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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an 23. 2019

세상에 없던 HR을 하자

인사평가제도와 양식을 만들면서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2018년도 인사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종 평가를 위한 평가 데이터를 정리하는 저를 보고 한 분이 이야기합니다. '시스템이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아무리 작은 규모의 기업이라고 하지만 개인별 평가 데이터를 숫자만이 아닌 워딩을 모두 정리하느라 며칠을 보내고 있는 저를 보면서 건넨 말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문득 든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갖춘 평가시스템이 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제 경험이 부족한 탓에 많은 시스템을 만나지 못한 까닭입니다. 다만 조금은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하는 걸 보면 기존의 시스템을 사용해도 왠지 customizing이 많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없던 인사(HR)'를 한다는 건 어찌 보면 말 자체가 안되는지도 모릅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인사라는 물줄기의 어느 한 지점부터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이론과 실무를 배우며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세상에 없던 인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이미  배운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크고 작은 제도적 마인드적 시도들을 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세상에 없던 인사HR을 하라. 
opellie가 opellie에게 


'세상에 없던 인사(HR)'를 생각하면서 공교롭게도 저는 '인사'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만든 개인별 평가자료도 그러한 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가등급이라는 외형에 anchoring 되어 사고의 흐름이 멈추지 않고 성장의 방향으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사람을 등급으로 이름을 매기는 대신 그의 입장에서 그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평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작은 기업에서 서로 간의 경쟁이 남길 수 있는 상처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인사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겠지만 단순히 말하면 다 같이 좋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고, 그 함께 좋은 상태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키워드는 이미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성장'이라는 단어입니다. 


오늘날 '세상에 없던 인사'는 결국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언가'를 의미한다기보다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혹은 좀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매일 마주하던 '인사'를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데카르트의 명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자크 라캉의 생각처럼 말이죠

그래서 라캉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통합된 주체를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는 식으로 바꾼다. - 자크 라캉 욕망이론, 권택영 엮음, 문예출판사p21


내일은 며칠 동안 만든 평가자료를 2차 평가자분들에게 발송을 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보다 사회와 직장경험이 더 많은 분들이시지만 이런 방식의 평가서를 보시는 건 처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양식 자체는 1차 데이터를 보고 제가 만든 양식인 까닭에 확실히 처음이긴 할 듯합니다. :) 걱정 반 기대 반을 합니다. 강한 경험을 가진 분들은 저항을 하실 수도 있고, 그중 누군가는 저에게 wrong을 말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마음이 편한 건 적어도 제가 만든 데이터와 양식에 대해 제 나름의 설명을 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자신감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진정성 authenticity라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평가 프로세스를 모두 오픈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겠죠. 


2018년 12월 31일 자로 HR을 한 지 정확히 13년을 채웠습니다. 지나온 시간동안 '세상에 있어온 인사'를 배우는 과정과 '세상에 없던 인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해왔고 앞으로도 이는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전자의 비중이 좀 더 줄고 후자의 비중이 늘어가겠죠. 물론 제가 생각하는 전문성의 발달단계를 고려하면 절대적 양으로는  전자가 훨씬 많겠지만 말입니다. 


모두의 성장을 꿈꾸는 '세상에 없던 인사'를 위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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