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나 복이라 불리는 것에 관하여
'아직도 가야 할 길' 4부의 제목은 은총이다. 저자는 기독교 신자로서 신의 은총에 비유해 우연한 깨달음이란 개념을 설명한다.
"은총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소중하고 바람직한 것에 의해 나타나며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것,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를 이용하고 어떤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4부의 주제다."
개인적으론 인격신을 믿지 않는 불교도이지만, 감사, 깨달음, 인연이란 개념에 비추어 내용을 이해했다. 우리가 과학적 접근을 통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그 무언가, 즉 증명할 순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신비주의적 접근은 너무 사이비로 빠지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저자의 개념 설명 중 명쾌하게 이해되는 것이 있다. '과연 악이란 무엇인가?' 스캇 벡은 사랑이란 개념이 자아확장 및 타인의 성장을 진정으로 도우려는 의지라고 정의했다. 사랑의 반대가 악이라면, 악은 자신의 병든 자아를 유지하려고 자아성장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성장하려는 타인을 파괴한다. 은총이든 복이든 기회는 누구에게나 다양한 모습으로 주어지지만, 악한 사람은 그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정신질환을 직면하고 전적으로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며, 극복하려고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은(그 변화가 매우 고통스럽고 평소 자신의 습관과는 정반대더라도) 자신이 극복한 그 증상을 포함하여 한때는 저주로 여겨진 사건들을 이제는 선물로 느낀다. 저자는 성공적으로 치유된 환자들은 자신이 은총을 입었다는 사실을 매우 실감하며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한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니라"라는 성경 구절을 해석할 수 있다.
스캇 벡은 우리는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함을 책에서 계속 주장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은총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은총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신과의사로서 합리적인 설명을 주로 해 온 저자가 책의 말미에선 하나님의 은총이라든지 하는 신비주의적 설명을 하는 것이 약간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합리만으로는 정신질환을 극복한 사람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경험이다. 내 견해로도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훈육하는 것,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에 더해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내려놓고 수용하는 종교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