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존재일까?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강요된 변화를 싫어한다.
어느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 문장을 마주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이 문장을 마주했을 때 공감 대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일단 강요된 변화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이 말에 따르면 사람은 강요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변화는 적어도 싫어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제 브런치의 다른 글에서 '주어진 것으로서의 직무에서 만들어가는 것으로의 직무로 이동'이라는 이야기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과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의 질문을 하나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존재라 할 수 있는가?'
만일 사람이라는 존재가 기본적으로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존재라고 한다면 그렇게 만들어 내는 변화 자체를 싫어하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사람이라는 존재가 기본적으로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면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우리는 결국 일정한 '인위적 강제'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 인위적 강제를 만드는 게 권위이건 진정성이건 간에 어떤 힘에 의해 변화를 사람들로 하여금 수용하고 만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만일 사람이라는 존재가 기본적으로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존재라 가정하더라도 하나의 조직에서 누군가가 바라보는 변화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변화에 갭이 있다면 여기에도 인위적 강제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금 정리해 보면,
1. 사람은 강요된 변화를 싫어한다.(동의)
2. 사람은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존재이다.(?)
3. 사람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존재라 가정하더라도, 그 변화를 바라보는 사람마다의 관점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O)
4. 결론적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변화는 '인위적 강제'가 일정 부분 개입될 수밖에 없다.
라는 이야기가 되겠죠. HR, 특히 조직개발에서 다루는 주제의 메인은 바로 이러한 인위적 강제(조직개발에서는 이를 '개입 Intervention'이라 표현합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부연하면 조직개발은 이러한 인위적 강제가 조직의 구성원에게는 인위적 강제가 아닌 변화에 대한 자발적 동기의 부여로 변화될 수 있도록 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소통을 활성화하고 facilitating을 진행하는 일련의 process를 설계하여 운영하죠. 변화의 제시는 소수의 경영자에 의해서도 가능하지만 제시된 변화를 구체화하고 체화하는 것은 그 일을 마주하고 있는 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견임을 빌어 '사람'에 대하여 생각하는 전제는 '사람은 편안함을 추구한다'입니다. 따라서 사람은 '강요된' 것에 대해 그것이 '편안함'을 해하므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만일 그 '강요된 변화'가 사람이 가진 '편안함'을 해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 어쩌면 자발적으로 변화를 따르고 더 만들어 갈지도 모릅니다.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우리의 삶의 방식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우리가 그것에 대해 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2G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신 분들의 경우 우리들보다 가지고 계신 저항감이 크신 분들일 수 있겠죠. 제가 아는 분들 중에서 스마트폰이 불편하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으니 말이죠.)
'강요된 변화'가 '자발적 변화'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일,
HR제도를 통해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우리 HR-er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