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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30. 2018

말(言)을 놓지 않는다는 것

나이 등에 관계없이 사람에 대해 존중하기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함께 일하는 친구에게 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했던 이야기 중 '존칭'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팀장이기도 하고 나이나 경력도 그 친구보다는 훨씬 많지만 기본적으로 말을 내려놓지는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저 자신이 사람들에게 말을 놓는 것보다는 '~yo'와 같은 조금은 편한(?) 존칭을 사용하는 게 더 편한 이유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말투를 종종 이상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있었던 까닭입니다. 특히나 보수적인 계층에 익숙해있는 기업의 경우 자칫 오해를 사기 쉬운 경우도 있긴 합니다. 물론 이러한 오해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곤 하죠. 


대학시절 소위 말하는 봉사활동, 당시 우리들은 우리가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자원활동이라 불렀던, 을 했었습니다. 주로 아이들을 만나러가는 일이었는데 그 중 2년 정도는 어느 지역의 공부방에서 요일 선생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신분으로 갔었지만 아이들에게 말을 놓치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사회에 나와서도 그 습관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야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다지만 지금은 이력서를 보고 제가 나이를 먹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친구들이 있는 시기이니 어찌 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상대방에 대해 존칭을 하는 것이 정확하게는 무엇때문에 , 언제부터였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짐작컨데 대학시절 공부방활동을 하면서 선생님이라며 공부방에 가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함께 지냈지만 오히려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그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선생님으로 갔지만 저도 아이들에게 배워가는 것이 있는 까닭에 그들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제가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고, 공부를 하면서 제가 가진 부족함을 확실히 인식하게 된 것이 그러한 습관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가진 부족함을 다른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음을 의미하고, 이는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사람들이 협업함으로써 온전한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 상대방이 가진 강점을 이해하는 것, 그러한 과정의 출발점으로서 가장 쉽고 강력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 바로 상대방에 대한 존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끔은 제가 상대방에게 존칭을 사용할 때 큰 목소리와 반말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제 경험상 크게 두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원래 목소리가 크고 반말로 하는게 친근함의 표시이거나 솔직한 표현인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원래 목소리가 클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존칭을 하는 상대방보다 자신을 높이기 위한 표현인 경우 입니다. 전자는 친해지기 쉽고 이야기도 잘 되는 반면 후자는 저를 누르기 위해 다가왔다가 당황해하기도 하죠. 후자의 유형을 만난 경우 제가 담당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전문성은 생각보다 저 자신에게 큰 힘을 제공하곤 합니다. 마치 자신이 다 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일의 디테일로 들어가면 금새 들통나는  까닭에 우리가 가진 전문성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조금은 역설적으로 우리 자신을 존중하고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높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길을 가는 사람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를 한 해와 바람 중 해가 이긴다는 이야기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할까요. 그러한 의미에서 '존칭'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좋은 도구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기위해 정보를 독점하고 힘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누군가와 사람들을 존중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 중 우리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어떤 모습이 올바른 모습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애초 누군가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것이 위와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어찌보면 개인 성향과 개인 경험이 결합되어 제가 선택한 일종의 습관 내지 세상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존칭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존칭으로 대하면서 말을 놓는 것,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적다는 이유로 ,이 가지는 잇점보다 상대방을 높이고 상대방의 강점을 바라보는 것이 과거 획일적이고 통제 관점에서의 조직관리에서 다양성과 창의성을 고민하는 오늘날, 그리고 미래의 조직, 사회에 조금 더 적합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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