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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14. 2018

인사평가라는 STORY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평가제도 설명회를 진행하고 목표설정sheet와 실행계획sheet 양식을 드리고 작성을 요청드립니다. 몇몇 팀장님들이 작성에 대한 질문을 하시고 개별적으로 안내를 드립니다. 어쩌면 저보다 평가라는 제도를 더 오랜 시간동안 만나셨을 분들이지만 여전히 인사평가의 양식을 작성하는 것에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HR에 있기도 합니다. HR제도라는 것이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분명 임직원이 해당 제도를 온전히 활용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제도의 의미나 취지를 알려주지 않고 제도의 외형적 운영에 치중해왔던 까닭입니다.

목표 실행계획sheet by opellie

간단히 만들어본 실행계획 시트입니다. 사실 크게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다만 이 양식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양식은 하나의 이야기story를 담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나의 직무목표를 설정하고 일정기간동안 그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구체적인 활동activities를 생각함으로써 만들어내고자 하는 산출물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의 양식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순서로 이야기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라는 목표가 있고 이 목표는 '목표항목기술'을 의미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우리는 A'라는 산출물이 나올 것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 '기산일'부터 '종료일'까지 기록 내의 세부 활동들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다음의 전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일종의 가정인데 기본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불완전성과 예측의 한계를 그 기본 개념으로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위의 산출물을 도출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통해 목표달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가 실제 활동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전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대로 설계된 평가제도는 기본적으로 중간점검 Session을 포함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중간점검 session을 마치 결과평가를 하듯 등급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여기에서의 중간점검 session이란 한 개인이 무슨 등급을 받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설계했던 실행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앞에서 이야기했던 변수나 장애요인은 없는지, 목표의 온전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건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자리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종전 평가라고 부르던, 굳이 표현하자면 결과평가 라고 할 수 있는, 아이는 위의 이야기가 모두 전개되고 난 뒤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과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우리가 바라는 해피엔딩도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겠죠.



사실 어느 분들은 결과물을 기록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결과물이 특정 행동을 몇 회 이상 한다와 같은 횟수를 기록하는 경우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해당 의견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산출물이 가지는 구체성은 우리들이 해당 목표에 대한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준점anchor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울러 세부활동을 구상simulation하는 것에도 도움을 줍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제 머리 속에 그런 생각들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최근 막 읽기 시작한 어느 책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가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하는 동안 거울뉴런은 관찰자 자신의 행동방식을 활성화한다. 이것은 타인의 행동을 복제하는 동안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거울체계가 목표 지향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관찰하는 동안 시연자가 목표를 달성한 임의적 방법에 대해서 세세한 것들을 많이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성취하거나 성취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을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 거울뉴런과 뇌 공감력의 메커니즘 |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 바다출판사 | P80

'성취하거나 성취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을 과거형으로 바꿔보면, 해당 직무의 누군가가 성취했거나 성취하기 위해 시도했던 것들을 배운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해당 직무에서의 산출물, 정답이 아닌 개방성을 지닌 산출물, 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행계획의 유용성과 관련하여 상기의 책에서 이야기하는 흥미로운 문구도 함께 소개드립니다.

흥미롭게도 행동을 상상하는 것은, 마치 우리가 정말로 해변에서 뛰는 것처럼, 유사한 행동의 실행과 관련된 전운동영역의 뇌 활성화를 증가시킨다. ~(중략)~ 행동을 상상하는 것, 행동을 관찰하는 것, 행동의 소리를 듣는 것 모두가 시뮬레이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 거울뉴런과 뇌 공감력의 메커니즘 |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 바다출판사 | P88

실행계획의 세부활동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이를 기록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우리들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하나의 일을 해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이야기story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다만 그 이야기의 main소재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 일반적인 우리의 삶의 이야기와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일을 해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이야기'는  우리 삶의 이야기의 일부라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삶의 한 부분으로서, 사실은 생각보다 큰 포션potion을 차지하는, 이야기입니다. 인사평가는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뼈대를 구성합니다. 이 이야기가 틀어지면 우리는 배를 이끌고 산으로 가는 결과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인사평가에 대해 단지 주어진 양식을 작성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담당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인사평가제도가 각자 맡고 있는 직무에서의 자기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그러한 이야기들이 매년 조금씩 만들어지고 쌓아가는 과정으로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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