어가야 할, 어쩌면 적어도 제 삶에서 정답을 찾기란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그런 질문이었고 여전히 그렇기도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현재 시점에서의 답으로 처음 HR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도움'이라는 단어로 연결 지어 생각을 했고, 지금은 '성장'이라는 단어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질문에 대하여 HR은 당연히 사용자 입장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흔하진 않지만 최근에는 HR이 당연히 근로자 편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 일종의 지원군이 생기면 어쩌면 조금 더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제가 살아온 HR실무자로서 시간이 저에게 사용자 편이 되어라라고 말하고 있다면 혹은 근로자 편이 되어라라고 말하고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을 겁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지나온 시간들이 저에게 이야기하는 건 '어느 편도 되지 말아라'입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균형'이라 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자전거를 좀 늦게 배웠습니다. 한참 연습할 때 일이었는데요. 자전거를 타다가 기우뚱하며 넘어질 듯한 순간이 있었고 순간적으로 페달을 밟았었지요. 결과론으로 저는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는 균형을 유지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요. 위에서 표현한 '균형'이라는 단어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이 아니라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관점에서 '균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균형을 만들어가는 역할로서 지금의 제가 하는 이야기가  '성장'이고 '성과' 대신 '성장'을 관리한다는 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HR 혹은 인사라는 일을 왜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답으로 제가 드리는 답은 "성장"을 위해서라고 말을 합니다. 기업과 구성원이 성장하는 환경으로서 HR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2cm의 자가 있다면 1cm 지점이 정확히 균형점이 되겠지만 HR에서 균형점은 이렇게 계산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그래서 HR은 어렵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균형점을 찾아 나서는 지난한 여정 속에서 우리는 당장 현실에서 HR을 해야 하기에 불완전한 상태로, 우리도 계속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는 상태를 현재 시점에서 균형점으로 제시를 해야 하고 그러도록 요구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HR을 모두가 원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HR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름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실 HR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균형점을 찾는 방법이 있다면 최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마주하는 일이겠지만 이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이를 다양성을 관리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다양성을 마주하고 다루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연결됩니다. HR을 하며 다양성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여기에 한 가지 더 불완전한 요소가 존재합니다. HR을 하는 우리들도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누군가의 칭찬에 즐거워하고 누군가의 비판에 마음 아파하는 감정을 가진 존재입니다. 수많은 HR실무자들이 나름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 뵈었던 많은 분들이 그랬습니다. 때론 우리들 마음에 안들 수 있지만 수많은 HR실무자분들이 제가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한 나름의 여정을 만들어가고 있을 것을 믿습니다. 


간혹 뜻밖의 공간에서 인사팀에 대한 불만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글처럼 말이죠.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는 없을 겁니다.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무언가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제가 살아온 HR실무자로서 시간 속에서 만났던 또 다른 HR실무자분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노력을 해왔고 하고 있는 분들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정말 아니라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제가 마주한 글의 내용처럼 인사팀이 인사팀만 챙기는 모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대다수의 HR실무자로서 우리들은 좀 더 올바른 일로서 균형점을 찾기 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음을 생각으로 남깁니다. 


수년 전 어느 HR콘퍼런스의 참석후기 중 한 분의 말을 기억합니다.

"배우러 왔는데 힐링하고 간다"

콘퍼런스니까 당연히 배우고 공부하고 하나라도 더 알아가기 위해 왔는데 같은 생각, 같은 고민을 하는 HR 담당자들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치유를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그 여정에 뛰어들어 하나씩 불을 밝혀나가고 있는 HR실무자분들께 응원의 글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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