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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23. 2023

[픽션 X HR]진단과 평가의 시간

진단-데이터, 평가-판단

Fiction HR 매거진에 기록되는 모든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픽션'입니다. 픽션은 실제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단체는 실제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픽션 X HR]은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전편에 이어지는 글이며, 이전의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기업과 자문계약을 하기로 했다. 형식상 자문계약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일종의  답을 제시하는 관점에서 컨설팅의 성격과 인사팀이  자체적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코칭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었다. 


"Rey, 안녕하세요"


"매일 보아 왔는데 또 이렇게 보니 새롭네요"


"그런가요. ㅎㅎ"


"지난 1년 3개월 정도 시간동안 100%는 아니겠지만 성과관리라는 관점에서 PARS를 운영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10년동안 해왔던 경험들이 정리되는 느낌도 있었고 무엇보다 기존보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미이신거죠?"


"물론이죠"


"ㅎㅎ"


"사실 성장관리를 이야기하고 대표님께서 Rey이력서를 주셨을 때 일종의 속상함, 허탈감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 그때 그 마음이 조금은 Rey께 미안함으로 남아 있기도 하구요.  지금에야 이야기 드리네요"


"팀장님처럼  인사에 진심인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기업 구성원으로서 역할이 종료되고 다시 만난 팀장님은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전에 제가 제도를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죠."


"제도가 더 이상 필요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 맞죠?"


"네, 맞습니다"


"생각해보면 제도가 더  이상 필요없는 상태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팀장님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흔들고 있다.


"저도 그 상태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갈  수는 있겠죠."


"네?"


"우리는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기준으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고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죠"


"그렇죠"


"우리가 그 궁극적인 상태로서 방향성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그 방향성을 향해서 우리가 잘 가고 있고 잘 왔음을 확인하는 역할을 해야만 하죠. 그 누군가 배의 키를 잡고 그 방향성을 체크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


"그렇겠죠"


"저는 그 역할을 인사라는 일이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팀장님이 인사라는 일에 진심인 분이라는 생각을 했을 때 반가웠고, 팀장님이 그 역할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이 맞았음을 증명해주신 건 결국 팀장님이시니 저 역시 팀장님께 감사한 입장입니다"


"말씀이, 참... 좋네요. 감사하고"


"이제 우리 다시 일 이야기를 해볼까요"

A기업은 지난 1년간 PARS cycle을 운영했다. 각 팀별로 산출물을 기준으로 R단계 진행을 위한 워크숍을 자체적으로 진행하였고 이 워크숍을 통해 각 팀별/개인별로 지난 분기의 산출물을 기준으로 하는 잘한 점, 개선점, 고마운 동료, 그리고 다음 분기의 주요 산출물들을 개인별 문서로 기록하도록 했다. 


이들 절차가 기업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미션이라면, 각 팀의 리더분들에게는 추가적인 미션이 더 제시되었다. 팀 구성원 개인별/산출물별로 그 팀원분의 전문성 수준을 진단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3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팀이라면 분기를 기준으로 팀원 1인당 3개씩의 산출물이 정해지므로 팀원 1인에 대하여 산출물별로 3번의 진단결과가 나오게 되며 해당 팀장님의 경우  팀원 1인당 3개씩 총  9개의 진단결과를 작성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을 리더들이 처음 접했을 때 팀 리더분들의 불만어린 목소리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의견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는 이야기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팀 구성원 수가 많은 팀의 경우는 그 불만이 더 높았다. 


당시 어느 리더가 던진 질문은 이랬다.


"저는 팀원이 9명인데 1인당 3개씩 9명하면 평가를 27번을, 그것도 분기마다 27번을 하라는 건데 이건 좀 심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제도를 설명하면서 평가라는 단어 대신 진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리더분들 대다수는 진단이라는 단어를 평가라는 단어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선은 평가라는 단어 대신 진단이라는 단어로 통일하기로 하죠. 평가라는 단어는 기존에 우리가 사용해왔던 단어이다 보니 서로 다른 이해를 만들 가능성이 있거든요. 여기에서 진단은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말씀 주신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인사에서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제도장치들을 운영할 겁니다. 물론 리더분들께서 같이 노력해주시면 좀더 그 효과가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리더들의 이와 같은 불만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본적인 양식과 절차를 만들었다. 그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1차로 각 팀별/개인별로 매 분기초에 산출물을 작성하여 제출하면 인사팀은 그 산출물의 기한별로 해당 팀원에게 산출물에 대한 자가진단 진행을 안내한다. 팀원이 작성한 자가진단지를 팀 리더에게 발송하고 팀 리더는 이를 기초로 1차 진단을 문서로 정리하며 이후 해당 팀원과 1:1 면담을 통해 산출물에 대한 의견 교환 및 합의 등을 진행하고 이를 인사팀에 제출한다. 아울러 진단을 위한 수준을 5가지 단계로 정의하고 해당 단계를 기준으로 팀 리더의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였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운영을 하면서 처음 나왔던 불만들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팀 리더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는 걸 확인했고, 무엇보다 연말에 진행하던 평가의 힘든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일을 몰아서 하는 게 좋은 경우도 있겠지만 인사평가와 진단은 최적의 시점이라는 게 존재한다. 우리는 그동안 귀찮음 등을 이유로 그 최적의 시간을 무시하고 인사평가를 몰아서 해왔다. 제도도 그렇게 설계되었고  실제 평가도 그랬다. 


"이제 평가를 이야기해야 겠죠?"


지난 1년간의 진단의 시간이 쌓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평가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픽션 HR#FictionHR#Opellie#인사소설#평가와진단#인사평가제도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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