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Dec 03. 2022

인사평가, 그리고 HR의 역할

By opellie의 경험과 생각

인사평가는 단순히 프로세스를 매니징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종합예술이다. 

『인사평가 』라는 단어가 많은 인사담당자 분들의 머리 속에 주요 화두로 제시되기 시작하는 12월입니다. 제가 작성했던 평가에 관한 제법 시간이 지난 시기에 작성했던 글들이 조회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이야기하는 거겠죠. 겸사겸사 제가 만나왔던 평가의 모습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금의 제가 가진 생각들은 결국 그들을 경험하면서 갖게 된 생각들이고 그 생각들을 여전히 제도로서 만들어가려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첫 직장에서 저는 평가를 담당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평가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구요. 당시 저는 평가를 담당하는 팀장님에게 직언을 했다는 이유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팀장님이 제가 낸 의견에 대해 쓸모없는 것으로 보고를 하셔놓고 몇 개월 후에 본인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포장해서 진행을 했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제가 면담을 신청했었거든요. 그게 원인이 되어 승진 등에서 밀려났다는 이야기를 해당 팀에 있는 동기를 통해 전달받고 많이 속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때 제가 배운 건 "나는 나중에 평가를 할 때 저런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상급자가 되어 그 팀장의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누군가는 저를 향해 당시 제가 느꼈던 그 느낌과 생각을 그대로 할거고 저는 제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던 그 모습이 되어 있을테니까요. 


평가에 관해 잊지 못하는 두 번 째 경험은 MBO를 처음 만났을 때 였습니다. 당시 외부 컨설팅을 받아 MBO양식도 설계를 했었는데 다른 구성원분들에게 MBO가 무엇이고를 설명을 해왔던 제가 정작 제 자신의 목표시트를 작성하고자 하는 순간 망설이고 있었지요. 솔직히 당시 제가 작성하는 것이 정말 MBO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고객에게 상품을 팔아야 하는데 제가 팔고자 하는 상품에 대해 스스로도 자신감이 없는 상태라고 할까요. 그때 제가 배운 건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모르고 있을 수 있음"이었습니다. 이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말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들과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하고 있습니다. 


평가에 관해 기억하는 세 번 째 경험은 상대평가를 운영할 때 였습니다. 나름 평가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평가자 오류라는 것도 조금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오류를 줄이기 위한 평균-편차 조정이라는 것도 했었고, 평가제도를 좀더 구성원분들이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평가제도 매뉴얼도 만들었었습니다. 그래도 평가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하던 그때 스스로 개운하지 못했던 건 90점과 89.9점이 등급인원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평가등급이 나뉘는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요즘도 있을 지 모르겠으나 '밀어주기'와 같은 관행도 있었지요. 


이러한 평가 경험들을 통해 기존의 평가제도에 있어 개선할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다음 제가 만난 평가 경험은 제가 이전까지 해왔던 평가제도의 방식을 다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개인평가를 아예 없앴고 개인의 전문성 수준을 진단하고 그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의 제도로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전문성 진단이라는 단어를 인사평가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진 못한 듯 한데 이러한 평가를 했던 시점이 2017년이었으니 당시에는 말 그대로 보고 배우고 모방할 만한 사례 자체가 거의 없었던 기억입니다. 그럼에도 이 경험이 값진 건 개인평가를 없애도, 기존에 수년 간 나름 정답이라 생각했던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의 경험으로 지금도 저는 전문성 진단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평가와 관련된 경험들을 지난 시간 만나오면서 지금의 제가 생각하는 인사평가는 조금은 명확해졌고 조금은 복잡해진 모습의 평가입니다. 인사평가를 담당하는 HR이 인사평가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해야 할 역할은 보다 명확해졌고 한 개인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모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제가 인사평가제도를 운영하는 HR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최대한 다양한 관점의 많은 데이터를 정리하고 제공하는 역할입니다. 다면평가를 통해 개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평소의 관찰이나 활동, 주변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평가자가 좀더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데이터란 사적인 영역의 이야기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과 관련한 그의 행동, 말, 성과, 일 하는 방식, 구성원과의 협업 등이 데이터의 주 대상이 될 겁니다. 이러한 관점은 과거 결과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과정을 평가에 포함시키는 일종의 경험관리와 연결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그 데이터에 대한 HR의 해석을 추가 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 속에는 실제 인사평가위원회에서 간사로 참여를 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의견을 더하기도 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데이터들은 사실 모든 데이터가 모든 사람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때로는 평가자의 주관이 일종의 캐스팅 보트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다름'이 있음에 대해 평가자가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HR이 데이터를 통해 해주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계적으로 평균편차조정을 했다면 지금은 평가자가 한번 더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함으로써 평가자 오류를 줄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cy' 혹은 '열번 째 사람 10th Man Rule'을 HR이 데이터를 통해 제공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Data를 통해 구성원에 대한 평가의 정확성을 높이는 역할

Data를 통해 평가자가 구성원에 대한 보다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


오늘날 제가 생각하고 구체화하려 노력하는 인사평가의 역할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인사평가를 단순히 프로세스를 매니징하는 것이 아니라 말합니다. 오늘날 인사평가는 일종의 종합예술에 가깝습니다. 평가자가 기업과 구성원의 성장 관점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서로 다름이 서로 맞출 수 있음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인사평가라는 행위를 하는 시점이 아니라 지난 1년간이라는 시간을 같이 돌아보고 그 시간 속에 우리들을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종합예술이라고 말이죠. 


코로나 전에는 혼자서 가끔 미술전시회를 다니곤 했습니다. 도슨트 없이 그냥 그림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곤 했지요. 인사평가가 그런 생각들을 기업과 구성원, 리더와 팔로워가 같이 이야기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한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위한 시간으로 말이죠.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팀은 여전히 가치가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