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소통, 대화의 방식
6년쯤 전에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동료가 있습니다. 외형으로 놓고 보면 그 친구와 저는 참 많이 달랐지요. 일단 나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있었죠. 저는 국내에서 태어나 줄곧 국내에서 자랐지만 그 친구는 어릴 적 캐나다로 유학을 가서 대학원 석사까지 줄곧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군대 문제로 잠시 들어와 병역특례를 진행중이었지요. 그 친구는 공대생으로 공학도의 길을 걷고 있었고, 저는 사회대 생으로 HR이라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친구와 저는 같은 날 입사를 했고 같이 OJT를 받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좀 더 빨리 친해졌고 대화도 자주 하게 되었지요.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간혹 서로가 모르는 단어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저에겐 익숙한 한자가 섞인 단어들, 사실은 우리가 한자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단어들에 대해 그 친구는 종종 낯설어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둘은 서로가 아는 의미를 이야기해주며 대화를 했습니다. '그것도 몰라?'가 아니라 '이제 알면 되지'의 마음가짐이라고 할까요. 그는 영어에 능숙했고 저는 상대적으로 그보다는 한자를 아는 편이었으니 이제 남은 건 서로가 잘하는 걸 서로에게 전달해주는 일인 거죠.
이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모른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얕잡아보는 마음 대신 서로의 아는 것을 전달하고 서로의 아는 것을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으니 그 친구에게 그것도 모른다고 핀잔을 하는 대신, 그 친구가 영어를 워낙 잘하는데 반해 제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공부했으면서도 영어를 여전히 그리 잘하지 못한다고 핀잔을 주는 대신 서로가 모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서로가 아는 것들을 서로에게 전해주었습니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20대 공학도와 국내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30대 사회대생의 대화가 가능했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언론에 한두 번 씩 등장하는 문해력 이슈나 MZ세대와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이슈를 제가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합니다. '심심한 甚深한'이라는 표현, '사흘'이라는 표현을 모를 수는 있습니다. 중요한 건 모른다고 핀잔을 주거나 문제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러한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다'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르는 것을 하나 더 아는 것이 모른다고 누군가에게 핀잔을 건네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MZ세대 친구들과 일을 합니다. 가끔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제가 모르는 단어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한 친구가 물어봅니다. "팀장님 이 단어 아세요?" 이 상황에서 제 대답은 주로 '모른다'입니다. 실제 요즘 새로운 말들이 그리 익숙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 친구들과 대화에서 덕분에 하나 더 알아가게 됩니다.
문해력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요? 나이가 들면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까요? 제가 몇 번의 글에서 '문제'라는 단어를 '현재 상태와 바람직한 상태 사이의 차이/거리'라고 말을 했었지요. 그렇다면 문해력이 부족하다가 '문제'라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을 시키면 될까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 '트렌드'에 대한 교육을 시키면 될까요? 이러한 방식이 어쩌면 지금 당장의 현상을 줄여줄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지는 않을까요? 그러면 그때 또 누군가의 문해력이 문제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신입사원 시절에 일을 하다 몰라서 선임에게 물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선임으로서 신입사원이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들의 선임은, 그리고 선임으로서 우리들은 어떻게 행동했었을까요? 지금 당장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질문자가 한 가지를 더 알게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둘 중 우리는 어느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요? 간혹 '문제'라는 단어를 '현재 상태와 바람직한 사이의 거리'로 이야기를 하고 문제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문제라는 단어를 특정 사람에게 귀속시키면 그 사람은 말 그대로 '문제 있는 사람'이 되지만 '문제'를 위의 정의로 이해한다면 문제는 우리들이 함께 서로가 좀 더 바람직한 상태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관점의 변화,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이 시나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HR이라는 일을 하는 한 개인의 생각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