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을 만나고 HR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제가 가장 집중했던 활동을 꼽아 본다면 최대한 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안에서의 경험이나 선임들의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했고 외부 커뮤니티를 포함해서 참석 가능한 세미나, 노동법학원 등이 주요 대상이었지요. 그중 하나로 모 교육기관에서 제공해 준 명사특강이라는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매월 1회 진행되었던 세미나로 사실 개인적으로는 연락을 하기 어려운 나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분들이 연사로 참여해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습니다. 당시 저에겐 매우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8년 4월 당시 듀폰 코리아의 아태지역 부사장을 엮임하고 계셨던 김동수 님의 세미나였습니다. 당시 제 상황과 연결되어 세미나를 듣고 나온 골목에서 잠시 혼자 울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 명사특강의 연단에 서 계신 분들은 나름 '리더'라고 불리는 분들이었습니다. 각자 분야는 다르지만 그 분야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었고 그 목소리는 일정 수준의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그래도 우리가 각 분야에서 '리더'라 부를 수 있는 분들이라 말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군에 입대할 때 제가 스스로에게 각인시켰던 말이 있습니다. "군에 나보다 하루라도 먼저 온 사람들은 모두 내 선배다"라는 말입니다. 선배(先輩)라는 단어는 "같은 분야에서, 지위나 나이, 학예 따위가 자기보다 많거나 앞선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단어의 의미를 조금 바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합니다. "선배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라고 말이죠. 제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달리 말하면 제가 배울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더 많이 배웠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 많이 경험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더 많은 생각들을 해왔을 수도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제가 어느 순간 잊고 지낸 가치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선배"라는 단어는 제가 HR을 해온 시간을 거쳐 '리더'라는 단어로 연결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름 다양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저로 하여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분들도 있고 저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분들도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알게 된 건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선배에 기초한 '리더'를 생각해 보면 그 '리더'라는 단어가 반드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험, 나이, 배경 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경험이 적어도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걸 알게 되었거나 생각을 다르게 해 볼 수 있는 경험을 마주했다면 적어도 그 상대방은 우리가 그를 '리더'라 부르건 부르지 안 건 간에 상관없이 우리 자신에게는 나름의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반대로 보면 상대방 역시 우리들을 동일하게 바라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리더와 팔로워라는 단어로 구분 짓는 일련의 말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앞선 리더의 정의를 돌아보면 우리는 상황에 따라서, 혹은 상대방에 따라서 우리가 리더가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을 리더로 인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리더이자 동시에 팔로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제가 코칭이라는 단어를 종종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코칭이라는 단어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는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코칭에는 최소 2인 이상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든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각자가 모르고 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제공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리더이자 동시에 팔로워인 상태'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상태로서 '리더'가 가지는 특성을 생각해 보면 다음 몇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서로가 서로에게 생각의 균열을 제공한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변화의 기회와 필요성을 인식하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Kurt Lewin의 3 step model의 첫 단계인 '해빙 unfreezing'단계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는 참 어렵습니다. 다양성, 공정성 등의 단어들보다도 어 개념적이고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설명할 때 강조하는 건 '진심'이라는 단어입니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한 '생각의 균열'과 말을 하는 우리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생각의 균열'은 그 표현이 같더라도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점심메뉴를 고르지 않는 두 사람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동료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변화는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변화는 그 방향에 따라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변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직에서 리더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방향성을 기준으로 리더들을 판단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정성, 즉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은 그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기업경영, HR의 관점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로 연결하여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더'의 특성이 중요한 건 이들 특성들이 연결되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구체화된다면 그 영향력을 받은 누군가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그가 받았던 긍정적인 영향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모습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리더이자 동시에 팔로워'이어야 합니다. 때로는 리더로서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제공하고 때로는 팔로워로서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영향력을 받아 '성장'하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리더라는 건 어느 시험처럼 만점을 받으면 끝이 아니라 지금은 만점을 받았더라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50점 혹은 0점이 될 수도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리더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리더이자 동시에 팔로워이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인지 캠퍼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서 KT 신수정 부문장님의 리더에 대한 영상을 만났습니다. 전체 40여분의 영상 중 '신수정만의 리더십 철학 3가지'라는 영상클립을 소개합니다. 앞서 이야기드린 리더&팔로워 특성 3가지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보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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