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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13. 2016

콤플렉스(Complex)

이겨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바로 자신이다.

사회에 나와서 2~3년 차가 되던 시기에 한 모임을 나갔습니다. 더운 여름이었는데 몇몇 긴 팔을 입는 분들을 보게 되었죠.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뭐 조금은 '이상한' 이야기가 될 수는 있지만 HRM이라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해당 기업에서는 긴팔을 입게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자면 일종의 품격이라고 할까요. 대내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은데 반팔은 왠지 조금은 가벼움이 있다는 대략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반팔 와이셔츠가 잘못되었다거나 긴팔보다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이는 일종의 주관적인 생각에 가깝죠.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제가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닌 거 말이죠.


올여름 참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긴팔이 참 힘든 날들이었죠. 그래서 간혹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날도 더운데 왜 긴팔을 입느냐고. 어찌어찌 이러쿵저러쿵 설명드리기는 길고, 그래서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집에 셔츠가 다 긴팔이에요"라고. 물론 이것도 제대로 된 답은 아니겠죠. 반팔 하나 사면 해결되는 일이니. 그러다 약간의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 큰 체격이 아닌 까닭에 팔이 얇은 게 일종의 콤플렉스가 아닐까 라는.


순간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에게 콤플렉스가 어떤 게 있을까?"라고. 그러고는 " 아 이 질문을 잘못 던지면, 완전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는 혼자 웃고 넘깁니다.


생각해보면 전 할 수 있는 것보다 못하는 게 더 많습니다. 운동 중에서 그나마 좀 한다 하는 것도 없고, 외형적으로 키도 크고, 잘생기고 근육질의 그런 것들과는 많이 거리가 멀고,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현실적인 이상(?)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죠. 그런데 나에게 콤플렉스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렸을 때 바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는 사실은 참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있었던 듯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키가 작아서 키가 큰 친구들의 옆에 가면 기가 죽곤 했었거든요. 특히 우리 어린 시절 유행했던 농구는 키가 큰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을 증폭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크기란 내 눈에 보이는 크기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일 수 있다고 말이죠. 그래서 이미 키가 클 나이는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전 '나 자신'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회사에 나가서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해내려고 노력하고 내 자신의 크기를 위해 학교를 다니고 이런저런 모임에도 나갑니다.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검색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표현이 '콤플렉스란 간결하게 ‘마음속의 응어리'라고도 정의한다.- N포털 검색, 두산백과 中"입니다. 어떤 건지 모르지만 풀어내지 못한 채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서 계속 우리의 의식이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아이 말이죠. 그래서 지금은 '키가 작다'는 말을 대놓고 하기도 하지요. 덕분에 그 응어리가 많이 없어진 듯도 합니다. 말을 한 만큼 마음 안에서 밖으로 나와서라고 할까요.

마음속의 응어리 , 콤플렉스

개인적으로 많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제가 한 적이 없거나 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과 행동들이 주 대상이죠. 미팅이나 워크숍을 하면서 종종 몸풀기 게임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거의 99%, 나머지 1%는 예외적인 경우로, 제가 걸립니다. 게임이 요구하는 순발력이 참 없다 보니 그렇습니다. 만일 그 게임을 못하는 사실을 제가 콤플렉스로 받아들이면 아마도 그 미팅이나 워크숍을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아예 못한다고 이야기를 해놓고 시작합니다. 일종의 내 자신을 위로하고 편하게 만드는 암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심리학자도 의사도 아닌 그냥 직장인인 까닭에 이러한 것을 풀어낼 방법을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상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못한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사실 자체로서 사람과 세상을 향해 다가가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다가오는 솔직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그가 혹은 그녀가 가진 또 다른 장점을 인정해주는 세상을 만드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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