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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26. 2023

오프보딩(Off-boarding)

"팀장님, 저 면담 신청하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종종 이런 말을 마주하곤 했습니다. 그들의 경우 대부분은 좋은 일보다는 아쉬움의 일들이 많았고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 내에서 업무의 어려움이나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간혹 만나게 되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  등이 그 내용을 주로 이루곤 합니다. 조금 특이한 경험으로는 사내 비리를 털어놓는 경험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들이 힘들지 않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인사담당자로서 이런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그분들이 인사담당자로서 저를 믿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중에는 아주 소수이지만 저를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경우도 있긴 했습니다. 중요한 건 면담의 시작지점에서는 의심하지 않고 선의로 대하는 것이겠죠. 처음부터 의심으로 다가가면 인사를 믿고 솔직하게 대하려하지 않을 겁니다. 외형상 문제가 없어 보일 수는 있지만 문제는 누적되고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제법 크고 작은 상처들을 남길 겁니다. 


위의  말로 시작하는 면담 중 제법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중 하나가 퇴직면담 입니다. 어떤 경우는 퇴직을 결정하고 일종의 통보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다른 어떤 경우는 퇴직을 고민하다가 도움이 필요하여 다가오는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후자의 모습은 인사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거나, 아예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담당자에 대한 첫인상이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인사팀은 믿을 게 못되'라고 말하는 조직에서  인사에게 솔직하게 말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임직원의 퇴직에 있어 인사팀 면담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을 하는 동안 늘 그렇게 해오기도 했구요. 제가 하는 퇴직면담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기업-구성원 간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한 이야기

2.업무 인수 인계

3.퇴직 이후 구성원 입장에서 필요할 수 있는 혹은 도움이 되는 절차 및 정보의 제공

4.나중에 구성원이 재입사를 하고 싶은 회사가 되기 위해 회사가 개선해주었으면 하는 의견


이중 1번~3번은 퇴직을 스스로 결정하고 더 이상 번복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 포함하며, 만일  퇴사를 고민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면 4번에 보다 많이 집중을 해야 합니다. 만일 해당 구성원이 기업에 꼭 필요한 인원이라면 4번을 해결하는 것은 구성원의 이탈을 막는 중요한 기제가 될테니까 말이죠. 


퇴직이라는 단계는 다소 복잡한 성격을 가집니다. 인사의 대부분이 그렇긴 하지만 퇴직은 계약의 종료라는 법적 성질과 관계의 종료라는 정서적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 절차입니다. 법적 계약의 종료에 따라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고 향후 법적 다툼을 예방하는데 필요한 문서, 기록 등이 필요합니다. 이는 사실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고 쉽게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본 글 하단에 이와 관련하여 참고하실 수 있는 영상 링크를 두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보다는 필요하신 부분들만 가져다 사용하시면 됩니다) 반면 정서적 측면의 관계의 종료는 좀더 어렵습니다. 


조금 오래 전 우리가 인터넷 등에서 만난 적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구직자가 면접에서 일종의 불편한 상황을 만났고 이에 구직자가 '지금은 면접자 이지만, 이 방을 나가면  고객이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입니다.퇴직하는 구성원이 회사에 아쉬움이 많았더라도 퇴직면담은 그 아쉬움들을 조금은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숫자로  보자면 기업 평판조회 사이트에서 0.1점이라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과거 우리는 구성원이 조직을 떠나는 과정을 '퇴직관리'라고 부르기도 했었습니다. 인사를 채용-배치-교육-평가-보상-퇴직이라는 단계로 설명했던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늘날 이들 프로세스를 다음과 같이 바꿔 이야기를 합니다.


채용-온보딩-성장(성과)관리-오프보딩


굳이 다르게 표현하는 주된 이유는 관점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사-채용-교육-평가-보상-퇴직이 인사의 기능을 그 의미의 중심에 두고 있다면 채용-온보딩-성장(성과)관리-오프보딩은 사람,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의미를 추가로 내포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인사라는 일이 과거보다 오늘날 더 어려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능과 절차는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인사라는 일을 하면서 경영진을 포함한 리더, 구성원분들, 그리고 제 글을 보시는 분들께 제가 드릴 수 있는 작은 선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받아들이는 분에 따라 다르실 수 있지만 글을 쓰는 저는 일단 최대한의 솔직함과 선의를 담아 글을 씁니다. 


생각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보다 다양한 서로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좋겠지요. 오프보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더불어 참고하실만한 영상/자료  링크를 아래에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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