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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r 24. 2019

우리가 목표설정에 실패하는 이유

Featuring. 상대평가

조금 어려운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 회사는 항상 C등급 10%와 (혹은 15%와)
D등급 5%의 인력비율이 유지되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 'OOO 질량 보전의 법칙'처럼 말이죠. 


'우리들의 조직에는 항상 10%의 C등급과 5%의 D등급이 존재한다'는 명제에 대해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혹은 거짓이라 하기는 어렵더라도 우리가 그것에 대해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HR의 몇 영역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우리는 왜 & 어떻게 채용을 하는가? 

채용을 왜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거의 대부분의 HR담당자들이라면 right people이라는 답으로 귀결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right people이란 조직에 적합하고 직무에 적합한 인재로서 그 두 가지 적합성을 갖춘 인재라면 기업이 직무에 대해 기대하는 바, 즉 성과performances를 만들어낼 수 있다 라는 가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 right people을 선발하는 것을 '왜' 로, 적합성에 대한 판단의 과정을 '어떻게'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채용 과정에서 누군가를 선발할 때 C 등급이나 D등급의 누군가를 채용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퇴직자가 발생했고 우리는 그 퇴직인원을 D등급을 받은 인원으로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조직 내에서 D등급 1명이 이탈을 했고, 우리는 결원에 따른 충원을 하고자 하며 이 충원과정, 즉 선발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전 채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D등급을 받을 누군가가 아닌 S 혹은 A를 받을 수 있는 소위 right people을 선발하고자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그 채용의 직무성과를 달성했다면 이제 우리 조직에서 D등급의 비율은 변할 필요가 있게 됩니다. 만일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조직 전체 성과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여전히 D등급 5%를 적용하고 있다면 D등급을 받지 않아야 할 누군가가 '상대적'으로 D등급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 놓이게 될 겁니다. 아마도 그(그녀)는 등급에 대해 수용하기 어려워할 거고, 만일의 경우 이직이라는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 그(그녀)가 D등급이 아닌 충분한 성과를 내는 인력이었다면 조직은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누군가를 찾기위한 과정, 즉 선발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하며 이에 따른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러한 부가적 부담 이외에 검증된 인재를 보내고 검증되지 않은 인재를 데려와야 하는 일을 반복해야 할 겁니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 혹자는 말합니다. 그렇게 조직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전체적 수준이 올라갈 수 있지 않겠냐고. 아마도 제가 들었던 GE의 10% 룰에 대한 이야기를 근거로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평가를 해서 하위 10%를 out시키고 채용의 목적에 부합하는 right people을 선발하면 전체적으로 조직의 인적자원의 수준이 상향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그럴 듯 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쉽게 생각해서 현재 우리 조직에서 자발적 사유로 이탈하는 인원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그들이 고성과자인지 아닌지에 대해 말이죠. 이직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다른 기업에서 그(그녀)의 성과 내지 역량을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실제 흔하게 일어나기도 하므로 해당 조직은 '인적 자원 수준의 상향'이라는 예측 자체를 하기 어렵게 됩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 조직은 GE가 아닙니다" 라는 말과 "심지어 그런 GE도 상대평가를 바꾸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말을 오늘날 인사평가를 담당하고 그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분들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표설정(Plan/Predict)의 중요성

평가를 잘 하기 위해 우리는 평가의 출발점인 Plan/Predict가 중요하다는 말을 합니다. 관련된 외부 교육을 가보면 이 목표설정에서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기존에 제가 작성한 글들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일반적으로 PDS cycle에서 P를 Plan이라 표현하지만 제 글에서는 Plan보다는 Predict의 개념으로 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병행표기를 하고 있습니다.) 목표가 도전적이고 명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면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도전적 목표를 설정했다면 같은 목표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도전적이지 않은 목표를 설정해서 목표달성했을 때와 달라야 하겠죠. 여기에서 다시 우리는 고민을 합니다. '도전적인 목표'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죠. 이와 관련해 re:work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도전적인 목표와 성공(목표달성)의 기준에 대한 본질에 대해 명확히 소통하는 것이다. 구글은 '성공'을 목표의 70% 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며 목표를 온전히 달성하는 것을 비범한 성과로 고려하길 선호한다.
The key is clearly communicating the nature of stretch goals and what are the thresholds for success. Google likes to set OKRs such that success means achieving 70% of the objectives, while fully reaching them is considered extraordinary performance.
출처: https://rework.withgoogle.com/guides/set-goals-with-okrs/steps/understand-moonshots-vs-roofshots/

결국 '도전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은 '소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평가를 받는 이와 평가를 하는 이가 일종의 '합의'를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합의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기본은 직무전문성일 겁니다.


목표설정(Plan/Predict)를 실패하는 이유

1. 목표설정에서 시작하는 평가가 보상과 연결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표설정을 수행함에 있어 '성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좋은 평가등급을 받기 위해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2. 목표설정은 단순히 계획을 세우는 것planning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설정은 그 수행과정과 결과물에 대하여 예측해보는 것predicting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예측'이 가능하려면 '소통'을 하는 당사자 중 평가자분이 직무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직무전문성이란 단순히 '내가 일정 기간동안 해당 직무를 해온 경험을 가지고 있어'가 아니라 그 직무를 수행하는 이유, 즉 직무성과 내지 직무의 MTP에 대해 정의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수준은 직무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아직 우리들 조직에서는 이 직무전문성이 다소 낮은 모습들이 종종 보입니다. 과거 순환보직이라는 형태로 단위조직의 장을 하는 경우 목표설정에서의 왜곡은 더욱 커질 겁니다. plan 자체를 작성할 수는 있지만 predicting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렵습니다. '성과평가 시스템을 운영해서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면 운영을 중단하면 되지, 성과평가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 에드워드 데밍(Edward Deming)(1) 의 말이 다시금 머리 속을 맴도는 이유입니다. PDS의 프로세스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플래너를 사서 개인 목표를 수립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직무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 PDS에서 PD를 간과하고 See만 바라보고 있고 심지어 어떤 See가 조직의 성과에 중요한가?라는 질문 대신 어떤 See가 보상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고려합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우리들만의 잘못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경험치가 우리들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열정을 강조하면서 그에 적합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열정페이와 같은 모습들 말이죠. 한 번 형성된 인식을 바꾸기란 참 쉽지 않다는 걸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매 순간 느끼고 고민합니다. 어쩌면 저 혼자 풀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분들, 특히 경영자와 HR담당자 분들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1)출처: 성과관리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개롤드 마클, 교보문고, p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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