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논쟁,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사람을 믿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나 일종의 혼자 살아가기를 시작한 건 대학 때부터 입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이름을 알게 되고 선배 동기 후배라는 관계로 이어서 일종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혈연이라는 관계를 벗어나 사회적 관계를 처음 만난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동기들보다 군대를 일찍 들어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름도 살던 곳도 살아온 배경도 목소리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모습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만나 서로가 비슷한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의지했던 훈련소부터 어쩌면 태어나 처음 제대로 마주한 계층구조에서 짧지만 (물론 당시에는 길게 느껴졌지만) 계층의 사다리의 아래부터 위까지를 경험합니다. 그 경험 속에는 늘 사람이 있었고 그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로 인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아파하기도 했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HR이라는 일을 만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HR이라는 단어조차도 낯설어했었습니다. 그나마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슬쩍 찾아보기라도 했으련만 그런 행동을 할 관심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HR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HR을 배우면서 사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경대원을 함께 한 어느 동기가 물어봅니다. "사람과 제도 중 무엇이 우선이라 생각하는가" 그래서 대답합니다. "만일 지금 내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는 '제도'를 선택할 거라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도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고.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제도, 즉 시스템을 통해 마인드를 형성하고 형성된 마인드가 자연스러움으로 연결되면 제도가 필요 없게 되고 결국 HR이 그 목적을 달성하고 사라지는 것이라고 이전의 글들에서 말한 것과 그 맥을 같이 합니다.
HR이라는 일을 제도라는 도구를 통해 구체화된 무언가를 만들어 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간혹 사람들에게 강제하기도 하고 설득과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요소가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다루는 제도에 담겨 있는 가치관이고 그 가치관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우리가 만든 제도가 누군가에게 일정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나름의 신념이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은 결국 돌아와 우리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가장 오래된 논쟁의 시작, 직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달리 말하면 사람을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자율적 존재로 볼 것인가? 의 이슈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통제의 대상과 자율적 존재로서 어느 일방에만 오로지 해당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어떤 상황을 마주하면서 문득 든 생각은 통제와 자율 중 우리가 경영 내지 HR을 할 때 어느 것에 좀 더 가치를 두고 행동할 것인가를 판단하는가를 좌우하는 건 직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조금 달리 말하면 직원을 신뢰할 수 있는가? 신뢰하지 못하는가? 에 대한 우리 자신의 질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에 대해 감시하고 통제하게 되겠죠. 반대로 누군가를 믿는다면 그가 하는 행동에 대해 그가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으리라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 겁니다.
문득 일전에 보았던 어느 글이 생각납니다. 일을 해줄 것을 기대하며 사람을 뽑아놓고는 정작 그 사람을 믿지 못해 일일이 통제하고 간섭하면 도대체 왜 그 사람을 채용한 것인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채용을 함에 있어서 우리는 그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이 사람을 믿을 수 있겠는가?
나는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 답을 할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속한 혹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조직을 좀 더 믿을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서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 삼성경제연구소'의 첫 번 째 질문,
01가장 오래된 논쟁의 시작, 직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책의 결론을 소개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과학에는 있지만 예술에는 없는 것이 바로 정답이다.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하는 사람이나 레시피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음식과 닮았다. 결국 경영자의 역할도 셰프의 그것과 비슷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p23
※본 글의 제목은 도서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삼성경제연구소'의 첫 번 째 타이틀을 인용하였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화요일 밤 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