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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26. 2017

시인의 말

나에게 시는 강요하지 않은 가르침이라 말하고 싶다

가끔 시집이라는 걸 사볼 때가 있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사는 시간 어느 즈음에 우연히 시집을 접했고 그래서 서점에 들러 생각날 때면 안도현 시인의 시집을 살펴보고 안 봤던 시집을 한 권씩 사곤 합니다. '파꽃'이라는 시집을 손에 들었습니다. 시집의 첫 머리를 열고 누가 올까 궁금해하며 시집의 첫 장을 열어줄 사람을 기다리던 시인의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1985년부터 2012년까지 출간한 10권의 시집에서 예순두 편을 골랐다. 
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버거울 때 나타나는 악습이다. 그래서 애써 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아직 길의 끝에 이르지 않았다. 

시인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책을 다시 덮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음을 들켜버린 사람처럼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 시인의 말을 본 적이 없던 것처럼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시인의 말을 들여다 봅니다. 


딱 지금의 제가 그렇습니다. HR을 해온 11.5년의 시간동안 나름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참 버겁다고 느끼던 요즘에 나도 모르게 돌아온 길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애써 돌아보지 않으려는 시도를 생각조차도 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 길의 끝에 이르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애팔래치아 산맥 중간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경영, HR'과 함께 그 자리 그대로 머물러버리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습니다. 이미 나와있는 지식들 중에서 아는 거라고는 평평한 바닥에 얇게 깔린 치즈피마냥 가지고 있는 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혼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물어봅니다.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냐고.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을 했습니다. 가고자 하는 길은 있는데 그 길이 어떤 모습인지,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심지어 그 길의 끝에  내가 가기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월요일입니다. 또 엉뚱한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 엉뚱한 무언가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습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하루의 시간을 보냅니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아침과 저녁의 시간에 꾸벅꾸벅 쪽잠을 청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그 누군가는 그렇게 꾸벅이는 저를 보기도 할 겁니다. 그 꾸벅이는 시간이 우리가 뒤를 바라보는 대신 앞을 바라볼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2017년도 어느 새 반환점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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