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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16. 2019

'소통'의 도구로서 문서

협의로는 '소통'의 도구로서 보고서

 보고서라는 걸 작성할 때 문서로 작성이 완료되면 제가 자주 하는 것 중 하나가 작성된 문서를 보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일입니다. 만일 해당 보고서를 1:1이 아닌 1:多의 형태로 전달해야 한다면 아예 작은 회의실을 하나 빌려서 역시나 중얼거려봅니다. 회의실에서 혼자 노트북을 보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다른 동료분들이 오가면서 힐끗 보고 가기도 하지만 그때만큼은 제법 집중이라는 걸 하곤 합니다. 


일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보고서는 일종의 소통의 도구입니다. 따라서 보고서의 흐름을 따라서 말로서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이야기의 흐름이 널뛰기를 한다거나 논리가 흔들린다면 우리가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겠죠. 제가 혼자 중얼거리는 이유입니다. 머릿속 생각을 보고서로 정리할 때와 그 정리된 내용을 말로서 풀어낼 때가 다를 수 있기에 말로서 문서를 풀어보면서 '소통'을 좀 더 잘 하기 위한 연결고리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4년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제 상사분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소통이라는 걸 자신이 말한 걸 말한 대로 외우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 정도로 이해를 하고 있었죠. 그래서 그분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던 사람들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분들에게 보고서는 그분들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그분들이 생각하는 대로 작성된 문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자연스레 보고서는 소통의 도구로서 역할을 버리고 책임소재를 정하는 도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재를 받았으니 난 책임이 없어라는 식의 논리입니다. 조직이 개편되고 모시던 팀장님을 따라서 이동하라는 말에 사직원을 내는 결정에 큰 고민이나 망설임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흔히 보고서란 나보다 위의 상급자에게 보여주는 문서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일 보고서를 소통의 도구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상급자에게 제출하는 보고서 뿐 아니라 사실상 우리가 만들어서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주고받는 모든 문서들이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 보고서가 될 수 있습니다.('소통'의 의미를 보다 제대로 느끼려면 '보고'라는 단어 말고 다른 단어가 필요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따라서 소통을 목적으로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그 보고서를 누군가가 접했을 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일이겠죠. 그런데 많은 경우 상대방은 우리들의 일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말합니다. 보고서는 상대방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아침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붙잡고 소위 KPI정의서라는 걸 만들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체계가 많이 부족한 곳이고 KPI정의서와 같은 문서는 조금 더 있다가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역할'로서 KPI대 대해 문서화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최근 다시 느끼면서 시작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고민을 합니다. KPI정의서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로 전달될 수 있을지,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 번 만들고 보고한 후 캐비닛에 들어가 1년 후 세상 빛을 잠시 보고 다시 캐비닛으로 들어가는 종이뭉치가 아니라 일을 주제로 서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로서 문서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사례연구방법이라는 강의를 이번 학기에 듣고 있습니다. 아직 1학기이긴 하지만 미리 논문 쓰는 연습을 하는 차원에서 수업에 참여하면서 교수님은 paper라 부르는 논문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논문이라는 건 학자들이 서로에 대해 소통하는 도구라는 이야기입니다. 공통으로 기본 골격을 맞추고 서로 다른 contents를 그 골격에 맞춰 제시하면 확실히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리하면 우리가 보고서를 만들 때를 포함해 기업이라는 곳에서 글이나 그림 등의 형태로 무언가 문서를 만들 때 우리가 한 번쯤 스스로 점검해야 할 단어가 있다면 '소통'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문서가 제대로 소통을 이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들의 일에 관한 삶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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