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냉정한 이타주의자

냉정하지만 배려할 줄 아는 이타주의자를 그리며

by Opellie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이타주의'에 관심을 갖는 건 단지 우리가 사회적 공헌과 같은 유형의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CSR이든 개인적 기부든 그것은 기업과 개인의 선택과 판단의 영역이고 그 영역은 HR 담당자가 관여할 영역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HR에서 '이타주의'를 이야기하는 건 기업이라는 조직 안에서 HR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협력' 내지 '하나로서의 우리'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이타주의'가 서로를 대하는 기본적인 스탠스로서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인합니다. 어쩌면 제가 '냉정한 이타주의자'라는 제목에 이끌린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 냉정한 이타주의자 , 부제: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이 아닌 냉정이다.
저 자 : 윌리엄 맥어스킬 William MacAskill
출판사 : 부키
문제는 선의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 우리는 남을 도우려 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행동으로 옮기곤 한다. 숫자와 이성을 들이대면 선행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24

대학시절 자원활동을 하던 제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졸업하고도 이 분야, 정확히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들려온 조언 중 하나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도 네가 무언가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단다"

만일 제가 그 당시의 순수한 선의만으로 무언가를 하려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구였습니다. 어쩌면 "선의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말에 저 역시나 동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의에만 의존해서 해악을 끼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선의가 어느 관점에 서 있는가? 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듯합니다. 그가 가진 선의가 그 자신의 관점에서 일어난 '선의'라면 그러한 선의는 '해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비효율의 방향으로 이동함을 의미합니다. 만일 그 '선의'가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선의는 우리가 의도하는 효율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HR의 관점에서

기업이라는 곳에서 우리가 '선의'로 동료를 지원하거나 누군가에 도움을 주고자 할 때 우리는 그 '선의'를 구체화하기 전에 동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선의'가 방향을 잡고 우리의 선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책으로 돌아와서

하지만 숫자와 이성은 여전히 선행의 본질을 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책을 읽고 난 뒤에 제 생각입니다.

보건 분야에서는 경제학자들이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십 년간 연구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삶의 질을 고려한 '질보정수명Quality-Adjusted Life Year. QALU'이라는 지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 나는 QALY를 자주 언급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유일한 길이 보건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 효율적 이타주의가 선행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만큼 보건 분야야말로 적절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p60

실제 저자는 QALY를 책의 전체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 책에서 QALY를 만났을 때부터 그리고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제가 가졌던 생각은 QALY가 절대적 평가지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종의 상대성이라는 의미입니다. 100만 원으로 A라는 곳에 기부하는 것과 B라는 곳에 기부하는 것에 대하여 A라는 곳에 기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 수 있겠지만 단지 그러한 효율로 A라는 곳에 기부가 몰리고 A의 활동이 일정 수준 해소가 되고 나면 어느 순간에는 B에 기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상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대규모의 기부활동이라면 이러한 효율을 이야기하는 게 말 그대로 '효율'과 '효과'를 달성하는 기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작은 움직임들이나 우리가 기업에서 행하는 이타적 행동들에까지 따지는 것이 얼마나 효율과 효과를 달성하는 길일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저자의 의견과 다름이 있을 듯 합니다. 제 의견과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들도 책에서 찾아볼 수 있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방치된 분야라면 효율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p89

플레이펌프를 열렬히 환영했던 마을도 금세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p19
가난한 나라들은 오히려 노동착취 공장이 절실하다. 선진국에서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가난한 나라에 사는 빈곤층의 삶은 더 궁핍해진다. ~ 애초에 착취공장을 선망의 직장으로 만든 절대빈곤을 해결하려 더 노력하는 게 올바른 대응이다. p186

개인적으로 플레이펌프의 사례는 우리가 앞에서 언급한 '선의에만 의존하여 부작용을 만들어 낸 사례'라고 생각을 합니다. 분명한 '선의'가 있었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과 펌프라는 대상을 연결짓는 사고는 분명 박수칠 일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어긋난 결과는 '선의'와 훌륭한 '아이디어'로 인해 '아이들의 놀이'가 가지는 '재미'라는 즐거움을 놓쳤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본질을 놓칠 경우 그 결과는 우리의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 셈입니다. 어떻게 사람들을 그렇게 착취할 수 있지? 라는 우리의 관점이 아닌 왜 가난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노동착취 공장에서 일을 하려 하는거지? 라는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고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HR의 관점에서

팀장의 입장에서 팀원을 바라볼 때에도 이와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일하지? 가 아니라 왜 그렇게 일을 하고 있지? 라는 관점으로 접근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감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관리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적 지식을 절대적 지식에서 상대적 지식으로 스탠스를 변경하고 팀원의 생각이 자신의 경험적 지식과 결합되어 공동의 지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타주의'는 '타인의 삶을 개선시킨다'는 단순한 의미를 나타낸다. 이타주의가 희생을 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남을 도우면서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도 이타주의다. '효율'은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둔다는 의미다. 중요한 건 효율적 이타주의가 '그만저만한' 선행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힘닿는 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p26

이타주의에 대한 위의 책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단지 내것을 나누거나 베푸는 관점이어서는 안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로서 서로가 같이 나아가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습니다.


HR의 관점에서

기업이라는 조직 내에서도 이타주의의 위와 같은 개념과 원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겁니다. HR담당자 중 한 사람으로 도전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제도적 관점의 해결안을 제시해보고자 하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 중 하나가 제가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 이기도 합니다.


結語

과거 우리는/우리 선배들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제 경험상 아직은 그 말을 100%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과거 우리가 해왔던 인사는 '만사'라기 보다는 그저 '관리'수준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보면 어쩌면 HR이 효율적 이타주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의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에서는 효율적 이타주의를 위하여 1.이 단체는 어떤 일을 하는가? 2.사업의 비용효율성이 높은가? 3.사업의 실효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는가? 4.사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가? 5.이 단체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가? 등의 5가지 질문과 최대한의 선을 행하기 위한 4가지 질문 등 우리가 '효율적 이타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해볼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본 책 소개에서는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이슈의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하는 이타주의적 행동들이 생각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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