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와 내용

by Opellie

인사평가 결과에 대한 말들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글의 대부분은 평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래서 일할 의욕이 없다는 이야기들입니다. 물론 나름 야근도 하고 일을 열심히 해왔기에 속상한 거죠. 중요한 건 이러한 현상이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이들 글은 그 마무리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숙제를 제시합니다. 물론 평가결과를 받은 구성원 입장에서 말이죠. 저는 같은 질문을 인사평가 담당자 분들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인사담당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은 우선 위와 같은 평가에 대한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임을 인식하고 있음, 그래서 개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어떤 평가담당자에게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평가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인식입니다. 어떤 평가담당자에게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바람직함은 '이상적인 것'으로 남습니다. 반면 어떤 평가담당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비로소 의미를 갖게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가 의미있는 질문이 되는 평가담당자들은 본격적으로 '개선'을 고민합니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다른 기업 사례를 살펴보기도 하지만 사실 딱히 뾰족한 수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평가자들이 제 역할을 잘 해주면 줄어들 수 있는 피드백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의 평가에 대한 불만에 대해 인사는 그 내용을 다루지 못하고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절차대로 진행했어요"


평가담당자는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합니다. 이들은 평가담당자가 내용에 관여하는 건 어렵다고 말합니다. 평가담당자가 모든 평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절차와 내용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절차대로 진행했어요'라는 문장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사전에 정한 외형적 절차를 준수했다'는 의미입니다. 본인평가-상사평가-경영진 평가 등의 눈에 보이는 절차를 준수하였음을 말합니다. 다른 의미는 '절차를 통해 만들고자 의도한 내용/결과를 만들어냈음'입니다. 주니어 시절 저에게 '절차'는 전자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였죠. 그리고 지금의 저에게 '절차'는 후자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절차는 외형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상태/내용을 만들어갈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징검다리와 같습니다.


누군가는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왜 절차를 이야기하냐고 반문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절차는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기업에서 평가결과, 즉 내용에 대해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면, 평가 담당자로서 그 불만의 내용이 합리적이라 판단된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고민해야 합니다. 내용은 평가담당자가 직접 만들거나 정할 수 없지만 절차를 통해 내용이 바람직한 모습이 되는 과정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절차는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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