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과의 대화, 워크숍의 O와 KR
Fiction HR 매거진에 기록되는 모든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픽션'입니다. 픽션은 실제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단체는 실제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픽션 X HR]은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입니다.
"Rey는 인사라는 일을 왜 하게 되셨어요?"
팀장님과 대화를 하다가 질문을 하나 받았다.
"아, 저는 처음부터 인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일단 취업을 해야겠다 싶어서 어느 중소기업 감사실에 입사를 했었는데 당시 기업에는 순환보직이라는 제도가 있었거든요. 이듬해 순환보직 대상자로 정해져서 발령받은 곳이 인사팀이었어요. 그게 시작이죠"
"아 원래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조금은 우연인 거네요"
"그렇죠"
"그런데 어떻게....."
"처음 인사업무와의 만남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어요. 사수도 없고 인수인계를 받긴 했지만 딱히 받은 건 없고 담당자라고 당장 실무를 해야 하고. 많이 혼란스러웠죠. 한 달 정도 혼란스럽게 보내다가 이래서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왕 하는 거 내가 일한 시간이 내 자신 스스로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인사를 배우기 시작했죠. 자격증까지는 못 땄지만 노동법 학원 강의 듣고 인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어요. 무작정 가입해서 활동하면서 선배분들의 경험들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 노력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알게 되면서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거죠."
"아는 것도 없고, 가장 정신없고, 정리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던 듯합니다"
"팀장님은 어떻게 인사를 하게 되셨어요?"
"아, 저는 원래 개발자였어요. 인사시스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어느 날 회사에서 인사업무 해보겠냐고 하더군요. 시스템을 만들다 보면 실무에서 운영하는 업무 프로세스들을 알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인사에 관심이 있었기에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요즘 개발자 연봉을 보면 살짝 후회도 ㅎㅎㅎ"
"개발자로 인사시스템을 만들 때 만난 인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 답도 있고 명확했거든요. 그런데 인사를 하면 할수록 '모르겠다'가 늘어나는 느낌이에요"
"그런 느낌을 가지신다면 지극히 정상이십니다. 저도 그래요. 그 모호함을 구체적인 제도로 만드는 일을 저는 인사로 이야기하거든요"
"조직문화라는 단어를 '일 하는 방식'으로 정의하는 것처럼 말이죠?"
입사를 할 땐 동기가 높게 부여된 사람이 입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동기가 낮아진다는 말이 있다. 조금 범위를 넓혀 보면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을 처음 만났을 때와 시간이 흐르고 난 후의 우리들의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왜 그럴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방향성의 상실'이다. 일을 처음 만나서 알아가는 시기에 일에 대한 모든 것들은 새롭고 나름의 의미를 가진 대상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면 어느 순간 그 새로움과 의미들이 사라지고 우리들은 의미 없이 반복적으로 일을 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팀장님 혹시 인사라는 일을 하시면서 왜 하는가? 에 대해 이야기를 듣거나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채용이나 인사평가를 왜 할까?라는 질문들 말이죠"
"글쎄요. 채용은 사람이 필요하니까 하는 거고 인사평가를 하지 않으면 보상을 결정할 수가 없잖아요. 등급이라도 나와야 그걸 근거로 보상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
"저도 그래요. 인사를 처음 만나서 그 이후 실무를 하는 동안 아무도 왜 하는지를 말하지 않더라구요. 대부분 왜 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할까? 에 더 관심이 많고"
왜 하는가? 보다 어떻게 하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 난 그것이 지나온 시간, 그리고 오늘날 OKR이 기업에 빠르게 정착하지 못하고 그 반대로 실패에 더 가까운 결과로 이어지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기업도 이와 같은 모습을 만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을 간다고 하면 서울과 부산은 출발점과 도착점으로 일종의 닻 효과(anchoring effect)를 제공한다. 닻은 한 번 내리면 다시 움직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버스, KTX, 시간이 많고 색다른 걸 해보겠다고 한다면 자전거 여행을 해볼 수도 있다. 왜 하는가? 는 부산이라는 닻의 역할을 한다. 이를 우리는 방향성이라고 부른다. 버스, KTX, 자전거 등은 방법론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시간, 비용 등)을 고려하여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방향성을 모르고 방법론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방향성이 없이 무작정 열심히 하면 소진된다.
"왜 하는가?를 달리 말하면 '방향성'이라고 합니다. 부산을 갈지 광주를 갈지를 정하는 것이죠. 방향성이 정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개인 차를 이용할 수도 있고 KTX나 버스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죠"
"그런데 부산은 하나의 지역이잖아요. 누구는 해운대 백사장 한가운데에 있고 누구는 행정구역상 부산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둘 다 부산에 있지만 그 결과로써 상태는 서로 다르죠"
"이렇게 되면 둘 다 부산이라는 방향성, 목표는 달성했지만 '논쟁의 여지가 존재하는 상태'가 될 겁니다."
"그렇네요"
"OKR에서 O는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로서 방향성을 이야기하고 KR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상태로서 산출물'을 말합니다."
"이 두 가지, 방향성과 산출물만 이해하면 우리는 OKR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Andy Grove가 OKR을 이야기하며 'simple'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죠. 이 두 가지 개념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니까요"
인사팀장님은 이야기를 들으며 아리송한 듯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이해하는 것, 제가 워크숍을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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