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Mar 05. 2017

역량 개념 비틀기와 직급의 연결

역량 개념에 대한 재정의 와 직급에서 역량을 이야기하는 이유

학교에서 전략 strategy 관련 강의를 들을 때 일입니다. 교수님께서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던 역량 competencies에 대해 그 개념적인 정의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뜨끔하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역량 competencies'에 대해 습관적으로 배우고 단어를 사용했을 뿐 그 단어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배운 개념을 그대로 외워서 일에 사용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처음 역량 competencies을 배울 때 이 단어의 개념은 "고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의 행동특성"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역량은 자연스레 평가와 연결되어 행동지표를 만들어 내고 주로 평가를 위한 도구로서만 바라보았던 듯합니다. 사실 이런 개념이라고는 배웠으나 그래서 행동지표를 어떻게 만들건데? 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능력 ability가 없었으므로 주로 컨설팅 회사들이나 주요 기업들에서 사용한다더라 라고 하는 콘텐츠를 가져다 활용하기 바빴었죠. 그 과정에서 저에게 남은 건 일종의 '허전함'이었습니다. 나 자신조차도 명확히 말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이용해 제도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그 제도를 활용하고 적용한다고 말하는 모순에 빠져 있던 셈입니다.


'직무'에 대해 실무에서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면서 위의 '사람'에 anchor 된 역량의  개념에 일종의 변화를 주기로 하고 위의 역량 개념에서 단어 하나를 바꿔 보기로 합니다. 행동 behavior이라는 단어를 직무 job으로 교체하는 것이죠. 이렇게 교체하면 아래와 같이 그 개념을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고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의 직무특성" 

그런데 이 문장은 이내 어색함을 마주합니다. 그래서 살짝 문맥을 바꿔 보았습니다.

"고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공통의 직무특성" .


"고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의 행동특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행동특성의 도출을 위해 인터뷰를 하고 설문지를 돌리고 관찰을 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게 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만만한 도구가 설문이다 보니 이를 많이 사용하게 되죠. 그런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을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지는 한계는 행동하는 사람이 가지는 성향과 그 행동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주관적 사고, 그리고 관찰의 한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실무자가 하기란 참 어렵죠. 심지어 같은 콘텐츠를 내부 담당자가 이야기하면 무시하면서 외부 컨설팅을 받으면 대단한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개념의 기준을 '직무'로 돌리면 그래서 직무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면, 즉 행동특성 대신 직무특성을 도출하여 제시할 수 있다면 우리가 HR에서의 직무관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일종의 성장과 성과에 대한 기준을 직무정보에 기반하여 제공할 수 있고 그 수용성이나 타당성도 보다 제고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성장과 성과에 대한 기준"이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한 "직급 상승의 기준"으로 연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현실적으로 마주하는 가장 큰 난관이 하나 있습니다. '직무'에 대한 개념이나 일종의 표준화되어 공통의 인식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직무 DB가 없다는 현실입니다. 더욱이 우리 기업들은 HR에서 직무를 활용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했죠. 기업마다 동일한 이름의 직무가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우리가 직무를 대하기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 우리 기업에 적합한 직무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집니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사용하기 위해 직무분석을  하기도 하지만 직무분석이란 게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사용해볼 수 있는 것으로 포괄적 직무기술서의 활용 Using Generic Job Descrip-tion 방법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밀코비치의 보상의 문구를 인용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무기술서를 처음으로 작성한다면 급조를 피하기 위해 또는 외부 자료와의 대조 확인을 하기 위해 특정 조직에 맞춰 수정되기 전의 포괄적 직무기술서를 참조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종 정보 네트워크 occupational information network' 또는 O*NET이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제공처 가운데 하나이다. 밀코비치의 보상 Compensation, p148

어려운 작업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HR에 대한 관심이 있고 HR이 기업의 성과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는 소위 '시스템적 인사'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한 번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그 과정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IT기업에서 이러한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를 그대로 오픈하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에 각 역량을 도출하는 과정은 사실 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기업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부분이므로 설명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방법론은 각 기업의 상황이나 담당자의 스타일에 따라 조정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다 설명드리기는 어렵지만 대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의 형태가 직급의 상승 기준에 어떤 형태로 적용이 되는가에 대해서 앞으로 조금 더 이야기를 드려볼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급제도 설계-직급의 상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