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협력이라는 메시지
제도에 대한 기본 생각 하나
제도는 구성원이 일에 있어 주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다.
구성원이 제도에 의존해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제도는 제도 본질의 목적을 상실한 것이다.
제도에 대한 기본 생각 둘
제도는 구성원을 통제하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연결하는 도구이다.
HR은 제도를 다룹니다. HR이 다루는 제도는 도구입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나 방향성, 정답이 되면 제도는 이상한 모습을 갖기 시작합니다. 제도를 기획하고 운영할 때 우리는 제도가 가지는 본질은 도구임을 항상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구로서 제도는 기업과 구성원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만 정답으로서 제도는 기업과 구성원이 수동적인 존재가 되도록 합니다. 제도가 후자의 방향으로 이어지면 조직에는 권력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제도를 만드는 자와 제도를 적용받는 자로 말이죠. HR이 제도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HR을 담당하는 우리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제도를 만드는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제도는 기업과 구성원을 위함이 목적이지요. 우리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지요. 조금 관점을 바꿔보면 HR을 하는 우리들도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특정인이 아닌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구성원으로서 우리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R&R 워크숍
Role & Responsibility 워크숍을 고민할 때도 위의 제도에 대한 생각은 항상 기본값으로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기업입장에서 경영진과 제도를 설계하는 HR의 생각은 같았지만 구성원분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냥 HR이 직무분석을 해서 직무기술서를 만들었다면 그 기술서가 실제 기업이나 구성원에게 얼마나 그들이 주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돕고, 기업과 구성원의 상호이해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지에 상관없이 HR이 일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HR이 만든 기술서는 구성원들이 업무상 갈등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았고, 이는 구성원들이 문서에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책임 responsibility를 회피하는 도구로 활용될 겁니다. 일반적인 직무분석 방법론 대신 워크숍을 달리 설계한 이유입니다.
내가 만드는 가치를 인식하는 시간, R&R워크숍
기업은 다양한 기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사, 마케팅, 품질, 영업, 생산, 회계 등의 기능들입니다. 이들 기능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직무의 성격, 일 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 다름이 연결되어 기업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를 합니다. R&R은 이들 기능이 연결되는 방식을 정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이 연결되는 방식을 문서로 만들어왔지요. 그렇게 문서를 만들고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대략 느낌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들이 실제로 그 기능 간 연결성을 잘 만드는데 기여를 했는가? 에 대한 회의적인 느낌 말이죠. 더욱이 오늘날 우리들의 많은 조직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환경도 그렇습니다. 스타트업에서 환경은 대기업에서와 그 이름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직무의 범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있던 기업도 그랬습니다. 100명이 안 되는 규모의 조직이었고 급격히 인원을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갖춰가는 것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계한 워크숍은 다음 두 가지 방향성을 기반으로 출발하였습니다.
1. 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참여에 기반해 만든다.
2. R&R, 즉 기능과 기능, 전문성과 전문성이 연결되는 과정을 보다 유연하고 유기적이게 만든다.
시작은 산출물
워크숍의 출발점은 '산출물'에서 시작합니다. 산출물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산출물이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각 기능들이 직접 만드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는' 산출물의 구체성은 각 구성원들이 보다 자신 있고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워크숍의 시작은 각 구성원이 일을 수행하면서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산출물을 리스트업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화면을 띄우고 참석자가 부르는 산출물들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했지만 최근의 워크숍들을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일종의 NGT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다음은 이해관계자
제법 많은 양의 산출물 리스트들이 나왔다면 다음은 이 산출물들을 이용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이해관계자들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앞의 산출물들이 나왔다면 이번 단계는 생각보다 어렵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가치
앞서 산출물을 정의했고 그 산출물을 이용하고 필요로 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각 기능 담당자들은 자신이 만들어 낸 산출물이 어느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본 단계는 이러한 생각을 문장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까지를 포함합니다.
더욱 가치 있는 일이 되기 위해서
자신이 만든 산출물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갖는 시간입니다.
결국은 고객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경영이라는 분야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는 그 중요성이 어느 정도 담보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고객이라는 단어는 영업과 같이 직접 외부 고객을 만나는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HR을 포함한 다른 기능들에게 '고객'이라는 단어는 중요하지만 멀리 있는 단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기업 내 각 기능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고객이 됩니다. 그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각 기능들은 생각하고 행동하고 산출물을 만들어 그들에게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제도는 각 기능들을 권력구조가 아닌 서로에게 필요함을 제공하는 동료로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연결하는 연습을 구성원들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러한 경험이 성공경험으로 이어지고 반복되면 어느 순간 제도가 아니어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 우리들의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HRM관점에서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조직문화로 연결됩니다.
산출물
우리는 워크숍을 하면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협력, 협업 등의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워크숍을 통해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시간 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문서로 정리하여 그 명칭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듭니다. 이 산출물은 구성원분들이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보며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하는 일종의 이정표로서 인공물 artifact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정답이 아닌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로서 문서, 산출물입니다.
협력이라는 메시지
HR제도와 메시지
개인적으로 제도를 메시지라고 표현합니다. 제도에 의도/메시지를 담아 제도로서 구체화하고 이를 구성원이 활용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일관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한편에서는 협력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경쟁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구성원들은 혼란스러워질 겁니다. GMS성장관리시스템에서 '협력'은 GMS가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위의 R&R을 다루는 방식도 "HR이 정해줄 테니 이대로 해!"가 아니라 "기능과 기능, 전문성과 전문성이 서로 연결되어 협력을 어떻게 만들어낼까?"를 이야기하는 관점에서 설계한 워크숍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R&R이라는 하나의 제도를 통해 우리는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내재화하기 위해 우리는 이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과하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 듣기 싫어집니다. 이를 우리는 일상에서 '잔소리'라고 말합니다. 협력이라는 메시지가 잔소리가 되지 않으면서 구성원분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되기 위해 우리는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보다 다양한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제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도록 말이죠. 다음 글에서는 그 서로 다른 제도의 하나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다음 글의 주제 『다면평가제도-부제: 협력이라는 메지시』입니다.
감사합니다.
#GMS#성장관리시스템#HR#Opellie#HR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