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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09. 2018

패러다임의 이동:경쟁에서 협력으로

어느 시대를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2018년을 사는 우리들의 선택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한 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에 대해 “스프링캠프라면 경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즌 중에는 경쟁한다고 말하기 힘들다. 결국 투수 누군가는 제외되는 것 아닌가. 본인이 경기에서 어떻게 했는지 가장 잘 알 텐데 감독이 부담을 줄 수는 없다. 시즌 중에는 경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생각”이라며 “어쨌든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동행도 되지 않겠나”라고 ‘동행’을 통한 승리와 성장을 바라봤다.

어찌 보면 가장 명확하게 경쟁과 성과로 보상받는 직업군이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특성을 지닌 야구에서 김기태 감독의 위의 이야기는 아이러니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을 통해 경쟁과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 경쟁에서 협력으로 개념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이미 사실 개념적 변화는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완강히 저항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015년 몇몇 글로벌 기업들이 등급제와 서열화 폐지를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모른 척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보면 말입니다. 


채용이라는 과정에서 혹은 인턴십 등의 과정에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경쟁이라는 걸 합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직무를 수행하기로 한 순간부터 우리에겐 경쟁이 아닌 협력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위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건 어쩌면 이미 우리가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제도들이 '경쟁'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고 운영되고 있기에 , 그리고 그 제도들에 익숙해져 편안함으로 인지되면서 오늘날 '협력'으로의 이행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인사평가에서의 상대평가제도이겠죠. 협력의 과정으로의 이행에 있어 정해진 예산에 기반한 상대평가는 그리 적합한 제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오늘날 상대평가는 외형적으로는 '성과주의'에 기반한 제도로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예산 배분이라는 목적을 성과 차등이라는 포장지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하지만 성과보상이라는 본질은 이미 변질된 제도라 말하는 게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던 예산이라는 장애물,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있는 것으로부터 바뀌는 과정에서의 불편함에 대한 저항 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조금 더 본질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직무에 대하여 잘 모른다는 점에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직무와 직무가 연결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가치가 완성되는데 내 직무만 알고, 여기에서 '알고'란 프로세스를 아는 수준을 의미, 다른 직무에 대해서는 내 일이 아니라거나 서로 정보를 감추어 서로를 모른다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일 하고 있는 직무에 대해 모른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어느 기업의 차장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차장님 : "Opellie는 자신이 HR전문가라고 생각해요?"
opellie :"아뇨. 여전히 부족해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차장님 : "다행입니다. Opellie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나는 전문가입니다. 전문가는 더 배우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가지고
               먹고살거든요"


우리가 하는 일, 즉 직무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대로 알고 있다기보다는 익숙해졌다 라 말하는 게 더 적합하다 할 수 있습니다. 직무를 알고 있다는 건 직무경험이나 원리원칙 혹은 프로세스대로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경험이나 원리원칙 혹은 정해진 프로세스를 상황에 맞게 변형하거나 선택적 적용, 즉 활용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프로세스를 안다는 것이 위의 대화에서 "전문가"에 해당한다면 오늘날 우리는 전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됨을 의미합니다. 누군가 자신이 프로세스 전문가라며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이 아는 프로세스를 들이미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좀 더 이해가 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쟁의 시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직무를 포장하고 직무정보를 숨기는 행위였을지도 모릅니다. 업무 특성상 중요정보를 갖게 되는 부서들은 자연스레 소위 권력 부서로서 인지되기도 했을 겁니다. 반면 협력의 시대에는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직무를 상대방에게 공유하고 이해를 구하고 상대방의 직무를 알고 이해하는 교류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직무를 정의하고 직무에 관한 DB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개개인의 행위를 규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직무를 세분화하고 매뉴얼로 만들어 프로세스를 문서화하는 방식의 과거의 직무 DB가 아니라 직무의 why를 이해하고 이에 대해 서로 논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의 직무 DB를 의미합니다.


어쩌면 2018년 지금의 우리들은 패러다임을 선택해야 하는 어느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경쟁의 패러다임을 고수할 것인지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전자의 패러다임이 가진 한계에 대해 우리는 경험을 통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IMF 시절처럼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당장에 심리적 저항이 있을 수 있겠지만 능동적인 선택을 하는 주체로 우리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 움직임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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