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Apr 14. 2018

나는 잘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내지 못함에 대하여 솔직해지는 세상을 그리며

브런치의 장작가 님의 글을 보다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바로 Yes를 말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무언가 마음 한 켠에 남는 아쉬움이 있다는 의미이겠죠.

"무사히 살아 숨쉬고 있죠 :)"

"잘 지내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언젠가부터 이렇게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나온 이후 어느 순간부터 제가 하는 대답입니다. 특별히 어떤 의미를 염두에 두고 했다기보다는 무심코 나왔다고 할까요.


한 편으로는 아직까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힘에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하루 세 끼 먹는 게 어려웠던 시절에서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현재를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나에게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잘 지낸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누군가로부터 '잘 지내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괜한 걱정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고, 내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음일 수도 있고, 솔직한 마음이 전달되었을 때 마치 정답처럼 나에게 던져질 , 남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무척이나 아플지 모를 , 돌덩이를 피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정서상 거만하고 무례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문화적 장벽처럼 우리의 잘 지내지 못함을 이야기했을 때 우리 자신이  '나약한 존재'로서 비춰질 것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릅니다. 그건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는 게 더 맞겠죠. 


퇴사를 결심한 어느 직원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보통의 공식적인 퇴직 면담은 비교적 짧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거의 5시간을 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취업이라는 즐거움으로 시작한 시간이 '잘 지냄'으로 현재 진행형이 되어야 하건만 그 시간이 '잘 지내지 못함'의 시간으로 이 직원에게는 주어졌던 듯합니다. 그리고 그 '잘 지내지 못함'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지냄'으로 포장하려 했고, '잘 지내지 못함'의 시그널에 대해 특정 개인의 잘못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할까요. 잘 지냄의 ING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잘 지내지 못함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많이 아쉬웠던 경우입니다. 


어쩌면 저도 '잘 지내지?'라는 질문에 대해 '잘 지냅니다'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 마음 한 구석에 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사히 살아 숨쉬고 있죠 :)" 는 일종의 우회적 대답이라 해야 할까요. 우리 모두에게 '잘 지냄'이 현재 진행형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간혹 찾아오는 '잘 지내지 못함'에 대해 누구의 탓을 하고 그저 그런 말로 치부하는 대신 조금 더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우리들을 바랍니다. 그 과정을 '잘 지내지 못함' 마저도 '잘 지냄'으로 바꿀 수 있는 우리들을 바랍니다. 


장작가님의 글을 보며 오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패러다임의 이동:경쟁에서 협력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