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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04. 2016

통제(처벌)의 함정

즉각적인 결과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들

통제는 우리에게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무언가 잘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By Opellie
처벌이나 페널티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억누르는 효과만 가진 것이 아니라 종업원들로 하여금 과대하게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게 하기도 하며, 불신감, 공포감, 불안감 등의 좋지 못한 정서를 가지도록 한다.
직무수행관리 / Aubrey C. Daniels & James E. Daniels 공저 / 학지사

어디까지 통제를 하고 어디까지 자율을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참 어렵습니다. 통제라는 수단은 표면적으로 굉장히 강력하고 즉각적인 결과를 보여주기에 통제라는 수단을 사용했을 때 그 수단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효과적인 수단이라 믿기 쉽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이 통제라는 수단을 기업 경영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일전 모 기업에서 '감사'라는 직무를 만들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감사'라는 기능이 누군가의 잘못을 들춰내고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 안 된다. '감사'라는 기능은 일종의 컨설팅으로 이렇게 하면 보다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실무적으로 운영되는 과정 속에서의 오해나 어긋난 방향성을 바로 잡는 기능으로서 포지션을 잡고 피감 부서나 임직원을 대해야 한다.
by Opellie

그리고 역시나 그 기업은 '감사'라는 기능을 '통제'의 관점으로 포지셔닝을 해버렸습니다. 감사를 나가서 아무것도 잡아내지 못하거나 잘하고 있어요.라는 결과물을 내놓으면 자신들이 일을 못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까닭입니다.


통제라는 수단이 전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통제라는 수단은 그 수단을 행사하는 입장에서는 즉각적이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내긴 쉽지만 장기적이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부정적 효과를 항상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통제가 주 수단이 된 기업에서 사람들은 방어적이고 수동적이며 책임 회피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외형상으로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상으로는 사람도 직무도 여기저기에 생채기를 가지고 있게 되겠죠. 그 생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혹은 책임회피적인 모습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업이 통제의 성향을 갖게 만드는 건 참 쉬운, 때로는 정말 엉뚱한 일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이 자율의 성향을 갖게 만드는 건 통제의 성향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는 건 한 순간이지만, 그 신뢰를 얻는 건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날 기업들은 '통제'보다 '자율'이 기업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이 '말'로서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하나의 문화로 형성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HRM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P.S. 지난 금요일 퇴근길에 서점을 들렀습니다. 생각과 생각이 엉켜서 한 발 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서점에 들러 책을 둘러보는 일은 개인적으로는 제법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책이
'직무수행관리 / Aubrey C. Daniels & James E. Daniels 공저 / 학지사  

입니다. 아직 다 읽진 않았으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들이 서로 충돌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들이 계속 반복되는 경험을 만나는 중입니다. HRM에서 행동이나 성과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일 듯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을 해야 하고 책이 말하는 개념을  되새김질해야 하는 책인 듯합니다.


P.S. 아직 읽는 중이라 매거진에는 다 읽고 난 후  발췌문과 함께 소감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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