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luence』6. 제도의 영향력

by Opellie

영향력을 우리는 힘(力)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힘은 기본적으로 그 힘을 제공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며, 우리는 그 힘으로서 영향력을 제공하는 주체의 하나로 리더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향력을 제공하는 주체로서 "제도"를 살펴봅니다.


1. 리더의 영향력 - Leadership (4 pgae)

2. 구성원의 영향력 - Followership (5 pgae)

3. 제도의 영향력 (6 page)

4. 일의 영향력 (7 page)

5. 도구의 영향력 (8 page)


제도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리더, 구성원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의도(방향성)를 가지고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제공하는 관계로 우리는 리더와 구성원의 영향력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제도는 기본적으로 무생물입니다. 사람이 아니지요. 물론 제도를 만드는 건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의 영향력은 제도를 만드는 사람의 영향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그 제도를 만들라고 지시한 사람의 영향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사실 이 부분이 HR을 하며 HR에 관한 제도들을 만들고 운영해 온 사람의 하나로 늘 안타까워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도는 특정 누군가의 의도나 제도 설계자가 정한 방향성 이외에 제도 자체, 직무 자체가 가지는 본연의 목적 내지 방향성이 있음을 말합니다. 이를 지나온 시간 중 직무성과라 부르기도 했지만 사실 그 명칭은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최근 OKR을 이야기하며 이중 O를 설명할 때에도 직무 자체가 가지는 본연의 목적 내지 방향성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영향력으로서 제도가 담고 있는 방향성은 그 방향성이 어떻게 표현되는가 보다는 다음의 질문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적절할 겁니다.

"우리는 이 제도를 왜 만드는가?"
"우리는 이 제도를 통해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가?"


제도의 방향성

근로기준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근로기준법이라는 법제도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법조문들을 살펴보면 그 법률의 제1조는 대부분의 경우 그 법의 목적이라는 이름으로 이 법을 만드는 이유, 즉 왜 이 법을 만드는가? 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교육 등에서 개별노동관계법령을 이야기하거나 교육을 할 때 제가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도 이 목적입니다.

여기에서 목적은 방향성입니다. 이후의 법조항 들은 그 방향성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조항들입니다.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구조를 법률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면 우리는 법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비단 법제도뿐 아니라 기업이라는 조직에서도 수많은 제도들이 존재합니다. 제가 하는 HR이라는 일은 특히 그 제도들의 많은 부분에 관여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HR은 제도를 도구로 활용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나름 긴 시간을 움직이면서 느끼는 건 그 수많은 제도들을 다루면서 그 제도들을 왜 만들고 운영하려 하는가? 에 대한 진지한 고민, 생각은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수년 전에 어느 교육기관에서 HR교육과정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참여자 한 분이 쉬는 시간에 조용히 오셔서 물어봅니다. 대표님이 직무분석을 하라고 지시를 하셨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입니다. 질문을 받고 저는 다시 질문을 드렸습니다.

"직무분석을 왜 하라고 하신 걸까요?"

이제 지금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HR을 하시는 분들 뿐 아니라 다른 직무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이 제도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이죠.


제도가 영향력을 제공하는 방식 - 절차

제도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을 가집니다. 그 강제성이란 일반적으로 특정한 절차를 통해 하기로 한 결정을 그 힘의 근원으로 합니다. 법률의 경우 국회의 각종 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표결이라는 절차 등을 필요로 합니다. 기업에서라면 공식적인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이에게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받는 절차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그 제도는 해당 제도가 가지는 물리적 범위 내의 구성원들에게 일종의 강제력을 가집니다. HR이 구성원분들에게 특정 절차와 특정 양식의 작성을 특정 기한 내에 진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힘은 제도가 가진 강제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제도가 영향력을 제공하는 방식 - 소통

차장님 근데 이거는 왜 하는 걸까요?

제가 대리로 일하던 시기에 같은 팀 차장님께 제가 드렸던 질문입니다. 당시 저는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궁금했었거든요. 왜 하는지를 알면 좀 더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 질문을 당시 복수의 상급자분들께 했었는데 다들 모르시는 듯했습니다. 복수의 상급자분들이 주신 답이 서로 다 달랐거든요.

제도는 강제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제가 주니어 시기에는 왜 하는지를 물어보거나 알려하는 행동은 다소 무례할 수 있는 행동으로 간주되기도 했었습니다. 위에서 그렇게 하기로 정했으면 그냥 하면 된다가 기본 맥락이었지요.

제도는 그 절차에 기반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만, 제도가 가치 있는 것이 되려면 누군가 제도를 활용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아무리 멋진 제품을 만들었더라도 그 제품의 가치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없다면 그 제품은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만일 우리 기업에서 인사평가제도가 부가적인 업무 내지 연중 한 번은 해야 하는 의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면 그 제도는 제도가 제공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겁니다.

영향력은 일종의 상호작용입니다. 영향을 아무리 주려 해도 받는 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영향력이라 할 수 없을 겁니다. 제도가 강제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강제성만으로는 제도의 영향력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제도가 온전히 그 방향성을 향한 영향력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 다른 무언가를 본 글에서는 '소통'이라 이야기합니다.


제도가 영향력을 제공하는 방식 - 일관성과 신뢰

소통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공식적인 설명회나 간담회 등의 모습을 띄기도 하고 때로는 구성원분들과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혹은 퇴근길에 같은 방향이라 같이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거나 구성원과의 고충상담 등을 통해서도 소통은 이루어집니다. 제도를 담당하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경영진 등의 다른 스피커를 통해서 전달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 방식으로 제도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제도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건 일관성입니다. 앞서 "왜 하는 걸까요?"라는 제 질문에 서로 다른 대답이 등장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제도의 방향성인지 알기가 어려울 겁니다. 이런 경우 많은 경우 듣는 이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도에 대한 일관된 소통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게 합니다. 단순히 상급자가 시키니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Institutional influence (1).png


저는 HR이라는 일을 합니다. HR이라는 일을 하는 방향성으로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으로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HR에게 있어 제도는 일을 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HR을 하는 사람과 한 발 더 나아가 그 제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제도의 영향력에 대해 좀 더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제도를 활용하는 입장에서도 제도의 영향력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보다 온전히 제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지나온 시간의 일정 부분에서 제도는 그 제도가 가진 강제성만으로도 충분히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불만족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이 행동하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강제성이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그 유효기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도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다 온전히 달성하기 위해 제도가 가진 특성으로서 강제성에 더해 오늘날은 소통이라는 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우리는 표면적인 정렬(alignment)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정렬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나름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신뢰의 영역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반대의 모습들로 나타나겠죠.


제도의 영향력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제도가 보다 가치 있는 존재가 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영향력의 주체로 제도를 다루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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