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Sep 10. 2019

일, 산출물  그리고 방법론에 대하여

구체적 산출물과 다양한 방법론을 위하여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개인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놓고 다른 개인이 그 위에 자신의 강점을 살려 색을 입히고 다시 또 다른 개인이 색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최초의 결과물에는 딱히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여러 개인들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항목들을 생각해 보면 일단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성(음악에 대한 지식 +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누군가 그 전문성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어야 하며(자신의 전문성을 외부를 통해 어느 정도 인정받아야 하며) 서로가 같은 방식이 아닌 자신에 적합한 서로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서로 대면하여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통해 그 중간 산출물만 놓고 보더라도 바로 앞의 작업자가 한 결과물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색을 입히고 자신의 색을 더욱 풍성하고 멋있게 만들어 줄 다음 개인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것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개개인이 가지는 전문성이나 개개인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대답을 프로그램의 어느 한 장면이 보여주고 있었지요. 각 개인이 작업을 하는 장면이 아닌 패널들이 모여서 서로의 작곡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한 패널이 이야기합니다. 자신은 곡을 먼저 쓰고 나서 가사를 붙인다고. 다른 패널은 이야기하죠. 자신은 가사를 먼저 쓰고 거기에 곡을 입힌다고. 또 다른 패널은 곡이나 가사보다 주제를 먼저 정한다고 말합니다. 서로 신기해하죠.  하지만  서로의 방식으로 받아들입니다. 만일 나이와 경험이 많은 패널이 아직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패널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면 어떨까요? 주제부터 잡으면 안되고 곡부터 써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어떤 노래나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에서 누군가만의 색을 느낄 수 있을까요? 놀면 뭐하니 서처럼 서로 다른 색들이 모여서 새로운 음악으로 나올 수 있을까요? 음악이라는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이 일률적이라면 각자만의 색을 가진 음악이란 어렵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일을 하면서 일을 바라보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기업이라는 곳은 성과, 구체적으로는 산출물이 중요한 곳이죠. 따라서 기업에서는 위에서와 같이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각자의 전문성을 믿고 기다려보자는 식의 무언가를 하기란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산출물에 대해 명확히 합의한다면 그 산출물에 이르는 과정에 다양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 방법론의 다양성을 통해 우리는 좀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나 산출물에 이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 하는 방법론의 다양성을 위한 기준점으로서 산출물에 대해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출물에 대해 합의를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구체성은 우리가 일에 대한 사고와 행동을 함에 있어 일종의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이전의 몇몇 글에서 이를 anchoring이라 표현하기도 했지요. 파도가 쳐서 그 과정에서 출렁임이 있다 하더라도 닻은 제 자리를 잡아주지요. 구체적인 산출물의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구체적인 산출물은 1인이 아닌 여러 사람이 협업하여 하나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우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우리가 참 많이 보았던 그림 중에 물고기 로봇을 만드는데 머리와 배, 지느러미를 분업하여 만들어 이어 붙였을 때 이상한 모습이 나오는 그림이 있는데 그런 그림이 나오지 않도록 산출물의 구체성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2. 산출물의 효용/가치를 이해합니다.

산출물의 효용/가치를 이해한다는 건 해당 산출물을 만드는 이유를 알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을 왜 하는가?라는 다소 추상적인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과 해당 산출물이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를 말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일을 왜 하는가?를 이해하는 건 직무성과에 대한 이해로, 산출물이 제공하는 가치를 아는 건 우리 자신이 하는 일이 기업의 가치사슬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고 그래서 내 직무의 이해관계자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산출물의 요건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직무의 성과,  즉 왜 일하는가에 대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대략 도식화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무성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연결된 수많은 문장들을 하나로 연결하거나 수렴시키는 과정을 진행해야 하겠으나 이러한 도출과정을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각 담당자들은 상기의 1번과 2번을 이해할 수 있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리

저도 일을 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을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명확한 건 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이 조금씩 한 지점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일 듯합니다. 그 수렴 지점에 있는 요소 중 하나가 '산출물'이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구글에서 말하는 KRs에 대한 제 개인적인 해석 지점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이 글들 역시 성과와 성장이라는 제가 나름 바라고 있는 결과물에 대하여 저에게 적합한, 제가 그래도 할 수 있는 영역에서 HR이라는 일을 바라보고 나름의 방법론을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라 할 수도 있겠지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에서의 성과 내지 산출물놀면 뭐하니 라는 프로그램의 음악 만들기 프로젝트처럼 무엇이 될지 모른 상태로 두고 움직인다는 건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실적으로 그리 쉬운 일은 아닐 듯합니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가 받쳐준다면 가능하겠죠. 이게 가능한 기업으로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는 기업으로 3M이 있습니다. 어쨌든 국내에서 아직은 이러한 방식이 가능하려면 말 그대로 나름의 전문성과 전문성이 연결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방식은 어쩌면 오늘날의 프로젝트를 매칭해주는 플랫폼 등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관점으로 보면 그래서 기업 내에서는 산출물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앞선 프로젝트가 산출물과 그 제작 과정 모두에서 각자의 개성에 맡기고 있다면 기업에서는 산출물에 대한 합의를 기반으로 그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방법론에 대해 각자의 강점에 맡기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기업 내 개개인은 그 경험과 지식의 편차가 존재하므로 여기에서 코칭과 퍼실리테이팅이 필요하겠죠. 일방적 지시가 아닌 생각을 이끌어내고 수렴하는 방식 말이죠.


감사합니다.


#산출물#방법론의다양성#일을대하는관점

매거진의 이전글 Entrepreneurs, 기업가형 인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