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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06. 2017

나쁜제도의 재분류

나쁜제도에 대한 사견

나쁜 제도가 만드는 사회악 과 나쁜 사람이 만드는 사회악

며칠 전 TV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하신 이야기죠. 지주 중에서도 좋은 지주와 나쁜 지주가 있고 소작인 중에도 그렇고. 어려운 건 지주는 모두 나쁜 편, 소작은 모두 좋은 편 혹은 그 반대로 단정지을 수 있다면 , 소위 말해 니편과 내편이 명확하게 나뉠 수 있다면 차라리 머리 속은 좀 편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종종 HR에서의 제도는 그 제도 자체의 잘못이 아닌 사람의 잘못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물론 제도 자체가 나쁜 제도인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제도의 기획이나 설계 단계에서 전체의 관점이 아닌 누군가 특히 그 제도를 만드는 사람의 이익이 반영되는 경우일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나쁜 사람의 영역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전에 성과연봉제를 한다는 기업에서 입장이 나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성과연봉제의 도입을 위해 사전단계로서 제도들에 대한 , 특히 평가제도에 대한 ,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제도 재정립을 위한 기초자료와 기본 모형도 제시를 하였던 반면 다른 분의 입장은 그러한 과정 없이 바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제가 제 입장을 고수할 경우 얻을 지도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제가 견지한 입장에 제 개인적인 이익이 없었노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와 반대의 입장을 가진 분에게 물어보고 싶었죠. 납득할만한 평가제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이 성과연봉제를 통해 연봉이 낮아지는 것도 감수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아마도 그 분은 그 제도가 자신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줄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쁜 제도의 재분류
 태생적으로 나쁜 제도와 운영과정에서 변질된 나쁜 제도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나쁜 제도는 크게 두 가지의 유형으로 다시 나누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하나는 제도의 기획과 설계 자체에서 나쁜 의도, 앞에서 언급했던, 가 개입되어 설계된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그 자체로서 순수성을 상실한 상태로 태어났으므로 그 자체로서 온전한 제도라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유형의 나쁜 제도는 그 제도의 설계나 기획 단계에서의 의도가 운영과정에서 변질되는 경우입니다. 이는 본래의 제도의 의도가 운영과정에서의 외부의 개입이나 운영담당자의 방향성 상실(?) 혹은 소수의 입장이 반영되는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도의 기획/설계 단계에서 미쳐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하여 변화가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무조건 나쁜 변화라고 할 수는 없겠죠. 다만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구성원의 인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 제도는 나쁜 제도로서 인지될 가능성은 높아질 겁니다. 


유시민 작가님의 말씀처럼 이분법이 적용되면 차라리 머리는 편할텐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복잡한 특성들이 많아지는 느낌이랄까요. 특정제도나 특정 누군가에게 잘못된 혹은 나쁜의 프레임을 던져버리면 무언가 정리가 되는 느낌을 얻을 수는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는 같은 패턴을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 가능성을 만들어 가겠죠.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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