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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29. 2017

일상 돌아보기(1)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의 일상에 대하여

1.
세상에 비가 오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아침 소리가 들린다. 홈빡 젖은 새앙쥐가 되는 걸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난 출근을 해야 하니 우선을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펼쳐진 우산의 댓살에 감아놓은 테이프는 그게 버틸까? 라는 의구심에 보란 듯 우산의 끊어진 구조물을 잘 달래며 우산의 역할을 돕고 있다. 그 댓살에 테이프를 감는 데 들었던 식간은 대략 3분~5분 정도였을 거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건 생각만큼 대단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냥 내 옆의 사람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
도심지역이긴 하지만 가끔 까마귀가 우는 경우가 있다. 어릴 적 까마귀에 대한 뒷담화들을 듣고 자란 시기에 까마귀는 그리 기분 좋은 존재가 아니었는데 뒷담화가 사실은 풍문으로 들리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까마귀의 울음 소리가 조금은 구슬프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보다 이전에 우리 아버지 혹은 그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에도 풍문이 진실처럼 돌았을 테니 맘 착한 까마귀는 제대로 된 변명 한 번 하지 못하고 속으로 많이 애가 달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맺힌 아픔이 어스름 해가 뜰 무렵 안개와 섞여 있으니 더욱 구슬픈 소리가 된다. 까마귀가 그렇게 아침에 우는 날이면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이나마 더 편견이나 선입견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덜 나타나는 날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조심스레 공기에 담아 허공에 올려 보낸다. 


3. 

찬 바람이 불면 발걸음이 빨라지고 옷은 더욱 두꺼워지며 내 몸은 바깥 세상과의 벽을 만들기 시작한다. 더위가 몰려올 때면 역시나 나는 반대로 움직인다. 누군가가 시키는 것에 플러스 알파를 해내고자 노력해왔다고 내 스스로를 위로도 해보지만 역시나 자연 앞에서 나는 지극히 수동적인 존재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 하다.


가끔 매일 같이 오가는 세상을 가만히 바라보곤 합니다. 매일 보는 일상이지만 그래서 너무 익숙한 일상이라고 하지만 그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우리의 생각이 그저 우리만의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홈즈의 방을 들어서는 동안의 계단이 몇 개인지 모르고 그저 보고만 있었던 왓슨이 되어 있었던 건 아닌지, 그래서 우리가 보고 있으니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생각나는 것들을 조금씩 단문으로 정리를 해보고 있습니다. 가끔 쉬어가는 타임에 한 번 씩 올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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