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총각귀신들과의 싸움.
“네. 저번에 줬던 것 만큼 주세요.”
독각귀는 자연스럽게 판매상가 거래했다. 이 자식 한 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은데?
“크흐흐 좋아. 효과가 아주 확실하지?”
복면을 쓴 인간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물건을 꺼냈다.
환각초였다.
나는 바로 검을 꺼내 놈들에게 달려갔다.
“뭐, 뭐야?”
내 갑작스런 등장에 복면 인간은 당황한 눈치였다.
“응 안녕. 나 형사야. 지금 환각초 팔고 있지? 같이 경찰서에 가자.”
“쳇, 함정이었나! 당신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이러는 거야?”
“몰라.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 보자. 경찰서에서 서로 대화를 좀 나누자고.”
“하하하! 미친 자식이군. 너희 둘 뭐해? 가서 저놈을 처리해!”
복면 인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리퍼의 낫을 들고 있는 총각 귀신 두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오?”
그중 한 놈이 내게 낫을 휘둘렀는데 순간 타는 듯한 뜨거운 공기가 내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놈이 들고 있는 저 낫, 장난감 낫은 아닌가 보네?
놈들은 나를 향해 낫을 마구 휘둘렀고 나는 베이지 않기 위해서 거리를 계속 유지했다.
원기를 가득 지니고 있는 귀신과의 전투를 몇 번이나 해봤지만, 항상 긴장됐다.
한 번의 실수가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신중해야했다.
“쿠우웅!”
내가 틈을 봐서 두 놈 중 하나에게 검을 휘둘렀는데, 녀석이 낫으로 공격을 막았다.
검 끝에서 전해지는 진동에 팔뚝이 아릿했다.
이놈들 피지컬도 좋고, 기본기도 쓸만했다. 빠르게 전투를 끝내지 않으면 수적 열세인 내가 불리했다.
두 총각귀신은 내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나를 압박했다.
그들이 언제든지 총공세를 할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나에게도 계획이 있었다.
조금 더 작은 리퍼의 낫을 든 총각귀신이 먼저 공격해왔다.
놈이 휘두른 낫은 예리하게 내 목을 향해 날아왔다.
날카롭게 들어온 공격이었지만, 공격이 올 거라고 예측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아주 조금만 비틀면서 낫을 한 끗 차이로 피했다.
“크윽!”
낫이 내 피부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는데, 낫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어둠 가르기!”
나는 상대가 낫을 회수하는 쿨타임에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내가 검을 휘두른 궤적을 따라 잠시 어둠이 내렸으며, 몇 초 후 어둠이 걷히고 다시 밝아졌을 때는 귀신 한 마리가 곧바로 소멸됐다.
내가 몹시 위험하게 공격을 피한 이유는 바로 카운터를 날리기 위함이었다.
동작을 크게 가져가면, 후속 동작을 이어나가기 어렵기에 위험해도 최소한 동작으로 공격을 피해야 한다.
내 카작전은 주효했고 한 놈을 순식간에 퇴마해버렸다.
나는 빠르게 두 번째 귀신을 향해 검을 들고 압박했다.
녀석은 자신의 동료를 잃어서 그런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으아아!”
놈은 나를 공격했는데 처음과는 다르게 매우 막무가내로 낫을 휘둘렀다.
역시 싸움에는 피지컬, 기술도 중요하지만 멘탈 관리도 중요하군.
나는 뒷짐을 진 채 가볍게 공격들을 피했다.
“다 보여. 인마.”
가끔 한 번씩 트래쉬 토킹도 해주면서 여유를 부렸다.
“!!!”
리퍼의 낫이 내 머리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왔을 때, 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검을 꽉 쥐고 세로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크어억!”
결국 두 번째 총각 귀신도 내 검에 의해 퇴마됐다.
“보디가드들이 모두 저승으로 가버렸네? 그럼 이제 경찰서에서 데이트 좀 할까?”
나는 약초를 팔던 복면사내에게 말을 건넸고,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파아앙!”
순간 복면상은 아주 빠른 속도로 연막탄을 터뜨렸다.
“저 놈 잡아!”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켉켉…”
하지만 아무도 신속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연기는 매우 독했기 때문에 눈을 뜨기조차 어려웠다.
결국 우리는 놈을 놓치고 말았다.
“죄송해요…제가 잡았어야 하는데…”
인지원은 몹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애초에 넌 전투원도 아니고 얼굴 담당인데 뭘. 어쨌든 낫 2개는 얻었으니까 성과가 없진 않아.”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낫 두 개를 주운 후 덤덤하게 말했다.
“이놈 확실히 용의주도하네.”
우리는 녀석이 도망친 후 흔적을 찾기 위해 현장을 철저하게 조사했지만, 작은 단서 하나 찾기 힘들었다.
이놈 도주 경험이 많은 듯했다.
“돌아가자.”
나는 인지원과 독각귀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독각귀도 놈들의 표적이 됄 확률이 존재했기 때문에 잠시동안은 보호해야 했다.
경찰서로 돌아온 우리는 강철두 반장에게 사건 보고서를 제출했다.
“어떻습니까?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내가 반장에게 말을 건넸지만, 반장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된 거지?”
그는 심드렁한 태도로 내게 물었다.
“약초를 유통하는 녀석이 누군지도, 어디 소속인지도 심지어 의심 가는 곳 조차 없다는 얘기 아닌가?”
“네. 지금 당장은 그렇지만 분명히 뭔가 있습니다. 어떻게 총각 귀신이 리퍼의 낫을 들어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하지. 하지만 확실한 게 없다. 상부에 보고했지만, 개쪽만 당했다. 더 조사하고 와.”
“아니, 반장님! 환각초를 유통하고 있었다니까요!”
“그만! 귀찮게 하지말고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라!”
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덩치가 어마어마한 놈이라서 살짝 쫄았다.
“상부 놈들이 눈 돌아갈 수 있게 확실한 물증을 들고 오라고. 알았냐?”
“...”
반장은 단호했다. 내가 말을 더 덧붙일까 생각했지만, 살인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하…”
태환이 사건과 연관된 가능성이 존재하는 해당 사건을 절대 덮을 수는 없었다.
마음이 몹시 답답했다. 퇴근한 나는 집에서도 컴퓨터를 켜서 사건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약초 판매상의 정체는 무엇일까?
총각 귀신들은 왜 리퍼의 낫을 들고 있었을까?
상부가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선배님,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혼자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을 때 인지원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녀석을 쫓을거야. 그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가 왜 도망쳤는지, 이 모든 것을 밝힐거야.”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 도울게요.”
“웬 오지랖? 너의 도움까지는 필요 없다. 너는 내가 이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잖아?”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하여간 진짜 재수없어. 선배님의 사정을 아니까 돕겠다는 거잖아요.”
하긴 인지원도 태환이와 인연이 있었지.
“선배님 그곳에 가 보실래요?”
“그곳? 그곳이 어딘데?”
“‘말하는 섬’이요. 거기에 가면 분명 무언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