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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19. 2022

위치와 포지션,
꾸준히 성장하는 우리들을 그리며

문과+중소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한 사람의 사는 방법론

제가 살아온 시간을 관통해 나름 가지고 있고 노력하고 있는 하나의 방법론이 있습니다. 

사람이든 일이든 일단 경험한다. 경험해보고 옳다고 판단되면 이후 그것을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고 아니라면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는 내용입니다. 첫 직장에서 자신의 사무실에서 잠을 자는 본부장님을 보면서 그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미래에 저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나름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일병을 갓 달았을 때 저녁 점호 전 군화를 닦는 시간에 갑작스러운 집합과 정강이에 날아든 군화를 보면서 잘못된 모습이라 생각했고, 선임이 되고 분대장이 되었을 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고 무사히 전역을 했지요. 90.0점이 A가 되고 89.9점이 B가 되는 평가제도를 보면서 절차상의 합리성은 주장할 수 있더라도 내용상의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생각했고 '기준이 그래서 어쩔 수 없어'라는 말 대신 실질적인 판단을 하기 위한 제도의 운영적 장치들을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무조건 상대평가가, 절대평가가 어느 일방이 옳고 틀린 것이 아니라 무엇이 좋고 무엇이 그른지를 경험하고 좋은 건 유지하면서 그르다고 판단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직 계층이 강한 조직에서 수평관계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자리를 옮겨 이전 수년간 해왔던 저한테 익숙한 상대평가와 개인평가를 대신 전문성 진단이라는 걸 만들어 운영했던 것도, 그리고 다시 수직적 요소를 가진 조직으로 자리를 옮겼던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입니다. 


생각해보면 단순한 로직이기도 합니다. 해보고 돌아보고 개선하는 방식이지요. 다만 이 방식에는 한 가지 숨어있는 원칙이 있습니다. 경험해서 우리가 돌아보고 좋은 점과 나쁜 점, 다시 말해 배울 점과 배우지 않을 점을 확인하기 전까지 최대한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이직을 해서 첫 출근을 하면 같이 일하게 될 친구들에게 항상 하는 첫 이야기는 "적어도 회사에 대한 이해도는 지금 나보다 먼저 입사한 분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여러분들이 제 선배이기도 하다"는 말입니다. 모든 이들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는 전제가 위의 로직이 작동하는 기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극 중 한 장면을 잠시 생각해 볼까요.

극 중 임동규 선수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여기가 내 집이야. 드림즈가 내 집이라고. 12년 동안 내가 여기서 한 게 엄청 많아.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야구도 모르는 새끼가 굴러와서 내 방을 뺀다네. 단장님, 단장님 해주니까 본인의 위치를 헷갈렸나 봐. 야, 너는 네 가정부가 너 보고 나가라면 나가냐?

이에 대한 극 중 백승수 단장의 대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임동규 선수는 홈런 치고 안타 치고 뛰고 그런 거 하는 사람이고, 나는 팀을 새로 조직하다가 트레이드도 하고 그런 거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위치가 다른 겁니까? 포지션 자체가 다른 겁니다.

- 스토브리그 2화, 대사 중

위에서 언급한 로직과 숨어있는 작동 기제를 갖추고 실행하기 위해 우리는 한 가지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위치와 포지션이라는 두 단어입니다. 위에 소개드린 스토브리그의 대사는 위치와 포지션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임동규는 백승수 단장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집주인으로, 백승수 단장을 가정부로 비유합니다. 이는 위치에 기반한 인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치에 기반한 인식은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신은 항상 옳고 상대방이 항상 잘못한 것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자신은 완벽한 존재로 상대방은 불완전한 존재로 위치시키고 상대방은 배울 것이 없는 사람으로 미리 단정 짓게 만들 겁니다. 위치에 기반한 인식은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성장을 위한 개선의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반면 포지션에 기반한 인식은 서로의 다른 역할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함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에서 포짓 션을 우리는 다른 말로 '일'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HR이라는 일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 만남의 경험,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들과 신뢰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모 커뮤니티에서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속상함을 이야기하는 글을 만났습니다. 문과 출신에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자신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문과 출신 & 중소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또 다른 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고 오늘보다는 내일 하나라도 더 생각하고 경험하고 배우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17년을 살았고 물론 지금도 그 방식을 나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무언가 하나라도, 설사 아주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더 나아진다면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면 우리를 좀 더 일을 잘하고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되게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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