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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02. 2023

모난 돌 사람들

"두루뭉술한 돌보다는 모난 돌을 더 선호하는 편이야"
"모가 났다는 거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거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는 거니까"
"그런 게 세상이랑 부딪히면서 점점 자기 모양새를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
-낭만닥터 김사부 지난 시즌 대사 중에서

HR을 처음 만나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을 때 그가 알려준 '어떻게' 를 들으면서 "왜 하는걸까?"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대리~과장 시점에는 무언가 일을 해야 할 때 나름 잘 돌려서 선임 혹은 팀 리더분들에게 (혹여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조심하며)왜 하는지를 물어보기도 했지요. 그 시간들이 지난 지금 저는 제 나름의 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정의 내리고 그렇게 정의한 "왜 하는가"를 나름 증명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왜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성장"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그 방법론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왜 하는가?를 고민하는 모난 돌

지나온 시간에 간혹 들었던 이야기는 '그냥 하라면 해' 였습니다. 어떤 분은 이 문장에 '생각좀 그만하고 일단 움직여'라는 의미를 담기도 했고 어떤 이는 '나도 모르는데 왜 자꾸 물어봐'를 담기도 했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이 아이가 자꾸 대든다'고 받아들이기도 했을 겁니다.

사실 저한테 있어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일을 더 잘 그리고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왜 하는지를 알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그래서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에게는 왜 하는지를 궁금해하는 제가 일종의 모난 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모난 돌 사람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

제가 생각하는 모난 돌은 단순히 사회에 저항하고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지식과 정보를 찾고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모난 돌이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대상의 핵심에는 모난 돌 자신이 있습니다. 그 답은 결국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거니까요.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모난 돌 사람들은 세상과 부딪히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MBO라는 제도를 개념적으로, 이론적으로 배워서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난 돌이 실제 실무에서 MBO를 만나면서 무너지는 경험도, 상대평가를 운영하면서 0.1점으로 등급이 나뉘는 현상을 경험하면서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나름의 표방하는 가치(espoused values)에 지금의 제도가 부합하는가?를 다시 고민하는 경험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모난 돌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고 배우고 정리하면서 아주 작은 걸음이지만 하나씩 할 수 있는 개선이라는 무언가를 시도 합니다. 기존에 경험한 해왔던 대로의 익숙함에서 스스로 움직여 나와 좀더 나은 상태로 이동하기 위한 시도들을 합니다. 

모난 돌 사람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왜 하는가? 라는 질문

어쩌면 모난 돌 사람들은 일부러 모난 돌이 되려 한 건 아닐 겁니다. 다만 그들은 일을 하면서 매 순간 왜 하는지를 계속 반복적으로 물어봤을 뿐입니다. 그러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물어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과 맞지 않는 경험을 마주할 때면 그 경험을 대입하여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을 반복할 뿐입니다. 이를 통해 모난 돌은 '세상이랑 부딪히면서 점점 자기 모양새를 찾아가게' 됩니다.


성장관리시스템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나름 스스로에게 왜 하는가?를 물어보고 답을 찾으려 노력해왔습니다. 2023년 지금의 생각이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뒤에도 유효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생각이 등장하면 '성장'이 아닌 다른 개념들이 중요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2023년 지금 제 머리 속에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제법 명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HR을 해온 17년 남짓의 시간동안 세상의 경험과 부딪히면서 이제야 비로소 제 자신만의 모양새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모습으로 그려보고 있는 것이 성장관리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장관리시스템은 우리들이 각자 모난 돌로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모난 돌이 필요한 시대

모난 돌은 삶의 한  가운데에 자기자신을 놓아둡니다. 피상적으로는 다소 자기중심적인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모난 돌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세상과 부딪히며 비로소 자신의 모양새를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만일 모난 돌이 자기중심적이라면 한 가운데가 아닌 최상위 지점에 자기자신을 두었을 겁니다. 

모난 돌의 자기 자신의 기준은 오히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들을 재료로 자기 자신의 생각을 다듬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모난 돌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세상의 다양성을 중심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봅니다. 이는 다양성의 인정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연습, 하지만 그 다양성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힘으로 연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모난 돌 사람들이 좀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양성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기술의 시대? 사람의 시대!

최근 AI가 대세라 할만큼 자주 단어가 들려 옵니다. 모난 돌에게 있어 AI는 모난 돌을 둘러싼 환경의 하나입니다. 모난  돌은 AI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봅니다. 중요한 건 AI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나 자신을 찾는 것일 겁니다.

HR을 하면서 제도와 사람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망설임없이 제도를 말했지만 HR에게 제도가 중요한 이유에는 결국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멋져도 그건 기술의 시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시대를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되리라는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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