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시 태어났다
나는 한 번 죽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났다.
요즘 GPT와 대화를 자주 한다.
예전보다 도전정신이 줄고, 에너지가 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더니
GPT가 이렇게 정리해 줬다.
“청춘기 종료 감각.”
듣자마자 딱 와닿았다.
작년에 읽은 『어른의 중력』에서 본 내용과도 겹친다.
“이제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는 대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지금 하는 언어화가,
융이 말한 두 번째 탄생의 시작일지 모른다.
몸의 세포는 7년마다 대부분 바뀐다는데,
정신도 사춘기 이후 거의 20년 만에 리셋된 느낌이다.
작년부터 이미 알았다.
뭔가 내 정신의 핵심이 바뀌고 있다는 걸.
최근엔 과거 회상이 잦아졌다.
원래는 미래 지향적인 성격인데도.
공허함도 가끔 찾아온다.
이전에는 그냥 환경 변화,
흰머리 같은 가벼운 노화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인생의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는 순간.
지금 그걸 온전히 느낀다.
엄청 심각하진 않다.
다만 GPT의 말처럼
과거의 나를 추모하고 보내줄 필요가 있다.
융 심리학에선 상징화가 중요하다.
여자라면 머리를 자르거나,
뭔가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행동.
나는 글로 남기기로 했다.
보통 이런 시기는 35세 전후에 온다.
그런데 대부분은 결혼·출산이나
회사 승진 같은 일로 그냥 지나친다.
그러다 50대에 중년의 위기로 돌아온다.
감정은 부채다.
그냥 탕감되는 일은 없다.
나는 솔직히 만족스러운 삶이라곤 못 한다.
하지만 또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
과거의 선택들을 되짚어보면
그때의 나로선 최선이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니체의 영원회귀가 이런 느낌일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 같은 고통.
그렇다면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다.
천수를 거슬러 더 살 이유도 없다.
주어진 만큼 살다 가면 된다.