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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an 14. 2017

직무분석이란...

기계화 원칙을 넘어 통합원칙으로의 확장을 바라며

피터 드러커 교수님의 '경영의 실제'를 읽으면서 최근 방영된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우선 책 문구를 잠시 소개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외과의사가 하는 수술은 수술 대상 부위의 가장 작은 부분들을 개별 동작으로 분해하는 일을 기초로 하고 있다. 젊은 외과의들은 한 수술부위 내의 이런저런 결절들을 어떻게 결합하는지, 수술도구의 사용법을 어떻게 바꾸는지, 또는 수술 부위를 어떻게 봉합하는지 수개월 동안 내내 연습한다. 이런 동작들 하나하나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동작은 1초의 몇 분의 1이라도 빨리 수술하기 위해 다른 동작은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또 다른 동작은 제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p435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언급하는 건 제가 요즘 꽂혀있는 주제가 '직무'이고, 이 직무를 다루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교수님의 글과 생각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무분석과 관련해 제가 언급했던 이야기를 잠시 소개드리면,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를 쉽게 오르는 걸 보면서 어머니는 ‘잘 타네’라는 말을 하신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자전거를 타는 건 내 몸이 익힌 것인데, 사실 난 머리 속으로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 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 탈 때 굴러서 타는지 아니면 세운 상태에서 타는지, 오르막길에서 기어를 몇 단으로 놓는지, 브레이크를 잡을 때 왼쪽과 오른쪽 중 어디를 먼저 잡는지 혹은 동시에 잡는지, 자전거를 내릴 때 달리는 중에 내리는지 세운 후 내리는지, 한 손으로 탈 때 내 몸의 자세는 어떠한 지 등등의 수많은 요소들에 대해 내 머리 속은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직무분석이라는 게 어쩌면 그런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자전거를 타기 위해 내 몸을 움직여 수행해야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명문화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고 확인하고 검증하고 수정하여 개선할 수 있게 구체화하는 것이 직무분석이라고.

결국 직무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 관찰하고 돌아보고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의 피드백들을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듣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게 아마도 가장 본질에 가깝게 가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우려의 소리들을 듣곤 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러한 것을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으로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의 힘이 탁 풀립니다. 그게 현실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는 요소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장면을 떠올린 드라마는 "낭만 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입니다. 그 드라마에서 돌담 병원의 의사의 모습에 인공 재료를 주문해서 반복하면서 시간을 재는 모습이 몇 차례 보입니다. 그들은 알고 있겠죠. 이미 그들이 수술실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어쩌면 본원의 의사들은 그들이 배운 대로 , 직무기술서에 정해진 대로 그렇게만 해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그저 배우고 반복 숙달을 한 셈이죠. 하지만 김사부의 그의 가족들은 그들이 배운 것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8시간이 넘는 게 일반적인 수술을 그들은 6시간 2분으로 줄여놓죠. 교수님의 말을 빌면 본원의 의사들은 직무설계의 원칙 중 '기계화 원칙 Mechanization'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돌담 병원의 의사들은 '통합원칙 Integration'의 영역으로 넘어갔죠. "인간의 독특한 속성, 즉 많은 사물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판단하고, 계획하고, 그리고 바꾸는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동작을 통합한다. p434"라고.

기계화원칙Machanizatiton을 넘어 통합원칙Integration으로.


직무분석을 기계화 원칙으로 바라볼 것인지, 통합원칙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여 인간이 가진 독특한 속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지는 결국 우리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그럴 의지가 있다면 직무분석이라는 게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가까운 것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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