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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16. 2018

우리가 상상하는 일을
실현해나가는 연습

 목표설정을 어려워하는 동료들에게 설명해줄 이야기에 대한 고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그것을 글로 기록하라고 하면 더욱 힘들어지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일 잘 하고 있는데 굳이 문서작업을 만들어서 소위 말하는 paper-work만 만드냐고 말이죠. 간단한 양식이지만 어렵다는 말이 많이 들려옵니다. 그때마다 작성하실 때 부르시면 설명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을 합니다. 조금은 역설적일 수 있지만 간단한 양식이기에 더욱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항목을 세분화하고 여기에 A를 기록하고 저기에 B를 기록한다 라는 식의 일종의 공식이 있다면 편할 텐데 구체적 지시보다는 여백이 더 많은 양식을 채워 넣기 위해 필요한 '상상'의 영역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해 정답을 외워서 시험을 보고 성적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받으며 자란 세대에게는 참 익숙지 않은 모습이긴 합니다.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이전 글에서 소개드렸던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라는 책에서 '행동을 상상하는 것'이 '유사한 행동의 실행과 관련된 전운동영역의 뇌 활성화를 증가시킨다'는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우리가 그러한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닐거라는점일까요. 


며칠 전 우리가 잘 아는 그 아마존 이라는 회사에서 ppt보고서를 없애고 6page의 서술형 보고서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손사래를 칩니다. ppt로 요약하는 것과 6page로 서술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쉬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나라에서 6page의 서술형 보고서를 작성하면 그걸 제대로 볼 사람이 많지는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문득 제가 경험한 상급자들이 6page 서술형 보고서를 보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우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직접하고 있고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우리 자신입니다. 다만 우리들이 세상의 혹은 우리가 속한 기업 내의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으므로 우리가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로 하여금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도록 일련의 표현을 해야 합니다. 일에서의 '성과'가,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그러한 일련의 표현의 방법들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와 같이 우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일련의 표현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없이 하는 '표현'은 쉽게 들통나기 마련이고 거기에 '나쁜 의도'가 개입되면 '범죄'의 한 유형으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제 생각이 전문성의 발달 단계에 대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직급제도 설계- 직무의 축'이라는 글에서 이야기드렸던 직무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문성 차원에서 성장의 의미 by opellie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분야에 대한 지식/기술과 그것들을 응용할 수 있는 사고를 필요로 합니다. 여기에서 '사고'는 지식/기술을 외우고 숙달시켜서 그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기술을 기반으로 '상상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목표'를 상상하고 '결과물'을 상상하고 '실제 행동들'을 상상하는 것입니다.(이 과정이 평가제도의 '목표설정'단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정해놓은 종료일에 다가가는 어느 일정 시점에서 우리가 상상했던 '목표'와 '결과물'과 '실제 행동들'에 대한 성찰reflection을 해보고 우리의 목표와 결과물과 행동을 조정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상상이 실제와 많이 달랐는지 다르다면 왜 다른지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계속 상상해나가는 과정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죠.(이 과정은 중간점검session단계입니다.) 이러한 상상과 현실의 설정과 조율, 확인의 과정을 opellie의 HR에서는 P-D-S에 기반한 평가제도 라고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벌여놓은 일이 있으니 5월은 각 부서에 가서 양식 작성에 대한 설명을 계속 해야 할 듯 합니다. 처음은 어렵다는 이야기와 왜 이렇게 하느냐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들려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자신의 일에 대해 상상하고 그 상상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의 연습이 우리 개개인들을 나름의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어제 어느 세미나에서 manager와 leader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면서 전자를 Do Things Right으로, 후자를 Do the Right Things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manager인지 leader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주어진 일을 제대로 행하고 있는 사람인지,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할 겁니다. 그리고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우리는 '올바른 일'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으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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