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리더는 중요하다. 진심으로.
HR이 리더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건네는 건 그들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조직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더에게 들리던 HR의 잔소리가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다면 어떤 리더는 더 이상 잔소리가 없으니 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더에게 HR의 잔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건 리더로서 자신의 성장이 멈춘 건 아닌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음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 opellie
HR을 하면서, 특히 HR팀을 리딩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름 해오고자 노력했던 것 중 하나로 조직 내 리더들에 대한 코칭이 있습니다.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익숙하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코칭이란 단어를 아래와 같은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코칭이란,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드는 과정이다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든다는 건 다름과 다름이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HR은 HR의 관점에서 조직과 직무와 사람을 바라보고 그들에게서 관찰된 것들을 기반으로 상대방에게 의견을 제시합니다. 2018년 1월 공식 조직상의 HR리더를 담당하면서 다양한 직무의 리더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어 왔습니다. 그 경험 속 리더분들이 HR의 의견에 대응하는 모습을 나누어 보면 아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유형 1의 리더분들은 대화의 과정을 통해 일관되게 '네가 뭔데 나에게?'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HR리더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서일 수도 있고, 일개 팀장이 그 상위 직책자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기분 나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분들의 경우 HR을 하는 저 역시 어느 시점이 되면 피드백을 멈추곤 합니다. HR이 하는 피드백이 서로 간의 갈등처럼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조직 내 라인을 만드는 리더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 라인이 조직과 개인의 성과로 이어진다면 어떤 면에서는 그것도 조직 운영의 한 원칙이 될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이는 구성원의 이탈과 이로 인한 업무부담, 업무의 공백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듯합니다.
유형 1의 리더보다 유형 2의 리더들은 좀 더 나은 유형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유형 2의 리더들은 일단 듣는데 거부감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그중에는 스스로를 좋은 리더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행동의 일환으로 이야기를 듣는 행동을 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이 유형도 한계는 있습니다. 특히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듣기를 하다 보면 그가 듣기는 하지만 생각을 하거나 수용하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코칭을 시도하는 HR 입장에서는 그래도 나은 유형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다음에 이야기할 유형 3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HR이 하는 이야기들이 시간은 걸릴 수 있지만 그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변화가 만들어진다면 HR도 그 리더도 나름의 긍정적인 경험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형 3은 글머리에서 소개드린 코칭의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유형입니다. 유형 3은 적극적으로 HR의 의견을 구합니다. 동시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공유합니다. 유형 3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HR과 코칭관계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형 3의 리더를 겸손함이라는 특성으로 이야기합니다.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승리 앞에 겸손함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이죠.
과거 옆 자리에 근무했던 재무팀 과장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과장님이 하루는 집에 가서 남편에게 회사 인사팀장을 믿는다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역시 다른 기업에 다니고 있었던 남편분은 이렇게 응수를 했다고 합니다.
"인사팀장은 믿는 게 아냐"
사실 남편분이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지가 저 자신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라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HR도 보면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사용자와 구성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나름 균형을 잡았다고 생각해도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모습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HR이 코칭을 한다는 건 HR이 완벽하고 훌륭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HR이라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성과를 만들고 성장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그 환경에 있어 리더 분들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한 분들에게 더 많은 기대와 지원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HR 역시 코칭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리더분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HR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앞서 코칭이란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요. 일방이 어느 일방에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코치이자 코치이가 되는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HR을 하면서 전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리더들을 살펴보는 것도 리더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영향력을 가집니다. 작게는 그가 리더로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 인접 부서나 더 큰 단위의 조직, 심지어 기업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HR을 하면서, 특히 HR리더로 역할을 하면서부터는 조직 내 리더들에게 보다 많은 기대를 제공하고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드리려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유형 1을 만나기도 하고 종종 유형 2를 만나기도 하고 드물게 유형 3을 만나기도 합니다. 리더가 어떤 유형인가는 제가 그 리더를 만나하는 대화와 행동의 방식을 다르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어떤 유형의 리더이건 간에 그들이 옳은 일을 올바르게 수행함으로써 성과와 성장을 만드는 리더로서 성장하시길 응원하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글을 쓰면서 문득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생각나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opellie, 그런 너는 어떤 유형이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