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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말할 수 없어서,
괜찮은 척했을 뿐입니다

by Opellie
『작품 속 인물 및 사건에 대한 안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장소, 단체, 사건은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허구입붖니다. 현실 속의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유사하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의 일치이며, 어떠한 의도나 사실과의 연관도 없음을 밝힙니다.


에피소드 개요

이번 화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다루되, 고발보다 먼저 감정의 구조와 말의 어려움을 비추는 에피소드입니다.
한 사람이 겪은 일은 팀 전체의 공기와 시선으로 묵인되거나 회피된 순간들이었고, 무언가 이상했지만 누구도 "그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지 못했던 풍경을 그립니다. ‘말할 수 없는 구조’에서 그 침묵의 감정을 돌아보고, 조직이 어떤 구조적 설계를 통해 용기를 감정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지 제시합니다.


SCENE 1 - 팀 업무 공간 / 수요일 오전 9시

(민서윤의 자리 앞, 팀장이 서 있다.
슬라이드를 넘기며 짧은 말을 툭 던진다.)


팀장

이거는 생각이라는 게 있으면 이렇게 안 나오죠.
다시 하시죠.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요.

(그 말은 작게 들렸지만, 공간은 갑자기 무거워졌다.
서윤은 아무 말 없이 슬라이드를 닫는다.
옆자리의 조은채는 눈을 잠깐 치켜뜬다—무언가 이상했지만 말을 꺼내지 않는다.)


조은채(속으로)

요즘 왜 자꾸 서윤 언니한테만 저렇게 말하지…
다른 사람한테는 저 톤 안 쓰던 것 같은데.
나만 느끼는 건가?


SCENE 2 - 팀 공용 공간 / 수요일 오후 1시

*(민서윤은 자리에 앉아 슬라이드를 다시 정리하고 있다.
그녀의 모니터엔 수정된 캠페인 기획안이 띄워져 있고,
그 파일명은 ‘ver_3_final_final_last’이다.
몇 번이고 고쳐졌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이름이다.)


(조은채가 자리 근처를 조심스럽게 지나가다, 잠깐 멈춘다.
말을 걸까 하다가, 눈치만 보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조용한 커피 냄새만 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조은채(속으로)

서윤 언니한테 요즘 진짜 심해졌다.
파일도 몇 번이나 다시 낸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도 “생각이 없네” 같은 말 듣고,
그냥 아무 말 없이 넘겼어.

나라도 뭐라고 말해야 하나 싶은데…
괜히 그러다 나까지 이상한 사람 되는 거 아닐까.
말할 수 없는 구조.
그래서 다들 그냥 조심하는 척, 괜찮은 척.

(그녀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한 줄을 적는다.)


� “눈에 보이는데, 말은 못 한다.”


(카메라는 책상 위 서윤의 손끝을 천천히 비춘다.
슬라이드를 고치는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그 아래에 감춰진 감정은
조직 어디에서도 설명되지 않고 있었다.)


SCENE 3 - 인사팀 미팅룸 / 목요일 오전 10시

(회의 예약창에 비공개 미팅 하나가 표시된다:
제목 “면담 요청 – 민감 이슈 관련 / 조은채”
정지우는 회의실에서 조용히 자리를 정돈하며 은채를 기다린다.
조은채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온다. 표정엔 조심과 망설임이 묻어 있다.)


정지우

안녕하세요, 은채 님.
편하게 말씀해주셔도 괜찮아요.
일단 커피부터 한 잔 드릴까요?


조은채 (작게)

...괜찮아요. 그냥,
그냥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요즘 민서윤 언니를 보면— 마음이 계속 걸려요.


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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