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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18. 2018

'숙의 熟議'

익숙하지만 낯선 '숙의'라는 단어에 대하여

지난 금요일 쿠퍼실리테이션 그룹에서 진행하는 공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주제는 '숙의와 현명한 결정(Facilitated Dialogue)' 입니다. 5~6명이 모인 각 그룹별로 논의를 시작합니다. '숙의 熟議'가 무엇이고 숙의가 현명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입니다. 여러 논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 생각을 정리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어쩌면 2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이지 숙의에 대한 논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숙의의  과정을 일부 경험해보았고 우리가 논의했던 숙의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이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그 '개별적인' opellie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1. '숙의'란 무엇인가?

논의 중에 나왔던 몇몇 단어 중 '숙의'에 대해 제 생각과 가장 맞는 단어가 informed decision입니다. 단어를 하나 더 추가하면 A well-informed decision이라 할 수 있습니다. informed decision을 '현명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단어 그대로 해석해서 '정보가 제공된 결정' 즉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내린 결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시 말하면 '숙의 熟議'란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을 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방법론'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2-1. '숙의'는 필요한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 다양성, 복잡성, 창의성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단지 보기 좋은 말로서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필요한 건지에 따라 어쩌면 숙의라는 것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없음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의 과정에서 도출된 숙의의 필요성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남았던 건 숙의를 통해 설사 현명한 결정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성장'의 계기를 확보할  수 있고 이후의 숙의에서 보다 나은 모습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구성원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숙의의 필요성을 의미합니다. 


2-2. 기업이라는 곳에서 '결정' 없는 '논의'가 필요한 것인가?

결국 기업이라는 곳은 의사결정, 즉 결과물을 요하므로 '결정'없는 '논의'는 사실상 유용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이전 글에서 소개드렸던 IDEO의 Shopping Cart PJT 입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의 숙의와 일정 시점에서 리더의 의사결정을 의미합니다. 숙의가 필요한가 아닌가?라는 질문 대신 숙의가 가진 강점을 어떻게 기업에서 활용해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3. '숙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논의된 의견 중에서 '개인차원의 숙의'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를 '집단적 숙의가 가능하기 위한 개인차원의 준비'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를 제가 종종 사용했던 단어로 표현하면 '전문성'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의 지식과 스킬을 갖추고 있고 그러한 지식/스킬을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고'를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추가하고자 하는 건 '경쟁관계'에서 '협력관계'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논의를 통해 winner와 looser가 만들어지는 시공간이 아니라 서로가 보완이 되는 시공간으로서 오늘날의 기업과 사회를 의미합니다. '경쟁관계'를 '협력관계'로 전환한다는 건 그 사람이 가진 외형이 아닌 실질적인 전문성과 사람됨을 기반으로 행동하고 사고함을 의미합니다.


'숙의'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facilitator의 역할입니다. 기업이라는 조직에서는 팀장 등의 리더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면 제 글에서 facilitator는 중립성 대신 일정한 방향성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facilitation과 살짝 차이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현재 기업에서 팀장 리더십 과정으로 퍼실리테이션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HR을 좀 더 제대로 접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인터넷의 활용에 있었습니다. 인터넷의 활용은 달리 표현하면 정보의 습득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2006년도의 제 모습이라면, 2018년도 현재 2006년도 제 나이에 해당하는 친구들은 적어도 2006년도의 저보다 훨씬 더 빠른 정보의 생산/확산 속도를 마주하고 있고 그 빠름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도 합니다. '숙의'는 우리 선배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의 크기와 우리 후배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속도를 융합하는 좋은 방법론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꼰대'와 '요즘 애들'의 갈등관계가 아니라 '경험'과 '새로운 사고'의 조합으로 말이죠. 


감사합니다.


#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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