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May 07. 2019

열심히, 당연하지 않게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하여

어릴 적부터 특별나게 잘하는 무언가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분명히 못하는 무언가는 있었죠.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이 그랬기에 뭔가 하나를 집긴 어렵지만 후자는 명확한 한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중학교 미술시간이었죠. 당시 실기 시간은 2시간을 이어서 되어 있었는데 당시 분단의 가장 앞자리, 그것도 교탁 옆 자리에서 쉬는 시간에 쉬지 않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마지막 시간이 끝날 무렵 제출한 제 그림을 보면서 선생님이 물어보셨지요. " 사람이에요?" 참고로 당시 미술 주제는 사람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초상화? 내지 인물화 정도가 되겠죠. 아무튼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받긴 했으나 열심히 했던 덕분에 평균치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 잊지 못하는 몇 기억 중 하나죠. 


'열심히'


어릴 적부터 나름 '열심히'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학생이니까 일단 공부는 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열심히 하자는 주의라고 할까요. 그런데 '열심히'하기 위해 전 조금 이상한 , 저에게는 이상하지 않았는데 선생님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였던, 행동들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불러 준 정답에 어쩌면 그 정답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이의를 제기했다가 혼이 나고, 수학 문제를 풀다가 안 풀리면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 푸는 등의 일들이었죠. 덕분에 열심히 하는데 정답에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오늘날의 세상은 열심히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간혹 듣곤 합니다. 일면 동의하면서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 말을 한 분과 저 사이에 일종의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라고 할까요. 한편 여전히 나름 '열심히' - 솔직히 많이 게을러지긴 했지만 - 살고자 노력하는 저에게는 무척이나 가슴 아픈 말이 되기도 하죠. 


그리고


어릴 적 선생님이 불러 준 정답에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했듯이 저에게 있어 '열심히'란 그냥 주어진 대로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한다는 건 그 '열심히'의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최선을 다한다는 건 대상에 대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가능한 해보는 것'을 포함합니다. 정리하면 '열심히' 한다는 건 전자의 수동적 상태를 벗어나 대상에 대한 주체적 상태로서 자신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열심히'라는 단어에 '주체적 상태로서 자신'을 포함하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2019년 오늘날 여전히 우리들에게 '열심히'는 필요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연하지 않게


'열심히'가 주어진 것을 그대로 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HR을 배우면서 선배분들이 해주신 이야기들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지금의 HR 담당자로서 '나'를 생각해 보는 일이라 할까요. 그래야 그 대상에 대해 우리가 '열심히' 하기 위해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설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무언가에 대해 '열심히' 한다는 건 단지 주어진 것을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살고자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자 우리들의 '열심히' 한 행동과 결과에 대한 존중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에 관계없이 누군가의 '열심히'에 대해 공감해주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금은 게을러졌노라 반성도 하지만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금 저에게 주어진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기에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힘들 때도 있지만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열심히, 그리고 당연하지 않게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열심히, 그리고 당연하지 않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응원합니다. 


#열심히#당연하지않게

매거진의 이전글 왜 'HR에 대한 엉뚱한 상상'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