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뱅글이 Mar 24. 2024

나의 교직탈출 일대기

2편

 졸업 전 다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타이밍에 같은 과에 나처럼 교직에 뜻이 없어 일반직(교육행정아님)공무원 준비를 하는 형이 있었다. 솔직히 나는 교사가 공무원이어서 맘에 안 드는 점도 있었기에 공무원이 될 생각은 1도 없었다.(스스로 성격이 안정적인 것보다는 도전, 변화가 많은 직종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할 것도 없고 명목상 뭐라도 하고 있어야 눈치 안보일 거 같아 대충 7급, 9급 일반행정직 시험을 준비했다.(TMI1.과목만 추가하면 동시에 준비할 수 있음) 


  아무튼 광탈하고, 추가로 내 3년 청춘을 시원하게 갈아버릴 5급 일반행정직공부(=행시)를 시작하게 된다. 7,9급 공부하다 보니 어차피 할거 5급이 낫지 않겠어?라는 가벼운 생각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난 그냥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학력컴플렉스에 대한 반작용으로/ 물론 교육대학교를 폄하할 생각은 없으며 당시 식견이 좁은 24살 남자의 어리석은 생각일 뿐입니다) 

  

  왜 이게 맞는 거 같냐면..ㅋㅋ 당시에 어이없게도 나는 5급 붙으면 뭐 할래?라고 주변사람들이 물으면 속으로는 바로 그만둘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잘될 리가..ㅋㅋ 잠깐만..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내가 신림동까지 가서 경험해 본 공무원수험세계는 나름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목숨 걸고 해도 운이 따라와야 될까 말까 한 레드오션상황이다) 


  열심히 안 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동기는 불순해도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죽든살든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시작 전 만일 실패해서 3년의 시간을 날리고 대신 취업했으면 얻었을 금전적 기회비용을 날려도 상관없다고, risk계산까지 끝낸 치밀한 성격이기도 하다) 동기들 취업해서 번듯한 교사로 학교에 다닐 때 고시원에 박혀서 공부하는 인생이 행복하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난 나름대로 힘들면서도 만족스러웠다. 왜냐고? 내가 선택했으니까.


  중간에 1차는 붙은 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론 실패했다.(모든 자격시험의 가장 큰 문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거다. 최종합격만이 의미가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1차 붙고도 2차 시험장에 안 갔다.(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무슨 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냥 그만두고 싶었다)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이제 귀환계획이 필요했다. 그때가 26살쯤이었는데 일단 군대부터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임용고시를 봐서 직장을 해결하고 입대하려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졸업할 때보다 임용고시 경쟁률은 떨어져 있어서 난 나름 열심히 공부했건만 내 성적과 관계없이 지원자 미달로 간단하게 합격하게 되었다. 

  입대 전 딱 1학기 6개월 내 첫 교직생활이 시작되었다. 시골 면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3학년 담임으로 근무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애들한테 좀 미안하다.(물론 나는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은 편이라 내가 최소로 일을 한다고 해도 교사로서 의무는 성실하게 했다. 최소치로 했다는 게 문제지만..;) 어쨌든 한 학기만에 역시 교직은 나랑 안 맞다고 느끼고 2번째 교직탈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바로 군대로 도망가는 것. 병사는 아니고 공군장교에 지원입대했는데 얼마나 교사가 싫었으면 직업군인을 할 생각을 했다.ㅋㅋ 이것도 미친 생각이다.(난 보수적인 조직 중 제일가는 군인도 극혐한다. 대한민국 국군장병 여러분 고생하십니다!) 군에서 일할 동안 만족스러웠던 점은 나름 안정적인 직장 2개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3년 복무니 3년 뒤에 선택할 수 있었다) 

  

  추가로 가만있을 내가 아니다. 군에 있는 동안 내 적성에 맞는 제3의 직업을 찾으려고 분주히 노력했다. 우선 심리상담사가 돼 볼까 해서 학점은행제로 심리학과에 지원하고 청소년상담사 등 각종 자격증을 땄다. 심리학은 원래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편이라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직업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였다. 한국 현실상 심리상담 분야에 의료보험이 적용 안되고 정신력, 노오력 이런 의지드립 때문에 심리상담받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다시 말해 심리상담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아도 먹고사는 게 확실하지 않다는 말이다. 

  


  어쨌든 부대에서 인터넷으로 심리학 강의를 듣는 와중에(TMI2.간부라 퇴근 후에는 뭔 짓을 해도 자유롭다) '노무사'라는 전문자격증을 알게 되었고 여기에 4년 정도는 쏟아부은 거 같다.(이번에는 직장을 다니며 준비해서 잃을 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전문직이 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지 않을까? 게다가 난 논리적이고 개인적인 성격이라 법률가가 적성에 맞을지도..?! 이런 생각으로 준비했다. 이것도 1년 전에 그만두었다. 1차를 아무리 붙으면 뭐 하나.. 최종합격이 안되는데ㅋ



나머지 이야기는 마지막 3편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영화 ‘듄’과 결정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